▲'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장기 전략 마련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15개국이 회의를 갖자고 제안하고 나섰다.연합뉴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장기 전략 마련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15개국이 회의를 갖자고 제안한 데 대해 정부가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조희용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1일 성명을 내고 전날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기후변화 문제의 대응방안에 대해 "미국정부가 2013년부터 시작되는 기후변화체제의 기본원칙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 지속가능발전, 청정에너지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하고자 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조 대변인은 온실가스 최다배출 15개국이 회의를 갖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러한 방안이 구체화되어 국제사회에서의 기후변화 논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참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지난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끝내 거부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협력 체제를 무력화시켜온 부시 대통령이 어떤 의도와 배경에서 이번 제안을 내놓았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부의 환영성명은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진 35개국에 대해 오는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지난 1990년 수준으로 감축할 것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도 지키지 않으면서 '교토의정서 이후' 체제의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미국의 자세는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혼자서 전 세계 온실가스의 20%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부시 "임기 내에 합의 이룰 수 있기 바란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15개국이 올해 말 온실가스 관련 회의를 가질 것을 제안했다. 그가 지목한 15개국은 미국과 한국을 비롯,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인도, EU, 일본, 인도네시아, 멕시코, 러시아, 남아공, 터키, 우크라이나 등이다.
이들 15개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은 전 세계의 80%에 이른다. 특히 최근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논의가 가능한 테이블로 볼 수 있다.
백악관 측은 "향후 18개월 내에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장기목표에 합의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8개월이라면 부시 대통령의 임기 내를 의미한다.
부시 대통령은 향후 대응의 기본원칙으로 기후변화뿐 아니라 경제성장, 지속가능한 개발, 에너지 안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통합적 접근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환경관련 기술을 국가간에 거래할 경우 관세를 줄일 것 등 장기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선진국이 개발한 환경관련 기술에 개발도상국들도 접근을 쉽게 해 전체적인 온실가스 양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볼 수 있다. 환경관련 기술의 활용은 선진국과 개도국간 직접적인 경제적 이해가 걸린 문제로 미국이 관세 삭감 방안을 먼저 제시한 것은 개도국들의 환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G8 정상회의 앞두고 수상한 제안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은 오는 6~8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8개국(G8)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지구온난화 대책이 주요 이슈로 논의될 예정이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이번 제안의 진실성과 실효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지금까지 미국의 자세와는 다른 적극적 의지가 담겨있다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점점 거세지는 국제적 비난을 일단 모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외교전문 잡지 <포린 폴리시> 인터넷판은 이번 발표에 대해 "환영할만한 변화로 보인다"며 "미국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영국신문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G8을 1주일 앞두고 나온 부시 대통령의 발표는 미국이 환경문제를 회피하려 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론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는 "부시 대통령이 미사여구로 미국의 입장을 재포장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