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 도서관이?

[서평] 최정태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등록 2007.06.03 11:10수정 2007.06.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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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태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최정태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한길사
최정태의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은 세계의 주요 도서관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이 안에는 우리나라의 ‘규장각’과 ‘해인사 장경판전’ 두 곳도 포함되어 있다. ‘규장각’에 들어가 보자.

‘규장’은 제왕이 지은 시문이나 조칙 등의 글을 가리키는 용어이기도 하다. 원래 ‘규장각’은 숙종이 종친의 업무를 맡은 종부시(宗簿寺)에 세운 곳으로 어제와 어필을 보관하던 곳이다.


정조는 1776년 즉위한 후, 곧 부용지 위쪽 영화당(暎花堂) 서북쪽 언덕 위에 있는 작은 서고에 불과했던 이 건물을 왕과 관련된 기록물과 도서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특수도서관으로 리모델링했다. 2층으로 된 이 전각의 아래층은 규장각, 위층은 주합루라고 한다.

위층은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불러 그들과 정사를 논하며 왕도정치를 펴던 활동의 공간이자, 강론이 없을 때는 열람실로 이용되었다. 아래층은 역대 왕의 어진, 어제, 어필을 보관하고 국내외의 도서를 수집, 이용, 보존하는 그야말로 왕실도서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48~49쪽)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라 하는 미국 의회도서관을 가 보자. 1관 제퍼슨 도서관(1897년 개관), 2관 존 애덤스 도서관(1939), 3관 제임스 메디슨 도서관(1980)을 모두 합쳐서 의회도서관이라 부른다.

특히 애덤스 도서관에는 한국관이 있다. 지은이는 이곳에서 45년간 사서로 활동한 양기백씨 이야기를 들려준다. 1995년 퇴직할 때까지 이곳에 한국학 자료를 구축하는 데 초석을 놓았다는 것이다.

지금 의회도서관 한국관의 총 장서 수는 21만 권에 달한다. 그중에는 한국전쟁 전후에 남북한에서 발행된 신문 및 잡지, 한국전쟁 당시 발행된 남북한의 교과서, 1945~48년 사이 한국에서 발행된 미군정청 관보, 19~20세기 전후에 발행된 우리나라 고도서 및 문학작품 초고본, 13~14세기 목판자료, 한국의 고지도, 기독교 초기성경 및 문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모두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자료들이다. (75쪽)


궁금한 곳이 있다. ‘수도원도서관’이다. 이 책에 소개된 세 곳 중에 한 곳을 방문해 보자. 비블링겐 수도원도서관. 마르틴 쿠엔의 천장화를 이야기한다. 이 천장화는 “지식은 하늘, 곧 신으로 이르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다.

실내를 돌아보며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베네딕트 수도회의 아이콘은 ‘믿음은 곧 지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수도사가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지식을 탐구해야 하고, 지식을 쌓을수록 믿음이 돈독해진다. 지식은 곧 신에 이르는 통로이므로, 많은 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도서관은 수도원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어떤 수도원이든 도서관을 빼놓고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35쪽)


특히 이 수도원의 필사실은 독일 전역에서 가장 유명했다고 한다. 필사의 진행 과정을 들려준다. 혼자 필사할 때는 원본을 독서대 위에 얹어두고 그대로 베껴 쓰지만 두 사람의 경우는 한 사람이 곁에서 읽어주면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한다. 원본을 다 적은 뒤에는 첫 페이지나 글의 첫머리를 여러 가지 화려한 색깔로 채색하고, 그 다음 필요한 공간에 삽화를 그려 넣고 원본과 내용이 일치하는지 한 자 한 자 검열한 후 제본하게 된다.

안나 아말리아 공작부인 도서관. 독일 바이마르에 있는 이 도서관은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세계 7대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그러나 2004년 큰 화재를 입은 적이 있는데, 당시 인간띠를 이루며 책들을 손에서 손으로 옮긴 바 있다고 한다.

이 도서관을 세운 안나 아말리아는 열아홉에 혼자가 된 이후 1761년 자신이 사는 집을 개조해 도서관으로 만들고 이때부터 유럽에 있는 도서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다.

무엇보다 이 도서관의 품격을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람은 괴테다. (중략) 괴테와 귀부인 안나 아말리아는 매우 자유롭게 교류를 즐겼고, 서로에게 어울리는 대화상대로 손색이 없었다. <파우스트> 원본 등 5425권의 책을 이 도서관에 남긴 괴테는 이곳에서 살던 시절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156~157쪽)

이 책은 세계의 도서관들을 기행한 후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지은이의 말마따나 도서관은 아름다운 문화 공간이며 특별한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들어가 보세요

뉴욕 공공도서관 www.nypl.org
비블링겐 수도원도서관 www.kloster-wiblingen.de
규장각 kyujanggak.snu.ac.kr
미국 의회도서관 www.loc.gov
마자린 도서관 www.bibliotheque-mazarine.fr
독일 국립도서관 www.ddb.de
아드몬트 베네딕트 교단 수도원도서관 www.stiftadmont.at
프랑스 국립도서관 www.bnf.fr
안나 아말리아 공작부인 도서관 www.swkk.de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www.onb.ac.at
하이델베르크 대학도서관 www.ub.uni-heidelberg.de
장크트 갈렌 수도원도서관 www.stiftsbibliothek.ch
체코 국립박물관 www.nkp.cz
미국 대통령도서관 bushlibrary.tamu.edu
해인사 장경판전 www.haeinsa.or.kr / 김주석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 개정판

최정태 글.사진,
한길사, 2011


#최정태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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