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불만 부글부글... 중, 집단시위 우후죽순

빈부격차·부정부패 등 불만 쌓여... 지난해 시위만 2만3천건

등록 2007.06.04 22:48수정 2007.06.0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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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휘날리는 오성홍기의 깃발 아래 오늘도 텐안먼광장은 6.4 사건의 아픔을 역사 속에 보담고 있다.

휘날리는 오성홍기의 깃발 아래 오늘도 텐안먼광장은 6.4 사건의 아픔을 역사 속에 보담고 있다. ⓒ 모종혁


# 장면 1

6월 4일 베이징 텐안먼(天安門)광장. 중국 수도 한 가운데에 위치한 거대한 광장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전국 각지와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들끓었다. 한 중년부인이 중국 공안에게 잡혀가는 작은 소동 외에 광장은 평온을 유지했다.

1989년 4월 15일 후야오방(胡耀邦)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사망하자 중국 지식인과 학생들은 후의 명예회복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중국 전역에서 벌였다. 5월 들어 수십만 명으로 늘어난 시위대는 텐안먼광장을 점거하여 연좌시위를 벌였다. 6월 3일 밤부터 중국 인민해방군은 텐안먼광장에 진입, 무차별 발포로 시위 군중을 해산시켰다.

'인민의 군대'가 중국 인민을 학살한 지 18주년이 됐지만, 텐안먼광장은 여느 때처럼 구경 온 관광객에게 점령당한 채 조용했다. 관광객 사이사이를 오가는 공안과 사복경찰의 감시 눈초리만 일말의 긴장감을 줄 뿐이었다. 중국정부나 언론매체는 일체의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자닝(30, 여)은 "오늘이 6.4 텐안먼사건이 발생한 날인지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는 6.4 사건의 의미를 잘 모르긴 하지만 베이징 토박이라면 그 날 내내 지속됐던 총성과 거리에 낭자했던 유혈을 잃을 수 없다"면서 "이미 오래된 사건인데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는 상관없기 때문에 내놓기 말하기 꺼릴 뿐"이라고 말했다.

# 장면 2

a 샤먼 주민들은 무차별적인 토지수용과 환경오염에 반대하며 자발적인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샤먼 주민들은 무차별적인 토지수용과 환경오염에 반대하며 자발적인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6월 1일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 붉은 색 깃발과 플래카드를 앞세운 7천여 명의 시민들은 정부 청사에 몰려와 화학공장 건설계획의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공장 건설을 중단하라' '아름다운 샤먼을 보호하자'는 구호를 위치며 공무원 및 공안들과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샤먼시 정부가 110억 위안(한화 약 1조3200억원)을 들여 교외지역인 하이창(海滄)개발구에 P-크실렌을 생산하는 화학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토지수용 및 환경오염 문제로 긴장이 고조돼 왔다"면서 "시민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대규모 시위를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샤먼시 정부는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화학공장 건설을 잠정 중단했다. 샤먼시 정부는 "건설계획을 재평가하는 데는 앞으로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며 "시민들은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의견을 전달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달 27일에는 상하이-항저우(杭州) 자기부상열차사업이 전격 중단됐다. 상하이시 정부는 작년 3월부터 독일과 합작으로 350억(약 4조2000억원) 위안을 투입하여 전장 175km, 시속 450km의 자기부상열차 선로 건설을 추진했었다. 이에 예정된 철도변 주민들은 열차 운행으로 엄청난 전력과 자기력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반발해 왔었다.

a 2005년 12월 충칭시 정자옌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토지 수용가에 반발한 주민들이 도로를 점거하여 시위를 벌였다.

2005년 12월 충칭시 정자옌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토지 수용가에 반발한 주민들이 도로를 점거하여 시위를 벌였다. ⓒ 모종혁


직접 이해관계없는 군중도 시위대로 적극 참가

일당독재로 민주화 요구를 억압하고 정치적 안정을 굳건히 한 중국에서 생계형 집단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소외받는 농민과 도시 빈민층 뿐만 아니라 도시 중산층까지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군중이 시위대로 돌변하기도 한다.

지난 3월 11일 후난(湖南)성 융저우(永州)시에서는 학생 1명이 숨지고 주민 90여명이 다치는 유혈시위가 발생했다. 같은 달 9일 융저우 주민들은 춘제(春節)기간에 시외버스 요금을 6위안에서 9~12위안 올린 운수회사에 항의하여 시위를 벌였다. 이에 운수회사가 폭력배를 동원하여 시위대를 위협하자,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2만여 명으로 늘어난 시위대는 지방정부가 무장경찰 1500여명을 투입, 시위대를 구타하면서 유혈시위로 발전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경찰이 진압봉과 전기충격기를 휘두르자 주민들은 돌과 병을 던지며 맞섰다"면서 "90여명의 주민들이 다치고 경찰차 7대 불탔으며 부상자 중 1명의 학생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보도했다.

버스 요금으로 촉발된 대규모 유혈 시위는 악화일로의 빈부 격차와 정부 관리의 부정부패에서 비롯됐다. 운수회사가 지방정부와 결탁해서 요금 인상을 감행했고 이에 생활고를 느낀 주민들이 반발한 것. 신문은 "마을을 싹 쓸어버릴 것이라는 경찰의 위협에 주민들이 격분하여 한때 경찰 가족들은 피신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오랫동안 중국내 집단시위는 심각한 지역·빈부 격차에 불만이 팽배한 농민과 도시 빈민층이 주도했다. 중국에는 하루 1달러 이하의 생활비로 살아가는 농민과 빈민이 1억 명에 달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06년 지니계수는 위험수준인 0.4를 훨씬 넘은 0.496으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무분별한 토지 수용 및 경제 개발에서 소외된 농민, 도시에서 늘어나는 실업자가 새로운 사회불안요소로 대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5년 1만1000여건이었던 집단시위는 2005년에는 8만7000여건으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중국정부는 시위와 테러를 전담하는 중무장 특수경찰을 36개 주요 도시에 신설했다.

지난해 11월 10일 쓰촨(四川)성 광안(廣安)시에서 주민 2000여명이 현지 공안과 충돌하여 경찰 1명을 포함, 5명이 사망했다. 농약을 마셔 목숨이 위태로운 어린 아이가 시정부 운영의 제2중급병원에서 치료비 부족으로 거부당하여 사망했다. 이에 평소 돈이 없어 병원 문을 두드리기 힘든 현실에 불만이 쌓인 주민들이 폭발하여 항의 시위에 동참한 것이다.

지난 3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회의석상에서 더우루이화 위원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태에도 군중이 참가해 대규모 시위로 발전하는 현상이 각지에 만연해 있다"면서 중국정부에 관련 대책의 마련을 촉구했다.

a 정부의 강압에 의해 토지를 수용당한 주민들은 이미 건축된 건물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내 적지않은 부동산 개발회사는 부패한 관리를 등에 업고 낮은 가격에 토지와 건물을 수용한 뒤 막대한 개발 차익을 얻고 있다.

정부의 강압에 의해 토지를 수용당한 주민들은 이미 건축된 건물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내 적지않은 부동산 개발회사는 부패한 관리를 등에 업고 낮은 가격에 토지와 건물을 수용한 뒤 막대한 개발 차익을 얻고 있다. ⓒ 모종혁


"적극적인 정치개혁과 부정부패 척결만이 해결책"

중국정부는 민주화 요구나 체제 전복이 아닌 생계형 집단시위의 적절한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성 시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엄단한다는 방침이지만, 주민들의 생계와 관련된 시위에 대해서는 그 폭발성을 감안해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생계형 집단시위에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 일반 시민들까지 나서는 이유가 당·정 관리의 부정부패와 급격한 빈부격차, 개발에 의한 토지수용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 불만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수십만 명의 부패 관리들을 숙정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지역·계층 간 빈부격차 또한 급속한 개혁개방에 따른 부작용으로 단기간 해결이 요원하다. 도시와 농촌 가릴 것 없이 진행되는 난개발 속에서 밀어붙이는 토지수용은 공산주의국가 중국에서 토지는 본래 국가 소유라는 개념에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집단시위에 나서는 주민들의 시위방식이 극단으로 치달아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하는데 있다.

2005년 12월 광둥(廣東)성 산웨이(汕尾)시에서 발생한 시위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방정부가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 소액의 보상금만을 책정하여 강제로 농지를 수용하자, 주민들이 격렬한 시위로 맞섰다.

농민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진압하는 공안에 맞서 칼, 몽둥이, 화염병 심지어 다이너마이트까지 시위 도구로 하여 3명의 사망자를 내면서도 저항했다. 8명의 지방관리를 인질로 잡고 대치했던 시위대는 총과 개를 동원한 공안에게 진압 당했지만 6.4 텐안먼사건 이후 첫 유혈집단시위로 공식 기록을 남겼다.

중국정부는 산웨이 발포사건 발생후 각 지방정부와 공안당국에 생계형 집단시위에 더욱 신중히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충처리제도를 마련하는 등 대책에 힘쓰고 있다. 이에 작년 집단시위 건수는 2만3000건으로 2005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저우샤오정(周孝正) 인민대학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평등과 정의가 없는 불균형한 사회상황"이라며 "적극적이고 점진적인 정치개혁과 단호한 부정부패 단속만이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정치개혁, 지역·빈부 격차의 해소, 당·정 관리의 부정부패 척결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집단시위는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a 아무런 대책없이 정리해고와 실직을 당한 노동자들도 가족들과 함께 거리로 나서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아무런 대책없이 정리해고와 실직을 당한 노동자들도 가족들과 함께 거리로 나서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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