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는 잘 하는데 왜 안 뒤집지?

초보엄마의 '엄마 젖 먹는 건강한 아가 선발대회' 출전기

등록 2007.06.07 08:53수정 2007.06.07 09:2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대회 입구에서는 모유수유와 관련된 홍보물과 모유수유와 관련해 궁금했던 점을 물어볼 수 있는 도우미 선생님들이 나와계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김희경

a

ⓒ 김희경

5일, 결전이 날이 되었습니다. 바로 '엄마 젖먹는 건강한 아가 선발대회'가 열리는 날이 온 것입니다. 오십여 팀의 엄마와 아기들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강북구 주최로 이루어졌습니다.

출산 전부터 강북보건소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모유수유교실'을 통해 많은 도움을 얻은 저 역시 초보엄마지만 '완모'(완전한 모유수유 엄마를 줄여부르는 말)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대회장에 도착해 진행본부에서 나눠주는 수유 티셔츠와 아기 이름 최찬솔(생후 6개월)이 새겨진 명찰 스티커를 부착하고 나니 '이 많은 아기들 중에 우리 솔이는 과연 몇 등일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물론 '아무리 못해도 3등은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조금 했습니다.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솔이는 이미 2주일 전에 신체계측-체중, 신장, 흉위를 강북보건소에서 검진 받고 사전에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그 서류를 바탕으로 대회장에서는 신체검진 및 진찰(소아과 전문의), 발달검사(소아과 전문의), 모유수유에 대한 지식(모유수유 전문가), 모자 상호간의 애착정도(모유수유 전문가)를 평가기준으로 우수한 아기를 선발하게 되지요.

저는 평소 솔이가 다른 아기들보다 몸무게도 1kg 정도 많이 나가고, 뒤집기도 빨리하며 요즈음에는 드디어 기어가기까지 시작해 내심 '이 정도면 우량한 아기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아과 전문의 선생님들이 하시는 검진에서 솔이가 선생님이 내민 장난감에 눈을 맞추지 못할 때는 속으로 '윽! 아들아 왜 그러니?'를 연발하며 조마조마 했답니다.

a

아기 이름과 번호표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엄마들, 이십대 젊은 엄마들부터 둘째 아이와 함께 참가한 삼십대 후반 엄마들까지 합세해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습니다. ⓒ 김희경


a

수유티를 입고 행사장에 엄마와 아기들이 모여있습니다. 병아리색으로 맞춰입은 탓인지 모두가 '모유수유 한마음'인 모습입니다. ⓒ 김희경



집에서는 잘 하는데 왜 안 뒤집지?!

a

솔이가 사물에 대한 호기심을 테스트 받고 있습니다. 빨간 블럭에 잘 집중해야 하는데 다른 곳만 쳐다봐서 마음이 조마조마한 순간이었습니다. ⓒ 김희경


a

뒤집기는 사소한 일이지만 아기들의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에서 꼭 필요한 신체활동입니다. 엄마들이 손뼉을 치고 이름을 부르며 아기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 김희경

아기들이 번호 순서대로 신체계측을 하는 동안 강당에서는 엄마와 아기들이 함께 하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기들의 월령에 따라 빨리 뒤집기, 엄마한테 기어서 누가 빨리 오나 등 아가들이 그 월령대에 할 수 있는 즐거운 게임을 통해 아기 용품을 선물로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뒤집기 부문에 참가한 솔이 역시 뒤집기를 재빨리 해내 저는 '아기전용 손 세정세'를 선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만은 우리 솔이가 일등이야

a

모유수유대회라는 특성상 동행이 쉽지 않았을 아빠, 할아버지, 삼촌들이 총출동해 장기자랑 한판이 벌어졌습니다. 손녀를 응원하러 나오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 김희경

이날 시상은 최고상인 대상, 우수상, 프레벨상 외에도 여러 명의 아기들에게 다양한 상이 수여되었습니다. 모유수유를 하며 힘들었던 일을 수기로 써 낸 엄마에게도 상이 돌아가고, 찬솔이는 열세 명 공동수상으로 '기쁨상'을 받았고, 다음으로는 '화목상'이 삼십 명의 아기에게 수여되었으니 거의 모든 엄마들이 상을 받은 셈이지요.

a

시상에는 김현풍 강북구청장님이 참석하여 모유수유 엄마들의 어려움을 격려하고 수상을 축하해주셨습니다. ⓒ 김희경

하긴 모유수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엄마들 모두 당연히 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모유수유를 하느라고 받은 스트레스며 가사와 육아에서 받았던 모든 스트레스를 오늘 행사로 웃어넘기며 앞으로도 모유를 먹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최근 들어 출산장려정책과 함께 모유수유의 중요성 또한 많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젖을 먹여야 하는 수유 엄마들의 고충은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지요.

우리가 흔하게 듣는 말 그대로 '모유는 엄마가 아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선물'입니다. 그 고귀한 선물을 모두가 회피하는 장소인 화장실이 아닌,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먹일 수 있도록 대중시설 곳곳에 하루 빨리 '사랑의 수유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a

위- 슈퍼맨 옷을 입고 참가한 개성만점 민기, 뒤집기를 잘하는 민건이, 아래- 이가 나려는지 오이를 잘 깨물고 논다는 지율이, 우수상을 탄 예쁜 공주님 세희 모두 엄마표 모유를 먹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소망합니다. ⓒ 김희경

#모유수유 #강북보건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