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제는 선일까?

등록 2007.06.08 15:39수정 2007.06.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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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이 화두로 떠 오르면서 양당제와 다당제에 대하여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요즘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제 세력이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통합을 위해서라며 탈당이 러쉬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나라당대 반한나라당일 수 밖에 없는 작금의 한국정치 현실에서 과연 양당제의 정착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1. 양당제와 다당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의 설립을 막는 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법률적으로는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당제가 정착된 대표적인 국가라면 미국을 들 수 있습니다만 그러한 미국조차도 정당의 설립은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랜 역사와 전통속에 공화당과 민주당의 양강구도가 정착되어진 것일 뿐입니다.

반면에 프랑스 같은 나라는 수십개의 정당이 난립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선거때마다 정당간의 선거연합이 생겨나고 정책에 따라서 정책의 연합이 결성되거나 해체되곤 합니다. 어느 쪽이 더 민주적인지?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 간단히 좁은 지면에서 논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개략적인 장단점은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양당제라면 국민의 선택이 비교적 간편하고 쉽습니다. 특정한 거대정당이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상호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조밀하게 분포된 정당들의 정책적 차별성을 나누고 평가하고 선택하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양당제는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줄어드는 문제와 다양성의 상실은 단점이 될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양당간의 정쟁이 잦을 수밖에 없는 단점도 있습니다.

다당제라면 국민의 다양한 차이를 여러정당이 각기 나누어 정치에 반영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다당제 하에서는 극단적인 대립과 정쟁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정책을 가지고 다양한 경쟁의 구도를 만들 수 있어서 정치가 발전할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조밀하게 분포된 정당의 정책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일이 간단치 않고 복잡해 집니다. 특정한 정치세력이 강성할 경우 다른 군소의 정당들이 효율적으로 견제의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처럼 다당제와 양당제는 서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두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하는 것은 정당이라는 것이 정책적 차이에 의하여만 서로 모이고 결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지역주의적 지지기반을 공유하는 세력이 모여서 정당을 결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대전제입니다. 진보와 보수, 중도와 보수가 경쟁하는 양당제나 진보부터 보수까지 다양한 정책지향의 정당이 서로 경쟁한다는 것이 대전제입니다.

2. 한국의 양당제

한국에서는 미국처럼 뚜렷한 양당제가 정착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다고 다양한 정당들이 조밀하게 분포되지도 못하였습니다. 선택의 기준이 뚜렷히 제시된 일도 없고, 정당간의 차이가 그다지 두드러지지도 못하였습니다. 민주대 반민주의 구도로 양당제와 비슷한 구도를 만들기도 하였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구도를 형성한 일도 있습니다만 대체로 보수일색의 정당들 뿐이었습니다.

말하자면 한번도 뚜렷하게 정책적 차이를 드러내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항상 작동되는 것이 다당구도이건 양당구조이건 지역주의였습니다. 호남대 비호남, 영남대 비영남, 호남대 영남대 충청의 구도는 있었으나 진보대 보수의 정책적 차이로 대결을 벌인 일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차이와 차별성입니다. 그것이 양당의 구도가 아니더라도 뚜렷히 지역색이 퇴조한다면 정책의 대결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영남당의 호남고립책도, 호남당의 영남고립책도 결국 정책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단지 지역대결의 강화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다당제나 양당제가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오로지 지역구도일 뿐입니다.

지금 반한나라당 연합으로 선거구도를 형성하고 양당제를 지고의 가치를 지닌 것처럼 선전하는 정치인들은 믿을 것이 못됩니다. 차라리 한나라당이 쿠데타와 독재자들의 후예이며, 과거 한국을 병들게 만들었던 세력이어서 그들의 집권을 막는 것이 선이라고 주장한다면 차라리 들어줄만한 주장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양강구도만이 옳다고 말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없습니다.

3. 반한나라당 연합으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가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반한나라당 연합이 총선에서의 이익을 보장할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말하자면 영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구에서의 일종의 담합효과를 통하여 한나라당의 강력한 세력에 맞설 수는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한나라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력이 하나로 뭉치는 경우에만 그것도 효과를 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확실히 다음 총선에서는 효과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선에서는 별로 위력이 없습니다. 호남과 충청권의 인구를 모두 합해서 몰표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영남의 7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수도권에서 압승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수도권의 호남출신 인구는 대부분 2세나 이미 3세로 넘어가고 있으며 반영남이나 반한나라당 정서가 희박합니다. 영남출신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모두가 뭉쳐도 이길수는 없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길려면 정책이나 시대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걸고 그것으로 승부해야 희미한 승리의 가능성이 있을 뿐입니다.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의 영남표 분산효과와 외환위기, 2002년 선거에서 노무현의 영남표 30%획득에 더하여 새로운 시대정신이 승리한 것은 아주 놀라운 예외적 승리였습니다. 국민이 지지할만한 상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습니다. 단지 반영남 연합의 승리가 아닙니다. 결국 단순히 반영남으로 뭉치는 것으로 대선을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그나마 이길 수 있다면 그러한 연합의 의미를 억지로라도 국민에게 내세울 수가 있을 테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반영남 연합으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시대적 요구를 정치세력이 잘 담아서 그것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않으면 정당으로서 존립할 수가 없습니다.

4. 차라리 국민에게 다양한 선택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옳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양당제나 다당제는 절대적 가치를 부여할 정도로 의미있는 것이 되지 못합니다. 더더욱 우리나라의 경우 그것이 정책적 차별성없이 지역간의 대결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서를 정확히 가르는 선거구도가 우리에게 가져다줄 혜택은 없습니다. 그것은 정치인들의 편의만을 높여줄 뿐입니다.

오히려 다양한 정책이나 이념적 스팩트럼을 수단으로 분화하여 국민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길입니다. 옳지도 않으며, 이기지도 못하는 일에 집착하여 결국 이익을 보는 집단은 기성정치인 뿐입니다. 그들의 장사를 용이하게 만드는데 국민이 동의해줄 이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제 지역구도를 극복하는 길은 제도의 개선도 하지 못한 터에 국민이 정책적 차이에 따라서 선택하게 만드는 길밖에 없습니다. 점차 정책이 다른 다양한 정당들이 경쟁하면서 국민의 안목도 높아지고 자신의 이익을 정치에 투영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지역구도는 완화되고 희석되어 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정책을 선명히 하고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면 대선에서도 이기지 못하라는 법이 없습니다. 여론은 항상 바뀔 수 있습니다. 다만 지지를 받을 세력이 옳고 합당한 지지근거를 제공할 경우에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역연합의 구도는 결코 국민이 동의하고 흔쾌히 지지할 정치구도가 아닙니다. 옳은 길을 먼저 가고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기다리는 것이 옳바른 정치인과 정치세력입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인터넷 시민광장에 함께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노사모,인터넷 시민광장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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