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민자 사회는 '워싱턴 로비' 중

[하승창의 뉴욕리포트] 의회 달구는 이민법 논란

등록 2007.06.08 15:16수정 2007.06.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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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날 행사 장면
이민자의 날 행사 장면하승창

지금 미 의회는 이민법 논란으로 뜨겁다. 현재 연방 상원이 초당적으로 마련한 상원이민개혁안(s.1348)에 대한 수정안들을 표결 중인데 대부분 부결되고 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민법안의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회의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고 나섰다.

현재의 상원이민개혁안은 1200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사면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 외에는 그동안 이민자들이 요구해 왔던 내용들을 담고 있지 못하다. 특히 가족초청 이민의 경우 거의 봉쇄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라티노(Latino, 미국에 거주하는 라틴 아메리카계 시민)들 뿐 아니라 가족초청이 일반적인 아시아계 이민자들에게 반발을 사고 있다.

이민자 사회는 연일 성명을 발표하고 집회를 개최하는 등 '워싱턴 로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도 이민자 단체들은 워싱턴에서 항의집회를 가졌고, 뉴욕이민자연맹은 힐러리 클린턴 연방 상원의원의 뉴욕사무실 앞에서도 집회를 가졌다.

이민자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운동가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궁금하게 여기던 차에 청년학교 차주범 부장의 소개로 뉴욕이민자연맹 활동가를 만날 수 있었다. 이민법안 때문에 바쁜 뉴욕이민자연맹의 아비데 국장을 만나 이민자운동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아비데 국장은 이란계 미국인으로 콜롬비아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우선은 아무래도 지금 논의되고 있는 이민법 문제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뉴욕이민자연맹의 아비데 국장
뉴욕이민자연맹의 아비데 국장하승창
- 케네디 의원이 발의한 현재의 이민법안에 대한 이민자연맹의 견해는?
"뉴욕이민자연맹은 200여 회원단체들의 연대조직으로 이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의 견해는 명백하다. 현재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은 거부한다. 거부하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가족초청의 제한과 외국인 임시취업(게스트워커 프로그램의) 도입 때문이다. 현재 의원들을 통해 수정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 현재의 법안에 대해 라티노들의 경우에는 사면조항이 포함되어 있어서인지 일부에서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고, 주로 가족초청이민이 많은 아시안들은 반대가 뚜렷하다. 이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사면이 이루어지고 비싼 비용이 들더라도 시민권을 얻게 되면 가족을 데려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시민권을 얻고, 가족초청을 하려면 아주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 그러면 이 법안이 향후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일부 반대가 있다고는 하나 부시 대통령도 이 법안이 통과되기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데.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부시는 그동안 재임기간 중에 대외정책의 계속된 실패로 제대로 된 업적을 남긴 것이 없기에 이번 사안에 대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또 지난 해 반이민법안을 제안했던 의원들이 낙선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라티노 유권자들과의 일정한 타협이 필요하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정책의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법안이 좋은 법안이 아닌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의회를 상대로 수정할 것을 요구 중이다. 우리의 고민은 조금 나쁜 법안이라도 없는 것 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 하는 데 있다. 물론 우리의 마지노선은 당장 소수의 사면 때문에 향후 다수가 피해를 보게 되는 20~30년 후퇴하는 법안은 절대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컨대 힐러리 클린턴이 제안하고 있는 포인트제도(취업기준-50%, 교육수준-25%, 영어구사력-15%, 가족관계-10%의 포인트 점수를 매겨 취업이민을 받아들이는 제도) 같은 것은 우리로서도 확신이 없어서 계속 논의 중인데, 당장 가족을 초청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이 법안이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과 이 방식의 유효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계속 고민 중이다. 대단히 어렵다."


- 이민자들에게 최소한 어떤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나?
"무엇보다 이 나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일한 근로조건의 보장이 중요하다. 임금, 근로조건, 노동보호 등 모든 조건에서 동일해야 한다. 그리고 언어접근권, 교육받을 기회에 대한 권리, 병원·건강보험에 대한 접근이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대개 이민자들이 기여하는 것 없이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혜택만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국 세금을 낼 수도 없는 상태로, 이들은 저임노동력으로 착취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같은 이해는 잘못된 것이다.

특히 언어 문제는 이민자들이 새로운 커뮤니티에 결합하는 열쇠이다. 2세대 3세대는 자라나면서 영어를 자연스레 배우지만 부모들은 그렇지 않아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언어로 인해 커뮤니티에 결합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싶지만 타국에 왔다는 것, 저임금으로 힘든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 등 때문에 잘 못하고 있다.

뉴욕 만해도 좀 덜하지만 조금만 멀리가도 언어문제로 인해 이민자들이 커뮤니티에 결합해 들어가지 못해서 겪는 어려움은 크다. 그런 점에서도 게스트워커 프로그램은 문제가 있다(지속적으로 거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언어문제가 심각할 테니까)."

이민자연맹 사무실
이민자연맹 사무실하승창
- 이민자문제는 보편적이 되어가는데, 무작정 이들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지적한 대로 그 나라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칠 텐데, 따라서 통제와 규제가 필요할 텐데, 그것은 어떻게 보느냐?
"기본적으로는 동의한다. 미국의 경우 지금 문제는 국가안보 문제가 주된 이슈인데, 이 문제가 마치 이민자 때문인 것처럼 되어 있고 그 점에서 국경이란 것이 통제수단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민자들은 미국 사회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섞여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오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절박해서 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미국 내에서 어느 분야에 얼마의 사람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민자 문제는 어떤 경우엔 경제적 이슈이기도 하고 문화적 이슈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인권 이슈이기도 한데 미국의 경우에는 경제적 이슈가 실제적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 아비데 국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어디인가?
"나는 인권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경찰의 이민자대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특정이민자사회에 대한 프로파일링이나 인종적 편견을 가진 자료수집금지·병원·학교 등이 이민자에이전트처럼 행동하면서 각종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금지 되어야 한다.

정부기관도 아니면서 자신들이 서류조사하고 확인하려 하게 되면 신분상태가 불안정한 이민자들이 제대로 된 공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2003년에 블롬버그로 하여금 이 같은 공공기관에서 이민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만들게 하고 이를 실시하게 하는 데 노력했고 성공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진전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행정명령 때문에 국가안보에 관한 기금을 연방정부가 주지 않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걸 오늘 수정하는 의견을 낸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모니터 하고 있다(연방정부로부터 예산배정을 받지 못하게 되는 점 때문에 법으로 하지 못하고 행정명령이라는 형태로 한 듯 하다).

2주전에도 은퇴경찰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도둑이 들어서 경찰에 신고하면 당신이 이민자냐 아니냐를 묻는 것이 싫어서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범죄 발생률이 낮아지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신분의 증명을 위해 ID카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공공기관에서 그의 신분 상태를 물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 미국사회에서 현재의 이민자 운동이 역동적인데 이 운동은 미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으며 향후 어떤 과제가 있다고 보는가?
"미국에서 이민자운동은 이민역사만큼 오래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9·11이후에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하지만 나는 기본적 이슈가 변화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 운동은 단기적 목표의 투쟁은 아니다. 지금 라티노들이 싸우고 있는 것은 어제는 아일랜드이민자들이 싸운 것이고 중국이민자들이 그랬고, 이탈리안 이민자들이 싸운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은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하여 유권자로서 투표에 나설 때 영향력이 있었다면,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들이 집회를 하고 시위를 했던 지난해의 경험은 놀라운 것이었다.

장기적으로는 이민자들의 정치적 진출을 강화해서 그들이 정치적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게 될 때 미국사회의 정체성 문제가 아마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나의 법이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는 마술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어오면서 국가안부에 위협이 되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인식을 바꾸어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 필요하며 그들이 미국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인식을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민자들도 신분 상태의 차이에 따라 분열도 있는 데 이것을 통합시켜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아비데 국장은 지금의 이민자운동이 갖는 의미를 미국 사회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아프리카 아메리칸들이 어렵게 싸워서 미국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미국 사회의 발전에 이민자들의 역할이 결정적일 요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아일랜드 이민자, 독일 이민자 등이 그랬다면 앞으로는 라티노나 아시안들이 만들어 가게 된다는 것이다. 아비데 국장과 이야기 나누면서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운동이 어떤 목표를 갖는가는 미국이 어떤 사회가 되느냐와 깊은 관련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미국 사회가 이미 새로운 이민자들과 그들의 다음 세대들이 새로운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민을 필요로 하는 한 이민자운동은 그만큼 끈질기고 지속적인 운동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뉴욕이민자연맹은 1986년의 이민법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1987년에 만들어졌다. 뉴욕내의 약 200여개의 단체와 그룹들의 연대조직이다. 뉴욕 내 풀뿌리조직·노조·인권단체·각종 연구소 등이 가입해 있으며, 이민자들을 위한 이민정책의 분석과 대변·유권자교육·리더십교육과 시민참여를 조직하는 일이 주요업무이며, 다루는 이슈들을 보면 이민법·건강보험·주거·영어교육·언어접근권·운전면허(여기서는 신분증에 해당하는 것이라 중요한 이슈가 된다), 노동문제 등이다.

21만명 이상의 유권자들이 뉴욕이민자연맹을 통해 유권자등록을 했으며 이들에 대한 교육도 100회 이상 이루어졌다. 20여명의 상근자가 일하고 있으며 한 해 예산이 200만불이 좀 넘는데 그 중에 180만불 가량이 각종 재단들로부터 지원되었다. 시정부로부터 약간의 지원금을 받는데, 올해 처음으로 모금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여 스스로의 모금능력을 높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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