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3년, 실패를 인정하라

[주장] 이주 노동자는 이미 우리 사회의 일부, 포용정책 펼쳐야

등록 2007.06.09 10:31수정 2007.06.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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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8월 17일은 '현대판 노예제도'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 관리함으로써 원활한 인력수급 및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고용허가제는 결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이주노동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 통제함으로써 한국 경제를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함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시행 이전부터 '3년 단기순환을 전제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리와 통제에 초점을 둔 사업장 이동 제한 및 1년 단위 재계약' 등 독소조항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실질적 노동권 보장은 완전히 배제된 제도라는 각계의 비판을 받아온 고용허가제는 예상대로 이주노동자들에게 공포와 고통, 괴로움만을 안겨주었다.

2004년 명동성당 농성투쟁
2004년 명동성당 농성투쟁최재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3년이 다 되었다. 제도의 시행 전과 후 이주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철저히 평가하여 개선책을 마련해도 시원찮을 상황에, 법무부는 지난 6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주에 대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불법고용 처벌 및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8월부터 강력한 관계기관 합동단속을 실시할 것을 발표했다.

이에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은 6월 7일 성명서를 통해 법무부의 이번 발표가 궁극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추방하기 위한 것임을 폭로하고, 강하게 맞설 것임을 선언했다.

정부의 강제추방정책은 곧 인간사냥

2004년 명동성당 농성투쟁
2004년 명동성당 농성투쟁최재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및 강제추방정책은 인권적인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단속과정에서의 사업장 기습, 무차별 단속 및 폭행, 가스총과 그물총 사용은 단순한 인권침해 차원의 문제는 넘어선 지 오래다.

2003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합동단속과 강제추방 조처는 같은 달 11일 스리랑카 출신의 노동자 치란 다라카씨가 지하철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을 시작으로 거의 10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이후 강제단속의 직접적 원인으로 2006년 봄에 인도네시아 누루 푸아드씨가 단속을 피하려다가 3층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하였다. 최근 여수 참사사건은 강제단속과 감금 그리고 강제추방의 심각성을 극렬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강력한 단속 및 추방정책에도 불구하고 18만 7000여 명(2006년 12월 통계)이 아직도 불법체류 상태다. 물론 2003년 11월 당시 전체 36만 명의 이주노동자들 중 32만 명이 미등록 상태였으니 불법체류율이 88%에서 44%로 줄어든 셈이지만, 당시 정부 내 목표가 불법 체류율을 10% 이내로 줄이는 것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불법체류자 강제추방이 성공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쫓고 쫓기는 '인간사냥'이 벌어지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판 노예제도' 고용허가제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지역선전전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지역선전전최재인
정부는 부당한 수수료 부과 등 이른바 '송출비리' 근절을 고용허가제의 주된 명분의 하나로 내세웠다. 그러나 부당한 송출수수료 문제 등 송출비리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및 인권침해 등은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신규 입국 한 이주노동자 중 대다수는 계약과 다르게 초과노동을 시키거나(53.5%), 계약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45.1%)하는 등 계약 체결 당시의 노동조건과 실제 사업장에서의 노동조건이 일치하지 않는 일을 겪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50%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임금체불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체폭력, 언어폭력, 사업주에 의한 감금, 신분증 압류와 같은 인권침해 사례 역시 일부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

고용허가제의 입법초기부터 가장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됐던 것은 '사업장 이동 제한' 규정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참고 지내거나 이탈을 감행하여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신분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선택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모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면적인 합법화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인권유린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정부에서 재외동포에게만 주는 포용정책은 타민족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새로운 인종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즉, 우리 사회에서 이미 사회구성원의 일부가 된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도 새로운 포용정책을 펼쳐야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인권유린의 가장 큰 저해요소는 체류자격의 문제이다. 모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새롭게 체류자격을 주는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하여 재외동포뿐만 아니라 타국적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불법체류문제도 함께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고용허가제 3년. 적어도 올해에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고용허가제를 철폐하고 새로운 이주정책으로 이주노동자의 생존권과 인권이 침해받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성명서] 법무부는 고용허가제 실패를 인정하고, 제도개선을 본격화하라

2월 10일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이후로 지금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법화 방안 및 외국인보호소 개선 방안을 내놓으며 사건으로 파헤쳐진 자신의 반인권적, 인종차별적 모습을 감추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써온 법무부는 6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주에 대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불법고용 처벌 및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8월부터 강력한 관계기관 합동단속을 실시할 것을 발표했다. 이 발표는 명백하게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타겟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신들이 감추려 했던 자신들의 본질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2월 여수 화재참사를 불안정한 개인의 방화로 몰고가며 사건을 무마시키는 것이 실패했음에도! , 모든 잘못을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돌리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2월 참사를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은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잘못된 이주노동자 정책과 그 정책의 문제가 계속 돌출됨에도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는 정부에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21만이 넘어섰다. 정부의 살인적인 인간사냥으로 10만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추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는 줄지 않고 계속 늘고 있다. 이것이 말해주는 것이 무엇인가? 이는 고용허가제가 산업연수제와 마찬가지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계속해서 양산할 수밖에 없는 제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는 단속으로 해결될 수 없다. 무자비한 살인적인 단속은 단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 노동권 침해만을 불러올 뿐이며 죽음으로 내몰고 있을 뿐이다. 이제 8월 17일이면 3년 단위의 고용허가제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고용허가제를 평가해야 할 시기이며, 현재 정책의 잘못을 시인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아도 시원찮은 판에 모든 책임을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돌리고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법무부의 발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다. 이는 명백하게 타민족, 타인종에 대한 인권과 노동권을 모두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이주노조는 8월부터 자행될 합동단속에 대항하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법무부에 대한 투쟁을 선포한다. 지금 즉시 종전의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자행하겠다면 정부와 법무부는 이주노동자의 강력한 투쟁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이에 이주노조는 다음을 요구한다.

1. 법무부는 8월 단속 계획을 철회하고, 지금 즉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전면합법화하라!

2. 고용허가제 3년, 고용허가제 실패를 인정하고, 노동허가제를 적극 도입하라!

3.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격, 탄압을 중단하고,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

2007년 6월 7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 이주노조

덧붙이는 글 | 기사에 사용된 수치는 2005년 8월, 고용허가제 1주년을 맞아 실시되었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하였음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기사에 사용된 수치는 2005년 8월, 고용허가제 1주년을 맞아 실시되었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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