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정책비전대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사진공동취재단
언론의 분석은 똑같다. 경선후보 등록으로 "퇴로 없는 승부"는 현실이 됐으나 "아름다운 경선"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상식적인 분석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주자 간에 전개되는 검증공방을 보면서 "아름다운 경선"을 전망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도 여지는 남아있다. 과정이 치열하더라도 결과가 깨끗하면 된다. 패배자가 경선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선거운동에 협조하면 "아름다운 경선"이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예상할 수 없다. 똑같은 이유다. 검증이 문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어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불평을 쏟아냈다. "우리는 본선에서 이기기 위해 경선을 하는 것이지, 경선만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의미한 말이다. 본선에 나가려면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예선이 리그전이라면 체력을 비축하며 경기력의 완급을 조절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토너먼트다. 한번 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예선이 곧 본선이다.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건 당연하다. 검증공세는 필연이다.
'검증'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중앙일보>가 눈길을 끄는 여론조사결과를 내놨다. 한나라당 대의원 14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략 가능한 대의원은 10%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지지후보를 묻는 질문에 '지지자 없음-무응답' 비율이 3월 16.8%에서 6월 10.3%로 줄었다. 8월 경선 때까지 현재의 지지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충성도가 이명박 88.7% 박근혜 89.9%였다.
당심은 '레드 오션'이다. 투자 대비 순이익률이 낮다. 부가가치가 높은 민심을 파고드는 건 최선이자 어쩔 수 없는 전략이다. '정권 탈환' 열망이 당심의 전략투표 성향을 부채질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민심의 추이에 당심을 맞추는 투표다.
검증은 '블루 오션'인 민심을 파고들 수 있는 최고의 상품이다. 이걸 포기할 리가 없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검증할 게 있으면 검증위원회를 거치라고 호소하지만 약발이 먹힐 것 같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오션'에 내놔야 할 상품을 '쇼윈도'에 가둬둘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은 하락 추세인 반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돛에 순풍이 불고 있는데 닻을 내릴 수는 없다.
브레이크는 이미 풀렸다. 검증을 제어하기는 힘들다. 관심사는 하나다. 브레이크 없는 검증이 뭘 들이받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경선은 '퇴로 없는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