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한반도 대운하? 관광수입·개발론은 속임수

이명박 캠프, 누구를 위한 대운하인가

등록 2007.06.15 10:24수정 2007.07.0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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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의원의 이야기처럼 한반도 대운하는 '대재앙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적어도 이명박씨가 주장하는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운하는 강 하류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식수오염의 재앙과 함께 홍수 때는 엄청난 물난리를 겪을 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것은 명백하다.

모든 것이 잘만 되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명박 캠프는 주장하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운에 맡기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청계천이야 복원을 하든 안하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지장이 없다. 남대문 역시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나쁠 것도 없다. 하지만 한반도 대운하는 다르다.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서 운하의 효과를 이야기 한다면 배를 이용한 운송시 추가 연료비와 내륙 공단에서의 육로 운송비 정도가 절감되는 정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내륙에 물류운송비가 큰 자동차 공장을 만드는 바보가 없는 것처럼, 물류운송비 절감은 기본적으로 업종마다 입지조건을 달리하는 방법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다.

이명박 캠프가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강원도와 충청권, 그리고 경남․북을 묶는 어떤 공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의해 만들어진 선거용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명박 캠프에서는 이를 부정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겠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한 위험 부담은 이미 그를 균형감이 없는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적어도 대통령 후보라면 대한민국 전체의 틀 속에서 정책을 판단하는 균형감이 가장 중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지정학적 미묘함을 상쇄시켜 주는 것은 리더쉽의 절묘한 균형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도 많은 욕을 먹었지만 그의 진정성이 의심받지는 않는 이유는 대한민국 전체를 바라보고 미래에 이 나라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는 그림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FTA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대한민국의 기회이지만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지 한미FTA자체가 문제 있다는 시각을 가진 국민은 없다.

행정수도 문제도 그렇다. 충청도에 만드는 것이 합리적인 결단이고 수도권의 인구 억제내지 분산 정책이라는 큰 틀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지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대운하 주변 땅 가진 사람들만 '대박'

한반도 대운하는 어떤가? 미래 대한민국이 한반도 대운하로 인하여 엄청난 물류국가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을 보면 우물안 개구리식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하면 좋지 아님 말고 식의 공약이라면 처음부터 국민을 속이는 사기일 수밖에 없고, 선거를 의식해서 특정지역의 표를 겨냥한 것이라면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과제를 선정한다면 적어도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KTX같이 속도를 뛰어 넘는 것이거나 경의선 철도처럼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이면서 국민들의 꿈이 담긴 과제이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는 그저 토목공사일 뿐이다. 대운하가 개통되고 나면 관련 하천은 제대로 정비될 것이다. 한강 둔치처럼 운동장도 생기고 잘 정돈된 하천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반듯하고 그럴듯한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대운하를 하지 말고 그냥 하천만 잘 정리정돈 해도 된다. 그래도 같은 그림이 나온다. 거기에 배 띄운다고 '니나노 가락'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명박 캠프의 주장처럼 70만명이 추가 고용되는 효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한반도 대운하 주장으로 국민의 걱정거리가 하나 늘어나는 것을 좋은 공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마시는 물에 배가 왔다갔다하고 이런 저런 일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 서울 시민들이 좋아 할까?

물론 한반도 대운하 주변에 땅 가진 사람들은 대박날 것이다. 대박 정도겠나? 혹시라도 이명박씨가 대통령이라도 되고 나면 가슴이 뛰어서 잠도 못 이루게 될 것이다. 선거는 해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이명박씨가 건설회사 사장출신으로서 판단한 기준인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경제만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균형감을 상실한 판단이다. 경제는 정치고 정치가 경제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지도를 꺼내 놓고 자로 한번 재보시면 어떨까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서해로 돌아서 가는 것과 운하로 가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말이다. 관광수입이 어떻고 주변 개발이 어떻고 하는 것은 속임수다. 그런 문제는 따로 떼서 생각해도 된다.

막연히 연상작용을 통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발상은 후보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이명박 캠프는 지금이라도 깨닫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한반도 대운하가 만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명박 #한반도대운하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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