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9일자 대구 매일신문에 '경북 상주시청의 살생부 인사'라는 사건이 소개가 되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5·31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민선단체장인 시장이 취임하여 각 실과소장과 읍·면장에게 ‘같이 근무하기 싫은 사람’의 명단을 적어내라고 하여 35명의 명단 중 다시 10명을 추려서 그 직원들의 계장 보직을 떼어 버렸다는 것이다.
내부 사정이 어떻게 되어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몰라도 그런 일을 겪었을 당사자들의 마음 고충이 어떠했겠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그 사람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부정행위를 저지르거나 혹은 무능하거나, 근무 태만자이거나 하는 그런 기준이 아니고 ‘같이 근무하기 싫은 사람이냐 아니냐’하는 기준에 의하여 그런 피해를 본다는 것은 초등학생의 인기투표도 아니고, 공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공직자들의 이야기이고 보면 우리는 민선에 의하여 선출된 단체장들이 저지르는 파행적이고 엽기적인 황당한 사건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 그러면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 배경은 무엇인가를 한번 들여다보자. 그들은 지방 선거에 나서서 당선만 되면 그때부터는 단체장에게 주어지는 무한대에 가까운 권한을 한꺼번에 독식하게 된다. 관청의 모든 예산의 집행과 기획은 물론이거니와 수백 명의 인사권을 독점하게 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쥐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의회의 기능이 강화되어 있고, 시민 단체나 지역 주민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높으면 그 권한이 조금은 견제될 수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들은 그 지역의 거대한 권력의 구심점에 서 있게 되는 것이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하게 단계를 밟아가는 그런 과정이 없이 일시에 많은 권한을 독점하고 보니 실상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자는 취지의 힘이 오히려 공직 내부에서는 이래저래 변질되어 혹 악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힘이 없는 공직자들은 전혀 어떻게 말 한 마디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권한이 제대로 공정하고 올바르고 적정하게 운영된다면 그것은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민선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군부 독재 시절 보다 더 흉악하고 무서운 권력남용이 일부에서 행해질 수 있음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 지역의 우두머리인 단체장의 힘이 이러할진대 전국에서 일어나는 이와 유사한 일들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러기에 눈앞에 다가오는 17대 대선을 두고 우리는 과연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민의에 의해서 선출되는 그 사안도 중요하지만 선출 후의 정치 진로에 따라 우리들 국민의 앞날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좌우를 살펴보아도 막상 ‘이 사람이야’ 하는 선택이 쉽게 잘 내려지지 않는 그런 상황에서 나는 베트남 국민들의 영원한 지도자였던 호치민을 떠올려 본다.
그는 국민들에게 늘 이웃에 사는 친한 친구처럼 ‘호 아저씨’라고 불린다. 평생을 근검절약하며 살았고 늘 민중의 편에 서서 살았으며 프랑스와 세계 최강국 미국을 연이어 격퇴시킨 혁명가이자 불멸의 용사였으므로 세계 최강의 혁명가이자, 베트남군의 수장, 그리고 국가의 실질적인 통치자였던 사람이다.
그의 평전에 나오는 일화 중에 내가 감명 받았던 이야기 하나가 있다. 그는 전쟁 중에도 우수한 국내의 젊은이들을 뽑아서 세계 각국으로 유학 보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유학생들에게 구두 한 켤레 옷 한 벌, 가방 하나를 들려주면서 그는 이렇게 늘 당부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어려워서 너희들을 지금은 빈손으로 떠나보내지만 너희들은 전쟁으로 고통 받으며 죽어가는 인민들에게 한편으로는 큰 빚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까 이 다음에 꼭 그 빚을 갚아야 한다. 그리고 학업은 무조건 다 마치고 돌아와야 한다. 우리가 승리한 다음 너희들은 돌아와서 전쟁으로 파괴된 조국의 강산을 과거보다,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더 아름답게 지키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 너희들의 가서 해야 할 중요한 의무는 공부하는 것이 곧 전투다”라는 말을 하면서 그들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진정한 지도자의 한 면목을 대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감명을 받게 된다. 우리 모두가 힘들여서 대통령이라고 뽑아 놓으면 임기 마지막에 가서는 부정 축재자가 되고, 국가에 세금이나 벌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도 떵떵거리며 사는 지도자들의 모습을 더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들 역사에는 왜 호치민과 같은 그런 훌륭한 지도자가 나오지 않는 걸까? 쥐꼬리만한 권력만 쥐어도 그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위에 군림하고 부하 직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서 설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의 저력을 한 마음으로 뭉치면서 나라의 부강과 민족 사랑을 한 길로 실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들 모두는 다들 다 내 자식이 공부 잘 하고 출세하여 큰 권력을 쥐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그것을 일러 성공한 사람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잘 나고 커다란 힘을 가진 사람들이 결코 꼭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대우받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차등을 좁히고 매사에 법이나 권력이 제대로 공정하게 평등하게 처리되느냐 아니냐로 지도자를 판단하는 그런 세상이 온 것임도 익히 잘 알고 있다. 4·19와 6월 항쟁을 거쳐 민주화를 이룬 열정으로 피와 땀을 흘린 대가를 제대로 받게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때 우리는 권력을 쥔 사람들의 권력의 오ㆍ남용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잘 살피면서 그들이 쥔 권력의 힘을 함부로 쓰지 않게 감시자로서 눈을 더 잘 부릅뜨고 더 잘 지켜보아야 한다. 그런 정신이야말로 좋은 대통령을 뽑는 의식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러한 우리들 공동의 노력이 세상을 바꾸고 우리들 정직한 감시의 눈을 통하여 우리들 민족의 위대한 지도자가 재탄생되기를 바란다.
그런 꿈을 이뤄줄 미래의 대통령을 꿈꾸면서 나는 약자의 목숨줄을 쥐었다 폈다 하는 그런 저승사자와도 같은 그런 무서운 권력의 힘이 제대로 쓰여지고 제대로 처리되는 그런 이상적인 세상을 오늘도 꿈꾼다.
햇빛은 늘 많이 가진 자와 힘이 센 강자에게만 비쳐주는 것이 아니라, 약자와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도 골고루 비쳐주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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