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고파는 '금융한국', 나라살림은

[현장] 진보진영이 바라본 IMF 10년과 대안

등록 2007.06.15 16:36수정 2007.06.1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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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금융경제연구소, 대안연대회의 등 10개 진보진영 연구단체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외환위기 10년 한국경제 회고와 전망' 심포지엄을 열었다.

금융경제연구소, 대안연대회의 등 10개 진보진영 연구단체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외환위기 10년 한국경제 회고와 전망' 심포지엄을 열었다. ⓒ 전국금융산업노조 오치화


"진보진영에선 그동안 '신자유주의' 이야기가 나오면 '대세 아니냐'며 폐쇄적이고 수동적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자본과 지배세력이 자신들의 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치밀한 프로젝트일 뿐이다."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말이다. 홍 위원은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이후 10년동안 한국 사회에서 '금융' 부문이 엄청나게 확장되고 복잡해졌다"면서 "금융화된 한국사회는 저성장과 고용불안이 불가피하며, 이는 다시 나라살림의 파괴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개 진보진영 연구단체 주최로 열린 '외환위기 10년 한국경제 회고와 전망'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IMF에서 FTA로, 축적기획으로서의 신자유주의'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에 나선 홍 위원은 우선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을 거치면서 한국의 기업과 금융 부문은 일관되게 '금융화'로 추진됐다"고 소개했다.

DJ-노무현 10년 금융화, 저투자-저성장-고실업으로

'금융화'란 무엇일까.

과거 금융의 역할은 과거 단순히 '실물경제'의 구조와 작동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 부문이 기업의 통제권을 장악하면서, 실물적 생산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홍 위원은 "IMF 이전엔 고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을 자유롭게 사고파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면서 "DJ정부의 개혁 핵심은 기업이나 은행을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으로 바꾸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기업 그 자체'를 상품화하고 국내외적으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조치가 지난 10년동안 진행돼 왔던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금융화는 기업구조조정과 국가의 거시경제정책 기조까지 바꿔 놓게 된다. 금융투자 형태의 하나인 '사모펀드'는 유통과 생산 영역의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정부는 이를 지원해 왔다.

홍 위원은 "금융화는 또 서민들의 생활까지 금융시장에 연관시켰다"면서 "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 가입을 비롯해 연기금 등 공적 자금을 주식시장에 투자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금융시장과 직접 관계를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

a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화된 한국사회는 저성장과 고용불안이 불가피하며, 이는 다시 나라살림의 파괴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화된 한국사회는 저성장과 고용불안이 불가피하며, 이는 다시 나라살림의 파괴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 전국금융산업노조 오치화

신자유주의는 자본과 지배세력간 정치적 프로젝트

이런 경제환경 속에 과거와 같은 고성장과 낮은 실업률은 불가능했고, 저투자-저성장-고실업 현상이 뒤따라왔다. 사회적 양극화는 기업 사이에서도 진행되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초우량 기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IMF로 강요된 신금융질서를 보다 강화시키고, 한국이 주도적으로 금융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시기였다고 홍 위원은 진단했다.

그는 "현 정부 초기의 동북아 금융시장 허브론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다른 표현"이라며 "이를 위해 한국투자공사를 만들고, 자본시장통합법 등 각종 금융관련 법률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은 이어 "지난 10년간 구조개혁은 외국자본과 국내 대자본에게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축적하도록 했다"면서 "하지만 당초 약속됐던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등 나라 살림살이는 저조하거나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라 살림살이 관점에서 진보진영의 독자적인 기획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신자유주의가 자본과 지배세력간의 정치적 프로젝트에 불과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파헤치고, 알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10년, 양극화와 불평등 그리고 빈곤의 심화

홍 위원의 발제에 이어 대안연대회의를 비롯해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등 진보경제단체의 IMF 10년에 대한 평가와 전망도 이어졌다.

이들은 지난 10년동안 한국경제가 과도한 구조조정과 주주자본주의로 급진전되면서, 금융과 산업·노동·농업 등 전 분야에 걸쳐 양극화와 불평등, 빈곤이 심화됐다고 비판했다.

조원희 대안연대회의 운영위원장(국민대 교수)은 "생산중심의 경제창출과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체제 등을 동시에 성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a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은 노동주도형 경제모델을 위해 기업 소유-지배구조를 전면 개편, 국제투기자본 통제, 은행의 공공성 회복, 노동자 고용 국가책임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은 노동주도형 경제모델을 위해 기업 소유-지배구조를 전면 개편, 국제투기자본 통제, 은행의 공공성 회복, 노동자 고용 국가책임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국금융산업노조 오치화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은 노동주도형 경제모델을 제시했다. 손 원장은 이를 위해 기업 소유-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국제투기자본 통제, 은행의 공공성 회복, 노동자 고용 국가책임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는 금융의 공공성을 유지하고 노동자의 고용을 지키는 중요한 기제"라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제도개선과 노동조합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동진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사무국장은 "한미FTA 협정문을 보면 농업과 농촌, 국민의 안전한 밥상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미FTA 타결안에 대한 국회비준을 저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는 불평등과 사회양극화가 심화됐으며, 마침내 사회통합의 위기를 우려할 수준"이라며 "특히 지지기반이 하위계층인 노무현 정부 들어 양극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크다"고 지적했다.

류 소장은 이어 "노동조합도 집단이기주의에 함몰돼 비정규직을 끌어안지 못했다"며 "집단이기적 노동운동에서 벗어나 사회개혁형 노동운동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을 비롯해, 이인영 열린우리당 의원, 임종인 무소속 의원 등 국회의원과 노동계, 진보단체 회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IMF #외환위기 #진보진영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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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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