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체육시간, "나도 골인 시킬 수 있어요"

시각장애 초등부 6학년 농구 수업

등록 2007.06.16 14:26수정 2007.06.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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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농구를 가르치고 있는 박홍길선생님(인천혜광학교 체육교사)
시각장애 농구를 가르치고 있는 박홍길선생님(인천혜광학교 체육교사)이상봉
교무실 밖으로 운동장이 보인다. 아직 6월이지만 30도가 넘는 한여름 날씨다. 오랜만에 쉬는 시간의 여유를 찾으며 운동장을 보니 체육선생님이 학생들을 모으고 있다. 체육시간을 맞은 초등부 6학년 아이들이 농구를 하려하고 있다.


가만히 쳐다보다가 그 장면을 담으려 카메라를 꺼냈다. 선생님의 하나하나 움직임이 아이들과 한 몸이 되고 아이들을 위해 모든 정성을 쏟는 선생님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선다. 아이들도 처음 해보는 농구라는 종목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이다.

평소에 아이들에게 자상하면서도 엄격한 체육선생님의 인품이 그대로 수업에 나타나고 있다.

골대의 높이를 인식시키기고 있는 김영동선생님(인천혜광학교 교사)
골대의 높이를 인식시키기고 있는 김영동선생님(인천혜광학교 교사)이상봉
"서진! 손을 높이 뻗어서 던져야 해."
"다솔아, 던진 후의 팔꿈치를 펴야 해."
"김수빈, 높이를 잘 생각하고 던지렴. 무조건 세게만 던진다고 되는게 아냐."
"저 앞에 선생님께서 골대를 막대기로 치는 소리가 들리지? 그곳이 목표점이다."
"골인! 희원이 잘했어. 역전인 걸 희원이가 현재 5점으로 일등이다. 참 잘한다, 모두 박수."

선생님의 외침에 아이들은 열심히 그대로 따라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쉽게 되지 않는다. 선생님은 실연하며 그 모습을 아이들로 하여금 손으로 만져 확인하게 한다. 또한 아이에게 바르게 공을 잡게 하고는 같이 행동으로 보여준다. 아이들은 놀랍게도 잘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최선을 다하는 수업이다. 아이들은 골인이 되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환호하고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소리에 스스로 손뼉을 친다. 골을 넣은 친구에게 다른 친구들도 박수와 환호로 기뻐한다. 아이들은 모두 즐겁다.

1시간에 걸친 수업은 아주 진한 감동이었다. 두 분의 선생님과 일곱 명의 천사들. 이들의 수업을 보면서 무엇이든 할 수 없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모두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뜨거운 6월의 더위 속에서 진행된 체육수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슛을 하고 있는 학생
슛을 하고 있는 학생이상봉
공 잡는 법을 알려 주고 있다.
공 잡는 법을 알려 주고 있다.이상봉
시각장애인 농구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현재 유럽, 북아메리카에서는 실시되고 있다. 일반 농구가 한 팀당 5인인데 반해 시각장애 농구는 저시력 3명과 전맹 3명으로 모두 6명으로 구성된다. 백보드 뒤에 음향 발신기를 설치하여 위치를 알려 주도록 되어 있다.

득점은 저시력 선수는 골 2점, 자유투 1점으로 일반농구와 같은 득점이나 전맹 선수는 공이 링에 닿으면 2점, 백보드에 닿으면 1점, 골인되면 3점을 얻게 된다. 전맹은 양손의 드리블을 허용한다. 전맹과 저시력 선수는 홀딩, 푸싱, 차징, 트리핑, 블로킹 등에서 차별화를 두어 시력으로 인한 전맹 선수의 불리함을 보호해 준다. 3초, 10초 룰과 하프라인 바이얼레이션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슛 연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슛 연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상봉
#시각장애 #농구 #체육 #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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