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수능, 논술. 하나라도 처지면 그 학생의 '입시'와 '인생'은 죽는 것이다.동영상 <죽음의 트라이앵글> 캡쳐
2006년 3월, 전국을 경악시킨 '죽음의 트라이앵글' 동영상은 잊혀진 현실이 됐다. 나는 그 동영상을 보면서, 2003년에 '강남 학원가 세무조사'를 주목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당시, 내가 품었던 의혹과 의문점을 이 동영상도 그대로 제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교육비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고, 학교 교사들의 반발로 수능 비중을 낮추고 내신 비중을 높였다.
그러나 '우린 뭘 먹고 살란 말이냐'라고 반발하는 학원들 때문에 수능은 유지됐고 대학들도 자기 목소리를 높여 논술 등의 대학별 고사를 치르길 원했다. 결국 완벽한 집단간의 균형을 이루는 삼각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균형은 누구를 위함인가?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동영상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그 당시, 이 동영상을 지켜봤던 일부 기성세대는 "너희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특유의 반응만을 보여 아쉬웠다. 본인이 고생했던 시절을 과시하고 자랑하는 것은 어른의 안좋은 버릇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들 스스로도 오락가락한 입시정책 속에서 자녀들을 위한 막대한 사교육비에 힘겨워하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지켜보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교육비 증가는 입시정책의 혼란과 비례한다. 수능, 내신, 논술 등에서 저마다의 기득권과 이권을 뚜렷하게 거머쥔 정부, 학교, 대학, 학원, 언론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이 혼란은 앞으로도 더 하면 더 했지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기성세대는 "너희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할 상황이 아니다. 이 혼란 속에서 대한민국 사회 특유의 '대학병'에 힘겨워하는 학생들 못지않게, 본인들도 피해자라는 점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이 일터에서 힘들게 번 돈은, 혼란스러운 입시정책 속에서 만져보지도 못하고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출산율 저하? 입시정책의 영향도 있다
교육제도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는 이 난맥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저마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입시제도를 이용하려는 이들의 목소리만 보일 뿐이며, <한겨레신문> 기사에도 나왔듯이 그 틈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학원가'만이 눈에 보일 뿐이었다.
'대학 만능 사회' 대한민국이라지만, "너도 나도 대학생"인 이 사회에서 '대학'이라는 것이 갖는 매력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하급 인생'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기에 '대학'은 필히 가야만 하는 것이다. '대학'은 대한민국 사회의 '빅 브라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