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정치권, 위조 보고서로 대운하 공격"

건교부 산하기관 TF팀 '이명박 운하' 보고서 논란 확산

등록 2007.06.19 13:57수정 2007.07.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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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 설명회'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 캠프의 박희태 선대위원장이 홍보 영상을 보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 설명회'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 캠프의 박희태 선대위원장이 홍보 영상을 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 산하기관 세 곳이 작성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이명박 운하' 타당성 조사 보고서가 때아닌 위·변조 논란에 휘말렸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해 4일 보도한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 보고'라는 제목의 37쪽짜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국토연구원·건설기술연구원 등 정부 산하기관 3곳의 합동 태스크포스(TF)팀이 "경부운하는 경제성과 환경성 등을 고려할 때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18일, 국회 건설교통위에 참석한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보고서를 제시하자 "건교부나 수자원공사, 청와대가 만든 게 아니다. 누군가 의도를 갖고 만든, 알 수 없는 문건"이라고 답했다.

건교부가 청와대 산업비서관에게 보고한 내용은 37쪽짜리 보고서의 중간 부분으로, (노 대통령을 'VIP'로 지칭한) 앞쪽 일부와 마지막 부분은 이 장관도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이춘희 건교부 차관도 19일 오전, 한나라당 건교위 의원들(이재창·박승환·김재경·김석준)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5월9일 청와대 이승훈 산업정책비서관에게 준 보고서의 제목은 '수자원 정책 현안'으로, 보고서에는 수자원 변화상황과 한탄강댐 진행상황, 대운하 관련사항이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건교부 장·차관의 설명대로라면, 작성주체가 'TF'라고 씌어진 37쪽 분량의 괴문서가 언론에 유출됐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정치 공방까지 일으킨 셈이다.

누군가 건교부 보고서를 자의적으로 '보강'했다


가능성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청와대에 전달되지 않은 37쪽짜리 세부 보고서가 정부 부처 내에 존재하다가 언론에 유출됐거나 또는 누군가 건교부의 9쪽짜리 보고서를 자의적으로 '보강'해 언론에 유출한 셈이다.

이명박 캠프는 후자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희태 선거대책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건교부 산하기관 TF팀이 모여 작성했다는 보고서로 언론과 일부 정치세력들이 운하의 타당성이 없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누누이 인식시키려고 했는데, 이것이 위조됐음이 판명됐다"며 청와대에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청와대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그런 보고서를 작성해서 유통시켰고 정치권에 흘러들어갔는지 밝혀야 한다. 청와대가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 실체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위조된 자료로 운하가 타당성이 없는 것처럼 선전하던 정치 세력은 어떻게 그것을 입수했고 위조 여부를 알았는지 여부도 해명하고, 위조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린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명확한 언급을 피했지만, 그가 얘기한 정치세력에 박근혜 캠프가 포함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근혜 캠프의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올해 한국수자원공사·국토개발연구원·건설기술연구원 등 3개 기관에서 정권의 지시로 운하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한 보고서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 내용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박 위원장은 "(박 캠프가) 언론에 공개되기 5일 전에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맡고있는 이혜훈 의원은 "(정치인들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아는 정보가 한두 가지냐?"고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보고서 작성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전문가들이 여러 명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박근혜 캠프에서도 보고서의 존재를 사전 인지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근혜 캠프 "이 후보측의 본질흐리기"

한편 이명박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 누가 보고서를 정략적으로 변조·가공했는지 ▲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에 활용된 보고서가 9쪽짜리인지, 37쪽짜리인지 ▲건교부와 청와대가 모르는 보고서였다면 37쪽 분량 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된 직후 이 보고서의 존재를 왜 부인하지 않았는지 답하라고 공개 질의했다.

이명박 캠프의 이 같은 대응은 전날 이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박 캠프-여권 정보공유설'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 후보에 의해 '여권발 정치공작의 종범'으로 전락한 박근혜 캠프는 당연히 반발했다.

박근혜 캠프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문제의 본질은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것인데, 이와 전혀 상관없는 일 때문에 당내 검증이 중단되고 있다"며 이 후보 측의 대응을 '본질 흐리기'로 규정했다.

같은 캠프의 이혜훈 대변인도 "중요한 것은 운하의 타당성인데,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도 않으면서 자꾸 비본질적인 문제로 국민의 시선을 은폐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명박 운하' 보고서 작성 및 유출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건교부와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보고서 작성 배경과 유출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대운하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해서도 강만수 전 원장 등 관련자들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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