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3차 정책 비전대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후보의 대북 정책은 상당히 화려했는데 기본적으로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핵·개방 3000' 구상이 핵심인데 한강 하구에 800만 평의 터를 조성해 남북 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으로 만들고 10년 안에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사업의 전제는 물론 북한의 핵 포기다.
그런데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부를 때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김정일 체제보장·북미 수교 등이다. 북미 수교가 되면 북한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미국에 수출할 수 있고, 일본과의 수교도 이뤄져 일제 강점시기 피해 보상 100억 달러(추정치)를 받을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이명박 후보가 제시한 것과 부시 대통령이 제시한 것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클까? 기자가 보기에는 후자가 몇십 배는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제안에 응하지 않았던 것은 기본적으로 양쪽에 전혀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 상대방이 말만 해놓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고 불신해왔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북한도 대화에 나서겠지만
이 후보가 제시한 '10년내 북한 3000달러 만들기' 프로젝트도 결국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이뤄질 사업이다. 이 후보가 과연 북한과 이런 프로젝트를 놓고 협상을 시작할 만한 '관계'가 있는 지 의문이다.
한강 하구 800만평의 남북경협 부지, 비무장지대 이산가족 상봉소 설치는 경제적 대가 지불로는 힘들 것이다. 당장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고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정경 분리의 원칙하에 남북 관계를 운용했다. 그러나 정경 분리가 가능했던 것은 북한이 김대중 대통령을 '정치적' 협상 상대로 인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71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때부터 일관되게 평화통일을 주장해왔고 그 때문에 엄청난 정치적 곤욕을 치렀다. 그의 이런 이력이 북한으로 하여금 김대중 정부와는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줬을 것이다.
이 후보가 혹시 고 정주영 회장의 후계자라는 인식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되레 정 반대다. 북한은 여러 번 국제적 협상과정에서 증명했듯이 곶감 하나 주면 울음을 그치는 어린애가 아니다.
북한은 박정희 정부와 대화했고 7·4 남북 공동성명이 나왔다. 1980년대초 아웅산 사태를 겪고 나서도 전두환 정부는 박철언씨를 특사로 파견해 북한과 협상했다. 노태우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힘이 있는 자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대화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그 뿐이다. 현재와 같은 한나라당의 태도라면 그 대화가 지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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