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을 기약하고 있는 매발톱꽃 이파리에 작은 물방울이 꽃처럼 피어나 빛난다.김민수
장마가 시작되었다. 그 시작은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와 같아 시들시들하던 초록생명들에게는 축제의 날이었을 것이다. 무엇이든 이렇게 과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낮부터 내린 비는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종일 비가 내린 탓인지 흐린 날씨가 이어질 것만 같았는데 눈부신 아침햇살이 창문으로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들어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육신을 다그치며 깨운다.
"비온 뒤 아침이잖아!"
그랬다. 시골에서 살 때 비온 후 아침이면 부지런히 물방울 사진을 담기 위해 바짓가랑이가 젖는지도 모르고 아이들처럼 풀섶을 헤치고 다녔다. 비가 온 뒤가 아니라도 여름날 새벽 풀잎에 맺힌 이슬들을 만나기 위해 꽤 부지런을 떨었던 기억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