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탄의 무용수. 대중적으로 변한 인도네시아의 전통춤을 공연한다.노 시경
내가 묵고 있던 리조트 직원은 이 투어에 점심식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였었다. 그래서 리조트에서 나오면서 조금 비싼 빵을 급하게 사서 여정에 올랐는데, 이 공연장 좌석에 여행자들을 위한 식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먼저 포장된 물병의 껍질을 뜯어내고 시원한 물을 들이켰다. 아내는 이 볶음밥이 썩 내키지 않아 먹지 않았지만, 나는 나의 밥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우리와 같이 여행에 나선 프랑스 부부는 내가 가진 카메라와 동일 기종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카메라를 바꿔 가져가지 말자며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서로의 국적을 확인하고 여정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프랑스 아저씨는 궁금한 게 참 많은 아저씨다.
“프랑스에서 싱가포르까지는 10시간 정도 걸리는데, 한국에서 싱가포르까지는 몇 시간 걸리지요?”
“6시간 걸립니다.”
“한국인들의 여름휴가는 며칠 정도 되지요?”
여름휴가를 길게 즐기기로 유명한 프랑스인다운 질문이다. 내가 한국 직장인의 여름휴가가 대개 4일이라고 대답해 줬더니 그가 경악을 금치 못한다. 나는 한국의 휴가기간이 너무 짧은 것이 조금은 무안한 생각이 들어, 한 달에 한번 연차나 월차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그와 함께 한국, 프랑스의 월 근무시간, 파업, 프랑스에서의 여행 경험 등에 관해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나는 그의 관심사가 참으로 프랑스인답다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2명의 여자 무용수가 무대에 올라왔다. 빨간색과 푸른색의 전통 비단옷을 입은 그들의 복장은 깔끔했다. 맨발의 이 무용수들은 젊은 무용수들은 아니다. 이 작고 더운 섬에 젊은 무용수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 동네 인근에 사는 아주머니들인 것 같았다. 나는 이 아주머니들이 밭을 매다가 헐레벌떡 뛰어 왔을 것이라며 아내와 한참을 웃었다.
이 무용수들은 간단한 발 스텝에 손을 위아래, 옆으로 터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동작의 전통무용은 종교적 의식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무용의 이 동작들은 8세기~13세기에 번성했던 자바의 힌두교 문화 시대에 형성된 기본적인 몸동작들이다.
인도네시아의 전통무용은 많은 수의 섬과 종족만큼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고,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무용은 현재에도 번성하고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빈탄 섬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무용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전통 무용은 마술 같은 신비한 분위기 속에 오락적인 요소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왕실과 중류층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인도네시아의 전통 무용은 서민들을 통해 더 자연스러운 형태로 발전되었고, 점점 대중적인 춤이 되었다. 인도네시아 전통무용이 사원의 제사 때에 행해지던 성스러운 것에서 보고 즐기는 오락적인 춤으로 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