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 앞에… 승전한 군사들은 왕 노릇 하리라"

[현장] 사학법 재개정 기도회, 사학 교직원들 뒤에서 '힐끔힐끔'

등록 2007.06.23 19:49수정 2007.06.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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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도회에서 한 목사가 무대에 나와 기도를 하고 있다.
특별기도회에서 한 목사가 무대에 나와 기도를 하고 있다.윤근혁

"십자가 군병들아 주 위해 일어나, 그 나팔소리 듣고 곧 나가 싸워라. 수 없는 원수 앞에… 승전한 군사들은 영생을 얻으며, 영광의 주와 함께 왕 노릇 하리라."

23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광장. '십자가 군병들아'란 제목의 찬송가가 '쾅쾅'하는 음향시설에 실려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영락교회 찬양단이 부른 이 노래의 가락과 가사는 투쟁가와 비슷했다.

대부분 교회 신도들로 보이는 50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사학법 재개정, 개방이사 폐지'라고 적힌 청색 손 팻말과 태극기를 흔들며 박자를 맞췄다.

"사학법, 차라리 철폐하여 주옵소서" 특별기도회 시작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연 사립학교법 재개정 특별기도회 시작을 알리는 묵도와 찬송이 시작된 시간은 오후 2시 20분. 한국기독교침례회 총회장을 맡은 이대식 목사가 연단에 나와 기도를 시작했다.

"사학법을 바르게 재개정하는 국회의원들 되게 하여 주옵소서. 공산주의자들의 환란 속에 사학비리라는 누명을 쓰고 있는 사학들. 개정보다는 차라리 철폐되게 하여 주옵소서."

참석자들이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목사의 기도에 맞춰 통성기도를 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목사의 기도에 맞춰 통성기도를 하고 있다.윤근혁
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사학법인협)에서 나눠 준 '사학법 재개정하라'고 적힌 흰색 종이 모자를 쓴 참석자들은 일제히 두 손을 깍지 낀 채 "아멘"이라고 외쳤다.


당초 사학법인협은 이번 대회를 '한기총과 같이 주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보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사학법인협은 공문에서 "'사학법 재개정 촉구 궐기대회'를 한기총과 연합하여 개최한다"면서 수도권 지역은 학교당 20명, 기타지역은 학교당 5명 이상의 인원을 할당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공문과 달리 이날 행사는 오후 3시 50분 끝날 때까지 궐기대회가 아닌 기도회로 치러졌다. 대회 주최자도 한기총 단독이었다.


대회장에서 나눠준 홍보물과 무대에는 주최자로 한기총 이름만 적혀 있었다. 연단에 나서 설교한 12명도 모두 목사 또는 장로였다. 다만 조용기 사학법인연합회장이 마지막에 나와 '만세삼창'을 했을 뿐이다.

사학 교직원들은 신도들과 5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래서 신도들과 이들 사이에는 텅 비어 있었다.
사학 교직원들은 신도들과 5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래서 신도들과 이들 사이에는 텅 비어 있었다.윤근혁

그럼 사학재단 쪽 교직원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서울시청 광장 끝부분에 있는 서울 프라자호텔 앞에 모여 있었다. 사학법인협이 내건 현수막 주변이다.

당초 예상인원보다 적은 1200여 명의 참석자들은 기도회를 하는 동안 신문을 보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보였다. 기도회에 참석한 신도들보다 5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 사이는 텅 비어 있었다.

50미터 떨어진 곳에 모여 있는 사학 교직원들

한기총이 사학법인협과 함께 만든 낙선운동본부장인 이광선 목사(예장통합 총회장)가 설교를 시작하자 참석자들의 눈길이 무대로 쏠렸다. 이 목사는 삭발한 머리였다.

이 목사는 "남한 땅에는 김정일 몸에서 나온 황충과 메뚜기가 우글우글하다"면서 "이런 메뚜기 황충이 사학 악법을 만들어서 신앙과 선교 자유를 압살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고려연방제로 적화통일을 하려는 의도이며 통탄할 일이다.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 교회 신도들로 보이는 50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사학법 재개정, 개방이사 폐지’라고 적힌 청색 손 팻말과 태극기를 흔들며 박자를 맞췄다.
대부분 교회 신도들로 보이는 50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사학법 재개정, 개방이사 폐지’라고 적힌 청색 손 팻말과 태극기를 흔들며 박자를 맞췄다.윤근혁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개악된 사학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의 헌법상 기본 이념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국회는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책임을 통감하고 결자해지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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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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