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매기 전의 야콘밭홍광석
"취미생활을 하는데도 돈이 든다는데 놀러가서 돈 쓰는 셈치고 사람 사서 풀을 맵시다."
골프장에 다니면서 몇 십 만원을 쓰는 사람도 있다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마당에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골프장이 아닌 가벼운 여행을 하더라도 기름 값 몇 만원은 흔적 없이 사라질 판인데 좋은 공기 마시며 오랫동안 꿈꾸었던 일을 하고, 더구나 우리 손수 가꾼 것을 먹는 재미가 쏠쏠한데 돈 좀 쓴들 안 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돈이 필요한 어려운 아주머니들에게 품삯을 주는 일은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해서 이웃 아주머니들께 부탁하여 풀에 갇힌 잔디는 겨우 구했다. 그렇지만 풀 속에 앉은 옥수수와 콩, 풀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참외, 수박과 호박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자연 농법이 꿈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지나가는 마을 노인들마다 제초제 사용을 권했다. 그러나 제초제 사용하지 않겠다고 시작했던 일 아닌가!
그래서 다시 마을의 아주머니에게 콩밭이라도 매달라고 했더니 한 평도 못 되는 땅만 헤집어놓고 손을 놔버렸다. 책임지고 잘 하겠다는 아주머니를 믿고 퇴근 후 부리나케 달려갔더니 술에 취한 아주머니는 제초제를 뿌리라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품삯으로 만원을 달라고 억지를 썼다.
혼자 하는 일이 재미없었을 수 있다. 굳어진 땅이 힘들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건 올바른 처신이랄 수 없다. 괘씸한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야박하게 따질 수 없었다. 만 원짜리 한 장을 받아들고 돌아서는 아주머니 뒤에서 우리는 사람 잘못 봤다는 말을 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