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깔 고운 유기농, 이거 진짜 맞어?

[밥상평화⑬] 대한민국 평균 주부들의 유기농 솔직토크

등록 2007.06.25 09:25수정 2007.07.1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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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같은 반에서 함께 공부한다는 인연으로 한달에 한번씩 만나 남편과 아이들 얘기에 집안 고민까지 수다로 푼다는 박희숙·장미현·이경남·박미화 주부. 여기에 수다라면 서러울 나 김정혜와 송양빈씨까지 합세했다.

여자 여섯이 모였으니 접시가 깨져도 열두개는 깨졌겠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20일 우리들이 모인 건 우리집 삼시세끼의 '평화'를 위해서였다. 바로 요즘 주부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는 유기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

6명의 주부가 모였는데 유기 농산물을 사본 사람은 고작 2명에 불과했다. 유기농 초보들이 모인 셈. 하지만 유기농 진위 논쟁부터 유기농 만병통치약 논란, 학교앞 불량식품 퇴치까지, 대한민국 평균 주부들이 생각하는 유기농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저농약·무농약·유기농? 친환경 농산물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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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현 "유기농이 그렇게 좋은 건가요? 아토피나 비염, 각종 피부 알레르기 같은 걸 고쳤다는 얘길 들으면 유기 농산물이 무슨 만병통치약 같아요." ⓒ 김정혜

- 요즘은 유기농 홍수 시대 같아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도 친환경 농산물 코너가 없는 데가 없잖아요? 그래도 여전히 유기 농산물 하면 '과연 진짜일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경남 "지금 완전한 유기농을 바라는 건 시기상조 아닐까요? 유기농의 진짜 근원은 땅인데 그동안 오염된 땅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잖아요."

송양빈 "맞아요. 친환경 농산물은 사용된 비료의 양과 시간에 따라 4단계, 즉 유기농·전환기·무농약·저농약으로 분류해요. 지난 2001년 제정된 '친환경농업육성법'에 따르면 유기 농산물은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한 농산물이에요. 아직 우리나라는 유기농업이 정착되지 않아 중간 단계로 친환경 농산물을 두고 있는데 그래서 저농약이나 무농약이 있는 거래요. 그런 의미에서 아직은 완전한 유기 농산물을 기대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박희숙 "3년 동안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은 땅에서 수확한 게 유기 농산물이라면 시골의 우리 어머니 텃밭에서 나는 건 정말 완벽한 유기 농산물이네요. 상추·고추·오이 등등 요즘 아주 지천인데…."

박미화 "그런데 그것도 완벽한 유기 농산물이라고 할 수 없는 게, 요즘엔 시골에도 워낙 공장들이 많잖아요? 거기서 나오는 폐수들이 땅으로 흘러들 수도 있고 무심코 버리는 음식 찌꺼기들이나 쓰레기들이 땅을 오염시킬 수도 있잖아요. 혼자만 농약 치지 않고 비료 뿌리지 않고 땅을 가꾼다고 해서 그 땅이 온전히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때깔 고운 유기 농산물, 진짜일까 아닐까?

장미현 "그리고 유기 농산물이 생각보다 맛이 있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몸에 좋자고 매끼 맛없는 식사를 할 수는 없잖아요? 꼭 유기농이고 아니고가 아니라 그냥 맛있게 먹는 한끼 밥이 중요한 것 같은데요."

박희숙 "저도 굳이 유기농 먹을거리를 고집하지는 않아요. 샴푸나 비누, 화장품 같은 건 우리 피부로 먹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거기 첨가되는 여러 화학물질이 몸에 쌓이는데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 유기농이면 뭐하겠어요. 그리고 진짜 유기농인지도 의문이 가요. 시골에서 농사지으시는 시어머니도 농약을 아주 안 쓰지는 않으시거든요. 그래도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 정성으로 생산하는 것들이니 유기농이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박미화 "저도 비슷해요. 전 시중에 나와 있는 친환경 농산물 안 믿어요. 농약도 안 쳤는데 어떻게 그렇게 고와요? 어릴 때 우리집 텃밭에서 나던 것들은 온통 벌레가 파먹어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거든요. 보기엔 흉해도 향도 진하고 맛도 고소했죠. 그런데 지금 매장에 있는 유기농산물 보면 하나 같이 어쩜 그렇게 때깔이 고운지…."

송양빈 "제가 생협 매장 이용하면서 가장 믿음이 갔던 게 한해 두 번씩 생산지를 직접 갈 수 있다는 거였어요. 매끼 우리 밥상에 올라가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곳에 가서 생산자를 직접 만나봤어요. 그리고 어떻게 농산물을 기르는지 그 과정을 보니 안 믿을 수가 없더군요."

지긋지긋한 아토피도 고친다, 유기농은 만병통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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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양빈 "생협 매장 이용하면서 가장 믿음이 갔던 게 한해 두 번씩 생산지를 직접 갈 수 있다는 거였어요. 어떻게 농산물을 기르는지 그 과정을 보니 안 믿을 수가 없더군요." ⓒ 김정혜

- 유기 농산물을 먹으니 정말 그렇게 몸에 좋던가요?
송양빈 "전 필요성을 절감해서 유기농을 먹고 있어요. 아이 둘 모두 아토피가 굉장히 심했는데 유기농 덕을 톡톡히 봤지요. 물론 처음엔 굉장히 힘들었어요. 나 혼자 아무리 동동거려도 지천에 널린 게 입에 달짝지근한 유해 식품들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유기농 먹을거리에 적응 안 되는 게 당연하죠. 그런데 가려움이 점점 줄어들고 아토피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니 아이들도 유기농의 필요성을 인정하더군요."

이경남 "그 집도 그래요? 우리 집도 그런데. 우리는 유기농으로 비염을 치료했어요. 물론 완전히 치유됐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거의 치료된 거나 마찬가지예요."

장미현 "전 유기농 안하는데, 유기농이 그렇게 좋은 건가요? 요즘 대기 오염 때문에 아토피나 비염, 각종 피부 알레르기 때문에 정말 골치 아프잖아요. 그걸 유기농으로 고쳤다는 얘길 들으면 유기 농산물이 무슨 만병통치약 같아요."

박미화 "우리 몸이 원래 농약이나 중금속에 오염된 먹을거리를 거부하게 만들어졌지만 할 수 없이 그런 것에 노출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면역이 약한 사람들은 아토피나 비염에 걸리는데 유기농이 우리 몸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 같아요. 가끔 TV에서 장수하는 어르신들 이야기를 보면 다 그렇더군요. 매끼 진수성찬을 드시는 게 아니라 그저 된장에 김치, 그리고 손수 가꾼 채소만 드신다잖아요."

집밥만 좋으면 뭘해? 급식도 유기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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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숙 "학교 앞 문구점에 가면 정말 기가 막혀요. 온통 기름투성이 과자들은 봉지를 열었더니 역한 냄새에 숨을 쉴 수가 없더라고요." ⓒ 김정혜

- 그런데 실컷 집에서 유기농 먹여봤자 집 밖에 나가면 나쁜 먹을거리 천지잖아요.
이경남 "일곱살짜리 우리 아이들 꿈은 좋은 과자 공장 사장이에요. 과자가 몸에 해로우니 먹지 말라고 했더니 몸에 해로운 걸 어른들은 왜 만들며 만들어 놓고 먹지 말라는 건 또 무슨 이유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자기는 나중에 커서 아이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좋은 과자 만드는 과자 공장 사장이 되고 싶대요."

박희숙 "백번 맞는 말이에요. 아이들이 과자도 마음놓고 먹을 수 없는 세상을 우리가 만든 거잖아요. 학교 앞 문구점에 가면 정말 기가 막혀요. 정말 조잡하게 만들어진 불량과자 천지예요. 온통 기름투성이 과자들은 봉지를 열었더니 역한 냄새에 숨을 쉴 수가 없더라고요. 과자 공장 사장이나 문구점 주인들이나 다 자식 키우는 부모들일 텐데…."

송양빈 "학교에서도 유기농 급식을 하면 정말 좋겠는데 아무래도 예산 때문에 어려운가 봐요. 유기 농산물이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생협 같은 데를 이용해 대량 구매를 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거든요. 또 유기농 급식을 하지 않는 학교의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유기농 급식을 하려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대요."

유기농 찾기 전에 죽은 땅부터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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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화 "전 시중에 나와 있는 친환경 농산물 안 믿어요. 농약도 안 쳤는데 어떻게 그렇게 고와요? 어릴 때 우리집 텃밭에서 나던 것들은 온통 벌레가 파먹어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거든요." ⓒ 김정혜

- 유기농으로 아이들을 건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땅이 더이상 오염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박희숙 "무엇보다 완벽한 유기농을 위해서는 오염된 땅을 되살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더 이상 땅이 오염되지 않게 하는 것도요."

송양빈 "맞아요. 더 이상 땅을 오염되지 않게 보존하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주부들의 역할도 크다고 봐요. 하다못해 설거지할 때 쓰는 세제 하나만 바꾸어도 큰 역할을 하죠. 전 요즘 'EM'이라고 쌀뜨물 발효액을 주로 사용하는데 번거롭긴 해도 환경오염을 막으니 뿌듯하죠."

이경남 "저도 요즘 그거 사용하고 있어요. 그게 워낙 용도가 다양하잖아요. 설거지뿐만 아니라 머리 감을 때나 청소, 빨래할 때도 아주 유용하죠. 사실 그거 만들려면 아주 번거로워요. 그런데 아파트의 경에는 주민 10%만 사용해도 수질을 되살리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고 한층에 3가구만 사용해도 아래층에선 하수구 냄새가 사라진다고 해요. 어차피 사용하는 세제, 번거로워도 유기농 세제를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요?"

장미현 "공장에서 나오는 공업용 폐수도 무시할 수 없죠. 기업들이 이윤에만 열 올리지 말고 첨단 정화작용이 가능한, 좀 더 안전한 생산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이경남 "과거에는 개발하고 발전하는 것에만 주력했잖아요. 이제는 환경을 생각할 때죠. 땅만 되살린다고 오염된 자연이 저절로 정화되는 건 아니잖아요. 주부는 주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환경 정화를 위해 노력해야겠죠."

정부, 유기농 가까이 하기 운동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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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남 "전 유기농 정착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봐요. 정부가 땅을 되살리고, 오염된 자연을 회복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해요." ⓒ 김정혜

장미현 "유기농작물이 신뢰성을 확보한다고 해도 여전히 접근도는 떨어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유기농 매장은 찾아가기가 불편해요. 유기 농산물은 제철의 것을 신선할 때 먹어야 좋다고 하던데, 그러자면 자주 유기농 매장을 가야 하잖아요? 일부러 그렇게 하자니 불편하기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고요."

송양빈 "그래도 우리는 매장에 가기만 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먹을거리를 사기까지 생산자나 생협 관계자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는데요. 그래서 늘 생각해요. 조금은 불편하고 비싸도 유기농을 먹자고요. 유기농 정착을 위해 애쓰는 농부들에게 보답하는 건 그 분들이 생산하는 먹을거리를 많이 그리고 열심히 먹는 거라고 말이죠."

이경남 "전 유기농 정착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봐요. 정부가 땅을 되살리고, 오염된 자연을 회복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해요. 그리고 지금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유기농 관련 단체들도 한데 뭉쳐야 해요. 완전한 유기농 정착을 위해 서로 연대하고 공생해야 해요. 지금 많은 기업들이 유기농 사업에 뛰어들고 있잖아요. 그래서 유기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기도 하고요. 흩어진 유기농 단체들이 한데 뭉쳐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와 생산자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M 쌀뜨물 발효액 만들기 및 활용 방법

EM(Effective Micro-organisms)은 '유용한 미생물들'이란 뜻으로 광합성세균·효모·유산균·누룩균·방선균등 80여종의 미생물이 들어 있어 악취 제거, 수질 정화, 금속과 식품의 산화 방지, 남은 음식물의 발효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쌀뜨물은 예로부터 식기 세척, 식물 재배 등 그 유용성이 다양했으나, 지금은 그대로 버려져 부패된 환경 속에서 생활하수의 주 오염원이 되고 있다.

▲ 쌀뜨물 발효액 만들기

① 쌀뜨물 1.5㎖+설탕 2큰술(백설탕, 황설탕, 흑설탕, 물엿 등)+ EM(PET뚜껑으로 4~5개)+천일염 1티스푼
② 위 재료를 잘 혼합하여 밀폐한 다음 상온에서 여름에는 1주일, 겨울에는 10일 정도 둔다. (2~3일에 한번씩 가스를 빼 준다.)
③ 냄새가 시큼하고 막걸리 냄새와 비슷하면 성공한 것이다.
④ 쑥·허브·인삼·녹차 등을 첨가할 수 있으며, 병충해 방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술·식초·마늘 등을 넣기도 한다.

▲생활 활용법
① 행주·도마·칼 등을 발효액에 담가두면 유해한 균이 억제된다.
② 액체 세제(주방 세제·샴푸)에 발효액을 4:1로 희석해 사용하면 액체 세제로 인한 수질 오염을 막는 데 기여한다.
③ 발효액을 스프레이 용기에 넣어서 냄새가 나는 주위에 뿌린다. 냉장고에 뿌리고 닦아주기도 하고 싱크대· 하수구·신발장·화장실 변기에도 사용한다.
④ 화장실의 타일에 쌀뜨물 발효액을 뿌려 주고 닦으면 물때나 검은 곰팡이가 제거된다.
⑤ 화분에는 1000배 희석, 어항에는 1만배 정도 희석해서 뿌려 주면 물을 자주 갈아주지 않아도 되며, 물고기도 건강해진다.
⑥ 세탁시 10배 정도 희석한 물에 5~6분간 담가 두었다가 빨래를 하면 세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여의치 않을 땐 마지막 헹굴 때 넣어도 좋다.
⑦ 목욕물은 1000배, 가습기에는 500배, 무좀·습진에는 100배 정도 희석하여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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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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