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시민단체엔 정보공개 싫어?

수원경실련 공개신청에 또다시 비공개 결정 논란

등록 2007.06.26 10:47수정 2007.06.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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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가 시민단체에서 공익목적으로 청구한 행정정보에 대해 비공개·늑장공개로 행정소송을 당해 패소하는 등 연이어 말썽을 빚고도 최근 또다시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요구에 비공개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경실련은 지난 5월 7일, 시내버스 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의 타당성 여부 등을 검증하기 위해 수원시가 지난 2004년 한국산업경제개발원에 용역을 맡겨 완료한 '운송수입금 및 운송실태조사 용역결과 보고서'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수원시 담당 부서인 교통행정과는 이 용역보고서의 비공개 결정을 내린 뒤 지난 5월 30일 수원경실련에 통보했다. 수원시는 비공개 사유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에 따라 법인 등의 영업상 비밀과 이익침해에 해당되고, 업체에서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수원경실련은 수원시가 정보공개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지난 2005년 시내버스 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내역에 이어 또다시 정보 비공개결정을 내렸다고 반발하며 25일, 이의신청서를 수원시에 제출했다.

수원경실련은 이의신청서를 통해 "수원시의 정보 비공개 사유는 공무원의 자의적인 정보공개법 해석과 행정편의주의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용역보고서의 내용을 모두 공개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수원시는 지난 2005년 9월에도 수원경실련이 정보공개를 청구했던 시내버스 업체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내역에 대해 이번과 똑같은 사유를 내세워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가 행정소송을 당했으며, 지난해 11월 소송에서 패소한 뒤 정보를 공개한바 있다.

수원경실련은 "수원시가 비공개 사유로 내세운 정보공개법 제9조 7항의 '법인 등의 경영, 영업상 비밀과 이익침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지난해 행정소송 판결문과 행정자치부의 정보공개 세부기준 매뉴얼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운수회사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 내역과 적자노선 실태 등이 유·무형의 영업비밀에 해당되고, 공개될 경우 운수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한다는 수원시의 비공개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정보가 공개될 경우 사실상 운수업체의 불이익이 있다고 해도 정보공개로 달성될 공익과 비교할 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는 법원이 운수업체의 영업비밀이나 이익침해보다 공익적 가치를 더욱 중요하다고 인정한 셈이다.


행자부도 정보공개 세부기준 매뉴얼에서 "영업비밀이 정보공개법에서 참조는 되지만 구속을 받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수원경실련은 "법원의 판결과 행자부의 해석은 단순히 영업상 비밀이라는 근거로 정보공개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며 "공익적 목적에서 청구된 수원시 용역보고서 역시 같은 뜻에서 해석되고 공개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수원경실련은 수원시가 또 다른 비공개 근거로 내세운 정보공개법 제11조 3항의 제3자 의견청취와 관련해 업체들이 모두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사유도 잘못된 자의적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행자부 정보공개 매뉴얼에는 "공공기관은 제3자의 의견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며, 제3자의 의견만을 근거로 정보를 비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행자부는 지난 5월, 전남 함평군이 나비축제 예산 및 결산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한 시민단체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린 사건과 관련한 유권해석에서 "제3자의 의견청취는 참작을 위한 것이지, 그 의견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함평군이 제3자의 비공개 요청을 사유로 정보를 비공개 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수원시는 수원경실련이 청구한 정보공개에 대해 정확한 법령해석과 객관적 판단이 요구되는데도, 정보공개심의회를 거치지 않고 교통행정과 담당 공무원 등 몇 사람의 의견에 따라 비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수원시의 정보공개행정이 일부 공무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현행 정보공개법 시행령 제11조는 정보공개심의회를 설치하고, 공개 청구된 정보의 공개여부를 결정하기 곤란한 사항이나 이의신청 등을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원경실련 관계자는 "수원시가 지난해 행정소송에서 패소하고도 공익목적을 위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똑같은 사유로 비공개 결정을 남발하는 것은 관련 공무원들의 의식과 심의기구의 기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이의신청이 기각될 경우 행정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원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수원경실련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일부 간부들의 의견을 듣고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의신청 건에 대해서는 내부 의견을 다시 수렴해 당초대로 비공개 의견이 우세할 경우 정보공개심의회에 상정해 최종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앞서 수원시는 수원경실련이 지난해 9월 정보공개를 청구한 아파트분양가와 관련된 행정정보에 대해서는 공개결정을 하고도 5개월 이상 자료를 송부하지 않고 미뤄오다 지난 2월 담당공무원의 징계요구서가 제출되는 등 문제가 되기도 했다.
#수원시 #정보공개 #수원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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