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뒤집힌 '합심'의 약속

[유창선 칼럼] 이명박의 '탈 네거티브', 제대로 하려면

등록 2007.06.26 18:29수정 2007.06.2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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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이혜훈 대변인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요신문이 보도한 이명박 후보의 친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소유한 `다스` 소유 회사의 부동산 매입 및 뉴타운 지정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이혜훈 대변인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요신문이 보도한 이명박 후보의 친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소유한 `다스` 소유 회사의 부동산 매입 및 뉴타운 지정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서로 앙금이 쌓였다는 기사를 보면 이해가 안 된다."

25일 저녁 있었던 한나라당 대선주자 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꺼낸 이야기다. 그동안 이명박 전 시장측과 그렇게 험하게 싸워오고서도 태연히 이런 얘기를 하니,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 말 또한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어찌됐든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합심키로 했다"고 다짐했다. 그렇지만 아니나 다를까. 화해의 만찬에서 이루어진 '합심'의 약속은 24시간도 지켜지지 못한채 깨지고 말았다.

공격 재개한 박근혜 캠프

날이 밝자, 박 전 대표측은 이 전 시장의 친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공동소유한 '다스' 소유 건설시공사의 부동산 매입 및 뉴타운 지정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재개했다. "화합 다짐과 검증은 별개"라는 논리도 뒤따랐다.

뿐만 아니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오늘도 여러 의원들이 나서 이 전 시장을 향한 검증공세를 이어갔다. 양 진영의 설전이 재개된 상황을 지켜본 한나라당 당직자의 입에서는 "마이동풍, 우이독경"이라는 한숨이 나왔다.

그러던 와중에 관심을 모으는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이 전 시장이 "상대 캠프를 상대로 당내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것을 모두 취하키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앞으로 당내 경선에서 경쟁하면서 국민 보기에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두 진영의 네거티브 공방에 대한 당 안팎의 시선이 곱지않은 마당에, 박 전 대표측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선두의 위치를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서로가 상처를 입는 이전투구식 대결보다는 포지티브를 추구하는 모습을 부각시키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측의 의혹제기에 대해 이 전 시장측은 "해도 너무한다"고 분을 삭이지 못하면서도 맞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이같은 '탈(脫) 네거티브' 선언이 언제까지 지켜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합심과 검증은 별개"라는 논리로 무장한 박 전 대표측의 공세 앞에서 무한한 인내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이 밝힌 윤리위 제소 철회 방침은 일단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동안 네거티브전으로 점철되어왔던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처음으로 보게되는 '탈 네거티브' 행동이기 때문이다.

'탈네거티브' 하려면 일관되게 해야

하지만 이 전 시장측에게 필요한 것은 당내용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선 발상의 전환이다. '대운하 보고서' 수사에 대해 이 전시장측이 취하고 있는 구태의연한 대응방식을 보면 그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이 전 시장측은 보고서 유출 경찰수사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수사주체를 대검으로 변경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유통의 배후에 박 전 대표측이 있다는 의혹도 거듭 제기했다.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경기경찰청에 사건을 넘겨 놓고 일일이 수사지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건의 전개방향과 수사범위까지 제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수사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다.

의혹이 남는다면 야당 대선주자의 캠프로서 할 수 있는 주장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못하는 의혹제기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꼬리자르기식 수사'라는 주장, 박 전 대표측의 배후의혹, 청와대의 수사지휘 주장, 이 모두가 설득력있는 근거가 제시되지 못한채 전개되는 정치공세의 모습을 띠고 있다.

대운하 보고서 유출 문제를 청와대, 그리고 박 전 대표측과의 대결구도로 끌고가기 위해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만한 대목이다. 경찰수사가 시작된지 며칠되지 않았기에, 아직은 수사결과를 더 지켜보아야 할 때이다.

이 전 시장측이 당내 경선을 포지티브한 방향으로 끌고가겠다면 이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같은 좋은 생각이 당내 경선에 국한될 이유는 없다. 당내에서는 네거티브를 지양하겠다면서 대운하 보고서 유출 수사같은 대외적 사안에 대해서는 '아니면 말고' 식의 과거형 접근으로 일관한다면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 전 시장의 아킬레스건은 과거시대형 리더십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성장'을 이끌 리더십은 인정받으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새롭고 진취적인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이 두터운 의구심의 벽을 넘어서느냐 여부에 그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운하 보고서 유출 수사에 대해서도 과거 야당식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재현할 것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과거식 정치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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