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쥐페 전 프랑스 총리(마이크를 든 사람). 사진은 정당 불법자금 조달로 유죄판결을 받은 후인 2004년 2월 2일 보르도 시청 뜰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모습.AP=연합뉴스
대중운동연합이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함으로써 사르코지 대통령이 별 어려움 없이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원론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총선에서 좌파 의석이 25% 증가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총선 1차 선거 전날 경제부 장관이던 보를루가 한 발언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반응이 이런 식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다.
보를루 장관은 정부가 '사회적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19.6%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사회적 부가가치세'라는 이름으로 부가가치세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국무총리는 사회적 보호를 위해 5% 정도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데 2008년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고용주들이 갹출했던 것을 부가가치세로 대치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국가에 많은 비용을 내야했던 고용주들의 부담을 줄이고 그 대신 모든 국민이 그 비용을 분담하자는 것이었다.
좌파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사회당 후보들이 내건 슬로건 중에는 "6월 17일, 24.6%의 부가가치세를 반대하는 투표를 하자"는 것이 있었다. 사회적 부가가치세를 반대하는 사회당에 표를 달라는 내용이었다.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은 우파에게 많은 의석을 내줘서는 안 된다며, 1차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2차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강하게 호소했다.
'사회적 부가가치세' 발언으로 국민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눈치 챈 사르코지 대통령은 2차 선거가 있기 이틀 전에 "국민의 구매력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는 부가가치세 증가 방안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렇게 선언했음에도 프랑스 국민의 구겨진 기분은 펴지지 않았다. 당시 CSA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60%가 이 정책에 반대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2차 선거에 불참한 사람이 1차 선거 때만큼이나 많았다는 것이다(프랑스 총선은 1차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온 선거구에서는 당선자가 확정되지만, 그렇지 않은 선거구에서는 득표율 12.5% 이상의 후보들이 2차 선거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업주 부담 떠넘기려다 표 갉아먹은 우파
그러나 1, 2차 선거에 불참한 사람들의 성향이 같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차 선거에서 우파가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우파 시민들이 많이 불참했다면, 1차에 불참했던 많은 좌파 시민들은 2차에는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1차 선거에서 이미 100여명의 우파의원이 선출된 것에 비해 좌파의원은 단 한 사람만이 당선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좌파의석 증가 원인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다수 프랑스 국민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끌어들이는 개인적 역량에 힘입은 바가 컸다. 그러나 577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의 경우 많은 사람이 경쟁하기 때문에 대선 당시 사르코지처럼 카리스마를 국민에게 집중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후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비록 많은 후보가 사르코지 선출에서 힘을 얻긴 했지만 말이다.
아니면 이런 해석은 또 어떨까? 그동안 사르코지 정부를 눈여겨봤던 국민에게 처음의 열광을 감소시킬만한 요소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을 던져볼 수도 있다. 새로운 것을 추구했던 국민이, 새로운 인물을 선출하긴 했어도 결과는 이전과 다를 게 없다는 결론을 얻은 것은 아닐까?
이는 마치 충동구매와 비슷하다. 어떤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그 물건 덕분에 삶이 달라질, 즉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물건을 손에 넣었어도 결국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구매한 후에나 확인되는 법이다.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사회당을 비롯한 좌파 정당은 다시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별로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당권 노리는 루아얄 "대선 당시 진보공약, 내 생각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