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의 오늘, 색을 쓰다'가 전시되고 있는 경기도미술관 전경.이정하
"700원 이라는 돈도 아깝다.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아 산만한 느낌만 준다."
지난 22일 '박서보의 오늘, 색을 쓰다'를 관람하기 위해 안산시 초지동 화랑유원지 내 경기도미술관을 방문한 이연정(27)씨. 15분여 만에 관람을 마치고 나온 이씨는 "관람료로 지불한 700원도 아까울 지경"이라며 얼굴을 붉혔다.
이씨는 "넓은 공간에 작품이 몇 점 없는 것은 여백의 미로 이해할 수 있지만 적어도 벽면에 수두룩한 못 자국과 곳곳에 난 균열은 감춰야 할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에서 가족들과 함께 미술관을 찾은 주부 이미현(39)씨도 "시끄러운 공사소음과 전시도우미들의 불친절한 태도가 불쾌했다"고 말했다.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2층 전시실(3063㎡)의 전체 규모에 비해 작품전시나 공간 활용 등 관람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 전시관 바닥이 나뭇가지처럼 갈라져 흉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작품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관람 중에도 하자 보수공사가 계속돼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며 산만한 전시환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열악한 전시환경 때문에 관람객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미술관을 찾은 22일과 26일 경기도미술관에서 관람객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도슨트(전시도우미) 3~4명만 한 곳에 모여 얘기를 나눌 뿐이었다.
이는 최근 불거진 경기도립미술관 부실공사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10월 25일 개관한 경기도미술관은 준공 7개월 만에 천정에서 비가 새고 벽면에 금이 가는 등 부실공사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개관 이후 시공업체 쪽에서 수차례 하자보수 공사를 하고도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가 259억원의 예산을 들여 연면적 8277㎡, 지상 2층 규모로 지은 최고급 건축물이 '하자 덩어리'로 전락한 셈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11일 경기도의회는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꾸려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립미술관의 계약과 설계, 발주에서부터 감리, 완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에 대한 진상조사특위의 조사가 마무리되면 부실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하지만 미술관 부실공사의 여파는 당장 관람객들의 불만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