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봉과 마역봉, 동화원과 조령관

월악산 국립공원 취재기 ②

등록 2007.06.28 13:41수정 2007.06.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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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봉 정상에서 바라 본 월악산 연봉: 왼쪽 끝 뾰족하고 높은 봉우리가 영봉이다.
신선봉 정상에서 바라 본 월악산 연봉: 왼쪽 끝 뾰족하고 높은 봉우리가 영봉이다.이상기
신선봉에서 하산하는 길은 세 방향으로 나 있다. 하나는 서쪽으로 가 고사리로 내려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쪽 조령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동쪽으로 가 마역봉을 지나 백두대간을 타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쪽이나 남쪽 방향으로 내려가지만, 신선봉에서 마역봉을 지나 부봉과 포암산에 이르는 월악산 남릉을 타기 위해서는 동쪽으로 가야 한다.

신선봉에서 마역봉 가는 길은 비교적 완만한 내리막이다. 그것은 마역봉(927m)이 신선봉보다는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간에 봉우리가 두어 개 있어 두세 번 오르락내리락 해야만 마역봉에 이를 수 있다. 신선봉에서 마역봉까지는 2.5㎞로 1시간쯤 걸린다.


중간에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중간탈출로로 쓰인다. 이곳에서 약 10분쯤 가면 특이한 모양의 바위를 만날 수 있다. 끝이 뾰족해 보이기도 하고 사람의 얼굴 형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 바위를 신선봉에 오르기 전에 만난 할미바위와 대비되는 이름인 할배바위라고 붙여주고 싶다.

신선봉에서 마역봉 가는 길에 만난 할배바위(좌)/기어가는 거북이 형상의 거북바위(우)
신선봉에서 마역봉 가는 길에 만난 할배바위(좌)/기어가는 거북이 형상의 거북바위(우)이상기
이곳에서 다시 동쪽으로 10분쯤 가면 편마암으로 된 길쭉한 모양의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전체적인 형상이 기어가는 거북이를 닮았다. 그래서 이 바위에는 거북바위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거북바위를 지나 5분쯤 가면 마역봉이 나온다.

마역봉은 새재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월악산 남릉이 만나는 지점이다. 마역봉에서는 남쪽으로 아주 가까이 조령 3관문이 보이고, 조금 멀리 조령산 연봉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우리가 지나온 신선봉이 아주 가까이 있다. 북쪽으로는 월악산 연봉이 남북으로 펼쳐져 있고, 동쪽으로는 부봉과 월악삼봉을 거쳐 포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이 동서로 펼쳐져 있다.

마역봉 동쪽으로 펼쳐지는 백두대간 능선
마역봉 동쪽으로 펼쳐지는 백두대간 능선이상기
마역봉에서 하산하는 길 역시 세 방향으로 나 있다. 남쪽으로 가면 조령3관문이 나오고, 북쪽으로 가면 지릅재에 이르며, 동쪽으로 가면 조령산성의 북쪽문인 북암문으로 이어진다. 북암문은 북쪽의 지릅재와 남쪽의 동화원을 잇는 고개마루의 문으로 돌로 축대를 쌓아 만든 방어성 진지이다.

북암문 좌우로는 산성의 흔적이 잘 남아있다. 능선을 따라 쌓은 자연스럽게 쌓은 석성으로 높이는 1m쯤 된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차단성이기 보다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는 은폐성의 성격이 강하다. 마역봉에서 북암문까지는 약 1㎞로 내려가는 데는 50분 정도 올라가는 데는 1시간 남짓 걸린다.


북암문 좌우의 산성
북암문 좌우의 산성이상기
북암문에서 동화원으로 내려가는 길은 아주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조선시대 관문을 지키는 이졸(吏卒)들의 간섭을 싫어했던 서민들이 이 길을 자주 이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길 양쪽으로는 산죽들이 자생하고 있다. 산죽은 월악산 남릉에 광범위하게 자생하고 있는데, 5월에는 꽃이 피기도 한다.

동화원까지는 1.3㎞로 길이 아주 평탄해 4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동화원은 옛날 새재길을 다니던 과객들이 묵던 주막이었다. 현재는 관광객과 등산객을 위한 식당과 매점으로 쓰인다. 대부분 등산객들이 많으며, 이들이 음식이나 술을 먹기도 하고, 음료수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조령 제2관문인 조곡관이 나오고, 위로 올라가면 조령 제3관문인 조령관이 나온다. 전략적으로 볼 때는 고개 마루에 위치한 3관문이 더 중요하다. 동화원에서 조령관까지는 큰 길이 나 있어 15분 정도 걸린다.

큰 길 옆으로 소로인 장원급제길이 있으며, 이 길을 따라서 과거 시인 묵객들의 시가 나무판에 새겨져 길 옆 나무 위에 걸려 있다. 구봉령(具鳳齡: 1526-1586)이 객지인 서울에서 벼슬을 하다 고향 땅인 경상도로 접어들며 이곳 새재에서 읊은 시 한 수를 소개한다.

새재를 넘으며 踰鳥嶺

서울에서 나그네 슬픔 몇 해이던가 旅愁京洛幾年春
조령 넘는 지금 기분 상쾌하여라. 過嶺如今發興新
이로부터 고향 땅을 밟게 되거니 自從踏得鄕關土
초목조차 친구처럼 나를 반기네. 草樹相看亦故人

동화원에서 조령관 가는 길에 만난 살아있는 자연: 다람쥐(좌)/정말 오랫만에 보는 자연 속의 새알: 어떤 새의 알일까?(우)
동화원에서 조령관 가는 길에 만난 살아있는 자연: 다람쥐(좌)/정말 오랫만에 보는 자연 속의 새알: 어떤 새의 알일까?(우)이상기
문경새재는 그 역사만큼이나 시와 노래가 많다. 조곡관과 조령관 사이에 있는 문경새재 노래비에는 다음과 같은 노랫말이 새겨져 있다. 노래의 내용이 진도아리랑의 변형으로 보인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홍두깨 방망이 팔자 좋아
큰 애기 손질에 놀아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문경새재 넘어갈제
구비야 구비야 눈물이 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덧붙이는 글 | 월악산 국립공원 지역의 자연 지리, 인문 지리를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그리고 월악산을 등산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도 실을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월악산 남릉 산행을 시작했고, 동쪽과 서쪽 능선으로 산행을 확대하고 있다. 15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가능하면 가을까지 월악산 전체를 다뤄보고자 한다. 그러면 연재회수도 늘어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월악산 국립공원 지역의 자연 지리, 인문 지리를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그리고 월악산을 등산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도 실을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월악산 남릉 산행을 시작했고, 동쪽과 서쪽 능선으로 산행을 확대하고 있다. 15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가능하면 가을까지 월악산 전체를 다뤄보고자 한다. 그러면 연재회수도 늘어날 것이다.
#신선봉 #마역봉 #할배바위 #북암문 #동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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