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덩어리, 골재라며 돈을 받고 판다?

[재반박 ②] 이명박 캠프, 수질개선용 하천준설 사례 밝혀라

등록 2007.06.30 18:22수정 2007.07.1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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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6월17일 오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 설명회'에서 대형 홍보용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 캠프 한반도대운하추진본부 박승환 본부장의 반박이 또 있었다. 성명은 "환경운동연합에는 아마 환경전문가가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비난하고, 자신들이 "제시해준 학술논문 등을 포함하여 최소한의 자료조사나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기사를 작성함으로써 스스로가 무식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필자를 조롱했다.

하지만 우리 단체의 체면을 생각해 감정은 자제하고, 이 후보의 '낙동강 썩은 흙 퍼포먼스'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글을 쓰기로 했다. 경부운하를 선전하기 위해 부산 시민들의 식수원을 "수질오염 때문에 토양까지 썩었다"고 호도하고, "이래서 낙동강 물을 식수로 믿고 못 마시는 것"이라고 주장한 이 후보의 경솔과 무책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반박은 '하상 준설이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이명박 캠프 주장의 허구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이 후보가 팠던 흙이 '개흙(갯벌)인지 썩은 흙인지 현장에 가서 확인해 보자'는 제안에 대해 딴 소리만 하고, '방문지점 환경이 낙동강 30km 상류에 위치한 부산시 취수원과 같은 곳인가'에 대해서도 불필요하게 말을 꼬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들은 환경연합이 별도의 방법으로 시민과 확인할 계획이다.

[쟁점①] 하천 준설하면 수질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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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6월22일 오후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낙동강 하구에 쌓인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우선, 하천을 준설하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주장은 심각한 과장이다. 이명박 캠프에서는 "오염된 하상퇴적토를 준설하는 것은 하천 바닥을 청소하는 효과가 있으며, 이를 통해 하상퇴적토 내에 존재하는 중금속이나 미량 유해물질 등을 함께 제거함으로써 유해물질에 의한 하천수질 악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상식적인 내용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런 사례는 찾기 어렵다.

준설을 통한 정화라는 방법은 오염퇴적물 관리의 최후 수단이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주변 수생태계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식용하는 어패류에서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하천에 중금속이 고도로 농축되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준설부터 검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도리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참고로 네덜란드가 오염퇴적물 정화기준으로 삼고 있는 중금속 함량은 Cd 30ppm, Cr 1000ppm, Cu 400ppm, Ni 200ppm, Pb 1000ppm, Hg 15ppm, Zn 2500ppm인데, 이는 이 후보측에서 주장하는 낙동강의 중금속 농도보다도 대략 10배 정도 많다.

그리고 이명박 캠프는 "이미 태화강과 형산강의 준설사업이 수질개선효과가 매우 컸다는 사실은 공지의 사실"이라고 하천 준설의 사례를 들었다.

하지만 울산 태화강 수질 개선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2400억원을 들여 진행한 하수관거의 정비, 오수 유입의 차단 등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최근 10여년 사이에 우리나라 도시하천의 수질들이 개선된 이유와 비슷하다. 반면 태화강 하상준설 및 하도정비공사는 치수 및 재해예방을 목적으로 진행된 사업이며(04~07년), 준설과정의 2차오염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쟁점②] 오염원 관리 없이 수질 개선이 가능한가

둘째, 오염원 관리 없는 수질개선이란 있을 수 없다. 오염원의 유입을 막겠다는 대책 없이 준설만 하겠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퇴적되는 오염물에 대해 반복적으로 준설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물이 정체되면 퇴적이 더욱 활발해 지는데 하상을 준설해야할 만큼 수질이 오염됐다면서, 운하를 막아 물을 정체시키자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그런데도 이명박 캠프는 준설의 효과만 과장하고 오염원 관리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않는다. 도리어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약속하고, 급기야 국민들이 낸 물이용부담금(상수원 관리와 상수원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보상하기 위해 마련한 기금으로, 수돗물 사용량에 대해 부과함. 현재 서울시의 경우 수돗물 1톤 당 물이용부담금은 160원)으로 수질관리를 위해 구입한 강변의 부지조차 매각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상류에 대한 오염원 관리를 포기하고 수변 지역의 개발을 적극 장려하겠다는 뜻이다. 상류에 공장이 들어서든, 도시가 들어서든, 강가에 관정을 뚫어 강변여과수만 먹으면 문제없다는 식이다. 이명박 캠프의 주장대로라면 이렇게 간단한 방법조차 몰랐던 정부와 전문가들은 참으로 무능한 사람들인 셈이다.

4대강 특별법을 마련하고 지금과 같은 수질 관리 정책을 마련하는데, 낙동강 페놀사건이 발생했던 91년부터 17년의 세월과 30조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됐다. 그런데 이 후보는 이 모든 것을 경부운하를 위해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다. 수십 년간의 어려운 사회적 협의와 갈등을 통해 정착시켜 온 수도 정책을 순식간에 벌집 쑤셔 놓은 것처럼 만들고 있다. 이제 경부운하가 추진되면 나라가 온통 이명박 캠프의 실험장이 될 판이다.

[쟁점③] 중금속 덩어리를 골재로 판매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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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모래채취 ⓒ 환경운동연합

셋째, 하상 퇴적물이 중금속덩어리라면서 골재로 판매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명박 캠프는 성명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낙동강 수질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수십 년간 청소되지 않고 하천바닥에 누적되어 있는 하상 퇴적물이다. (중략)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산업폐수 속에 포함된 중금속 등을 함께 운반하여 낙동강 중하류에 과도한 퇴적층을 형성시켰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중금속 등의 오염물질이 포함된 하상퇴적층은 점점 깊이를 더해가고 있으며, 강우 등의 외부 교란 요인이 있을 경우에 중금속 등의 유해오염물질을 하천수계로 유출 시키고 있다."

이명박 캠프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하상퇴적물을 지금 당장 처리해야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오염이 심한 물질이라면, 당연히 특정폐기물로 관리해야하고, 특정폐기물처리업체를 통해 폐기 처분해야한다. 그런데도 이명박 캠프는 이를 골재로 판매하고 거기서 수입을 남기겠다니, 이런 이율배반이 어디에 있는가?

[쟁점④] 물량이 많아지면 저절로 수질 개선되나

넷째, 하상을 준설해 퍼클로레이트(ClO4, 과염소산염)와 같이 알려지지 않은 다수의 유기화합물 대책으로 삼겠다는 것도 옳지 않다.

이명박 캠프는 처음에 이들 물질은 "중금속과 마찬가지로 하천 내의 자정작용에 의해서는 거의 분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오염된 물질을 그대로 방치하여 자연치유하자는 것이 진정 환경을 보호하는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었다.

하지만 "퍼클로이드나 항생제 등의 의약품은 퇴적물 속이 아니라, 물 속에 녹아서 존재한다"고 반박하자, 이명박 캠프는 이렇게 말을 바꿨다.

"경부운하 사업의 하상 준설은 낙동강 수심을 6m 수준으로 깊게 함으로써 낙동강의 저수용량을 현재보다 2.5배 이상 크게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중략) 현재 10μg/L 내외의 농도로 검출된 퍼클로레이트의 경우, 낙동강 수량이 현재보다 2.5배 정도 증가한다면 퍼클로레이트의 농도는 4μg/L 정도로 예측되며 (중략)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음용수 규제기준 4μg/L를 만족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하상 준설이 아니라 물이 많아져서 수질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 논리 역시 틀렸다. 운하를 만들면 수량은 늘어나겠지만, 강물의 속도는 5~10배 정도 느려진다. 따라서 오염물질의 농도를 줄이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즉 운하 이용을 위해서는 더 많은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흘려보낼 물은 줄고, 그렇게 정체된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가 경부운하 건설 시, 낙동강 수질이 현재보다 세배 이상 악화되고, 상수원으로서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러한 우려를 학문적으로 검증한 것이다.

[쟁점⑤] 한강 수질은 왜 향상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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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해평습지 ⓒ 환경운동연합

다섯째, 운하 건설이 수질악화와 상관없다며 예로 든 한강의 사례는 적절치 않다. 이명박 캠프는 주장한다.

"한강은 보에 의하여 가두어진 물이다. 그러면 이물은 썩어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그 부분 한강의 준설과 풍부한 수량으로 수질이 개선되었다. 현재 잠실 수중보 인근에서 상당한 량을 취수 하고 있다."

'흐르는 물을 가두었을 때 수질이 악화된다'는 주장을, '그럼 가둔 물은 모두 썩었다는 것이냐'로 둔갑시킨 것은 논점을 흐린 것이다. '백두산 천지가 고인 물인데도 1급수다'라는 이 후보의 발언도 이런 논법의 연결 선상에 있다. 하지만 한강 수질의 핵심은 풍부한 수량이 아니라, 상류 지역의 강화된 수질 관리에 있다. 보로 막아서 깨끗해진 게 아니라 하수관로를 깔아 하수를 처리하고, 상수원의 오염원을 규제하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배연재 교수(한국육수학회 부회장)는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1980년대에 진행된 한강종합개발 이후 한강 본류의 구간은 근본적인 서식환경의 변화를 초래했으며, 그곳에 서식하는 저서무척추동물상은 크게 변화하였다. 즉 한강 종합개발은 고수부지의 평탄화와 직강화, 그리고 하천 바닥의 준설을 동반하여 서식처의 큰 교란을 초래하였다.

그리하여 하천의 연안대에 주로 서식하는 큰척추동물은 크게 감소하여 한강종합개발 이후 저서무척추동물 다양성이 공사 이전의 약 20~60% 수준으로 감소하였으며, 회복된 군집도 깔다구류 등 정체 수역에 내성이 강한 종으로 대체되었다."


"다시 한번 부탁한다... 개흙인지 썩은 흙인지 공동 조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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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지류인 영강 ⓒ 환경운동연합

마지막으로 기존의 연구들이 '낙동강의 중금속 오염 심각성을 확인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필자는 이명박 캠프에서 거론했던 '낙동강 중금속 오염을 증명'하는 핵심 자료인 <낙동강 퇴적물 내 중금속 존재 형태 및 용출 가능성>(황경엽, 정유연, 박성열, 정제호, 김영훈, 신원식, 황인성, 2006. 10)에 대해 검토했다.

하지만 보고서의 결론은 '자연 상태에서 중금속의 영향은 별로 없고, 홍수시기에 일부 지역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도였다. 준설의 필요성은 거론도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퇴적물의 물리적 변화가 일어날 경우, 즉 하천을 준설하는 과정에서 중금속이 용출될 수 있으므로 준설이 곤란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논문이었다.

또 공동 저자 황인성 교수의 지도를 받은 신OO 학생의 부산대 환경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2006. 8) <낙동강 퇴적물 내 중금속 존재형태 및 용출에 관한 연구> 역시, 심각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교수님들의 연구방법과 연구대상을 똑같이 쓴 결과, '낙동강에 분포한 중금속의 오염 정도가 하천 생물들에게 위해를 끼칠 정도가 아니며, 자연 상태에서 수생태계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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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구미구간 ⓒ 환경운동연합

필자는 명박 캠프의 이번 반박에도 크게 실망했다. 사실 관계의 확인을 불가능하게 하고 책임 규명도 곤란하게 만드는 글쓰기가 부끄러웠다.

필자는 거듭 부탁드리고자 한다. 이 후보측은 복잡하게 논의를 꼬지 말고 정확하게 답하라. '염막둔치가 개흙인지 썩은 흙인지 확인하기 위해 공동으로 조사하자', '방문지의 환경이 물금취수장과 같은지 확인하자', 그리고 준설의 타당성을 밝히기 위해 '구체적인 자료와 사례를 밝혀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어떻게 가능한지' 밝혀라.

그리고 스스로 환경운동연합에 제안했던 공개토론회를 하루빨리 추진해, 이들 내용을 국민들이 보게 하자.

덧붙이는 글 | 염형철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 처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염형철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 처장입니다.
#대운하 #이명박 #하천준설 #강변여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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