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이철신 목사 '정치 설교' 편집 논란

영락교회 "사과하라" 공문, PD협회 "편집권 침해" 반발

등록 2007.07.05 16:06수정 2007.07.0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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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교회 이철신 목사
영락교회 이철신 목사뉴스앤조이
영락교회(이철신 목사)가 < CBS >에서 자신들과 상의 없이 이철신 목사의 방송 설교를 편집했다며 담당PD 징계와 이정식 사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CBS PD협회'와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가 편집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 CBS >는 영락교회의 공문을 받은 뒤 ▲담당 PD의 연출권 정지 ▲이정식 사장의 사과 ▲영락교회에서 방송 시간에 맞춰 설교를 편집해서 보내주면 그대로 재방송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때문에 CBS PD협회 등은 영락교회의 요구를 < CBS > 쪽이 수용했다며 이를 'CBS의 굴욕'이라고 부르고 있다.

문제가 된 설교는 지난 6월 10일 영락교회 3부 예배에서 이 목사가 한 것이다. < CBS >는 이 설교를 받아 지난 6월 17일 '영락의 강단' 프로그램을 통해 라디오로 방송했다. 영락의 강단은 매주 일요일에 방송된다.

논란을 빚고 있는 이 목사의 설교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왜 담당 PD는 이 목사의 설교를 편집할 수밖에 없었을까.

담당 PD는 우선 방송 시간이 맞지 않아 편집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영락의 강단'은 방송 시간이 약 21분 정도인데 이 목사의 6월 10일 설교는 약 26분. 5분 정도는 편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이 목사의 설교 내용도 방송법이나 선거법에 위반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 "자유민주냐 반미친북이냐" 노골적 정치 선동


이 목사는 지난 6월 10일 주일 3부예배에서 '사무엘상' 8장 4절에서 9절까지의 성경구절을 본문으로 삼아 '자유의 나라'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 목사는 교인들을 향해 "올해 대선에서는 자유민주주의냐, 반미친북사회주의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잘 판단하고, 잘 분별하라는 얘기다. 또 "신앙의 자유와 선교의 자유, 교육의 자유 등 모든 자유가 충분히 보장된 자유의 나라,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를 마음대로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바로 세워나가자"고 설교했다.


이 목사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우태영씨가 쓴 '82들의 혁명놀음'이라는 책을 인용하며 NL계열과 PD계열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PD계열은 민중민주주의혁명론으로써, 이 계열이 주장하는 것은 혁명을 통한 사회주의 사회 건설이라고 했다. 마르크스레닌의 공산주의 혁명 영향을 받은 이론이라는 것.

또 NL계열에 대해서는 민족민주주의해방론으로,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반미투쟁을 해 미국을 몰아낸 뒤, 북한과 연대해 민족통일을 이루고 사회주의 세상을 건설하자는 주장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NL계열은 한마디로 반미친북사회를 만들자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NL사상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토대로 나온 것이라고 말한 이 목사는 "(민주항쟁) 당시 학생 운동권 중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노동당에 입당한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람들은 민주화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뿐이며, 정작 목표는 반미친북사회 건설이었다는 요지의 말도 곁들였다.

아울러 "이 사람들이 현재 386세대라는 이름으로 정부와 국회, 언론과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반미친북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또 "최근 만들어지고 있는 일부 법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만들어 내는 법인데, 이것을 386세대 국회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이 법을 만들고,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386 국회의원들이 받아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법들이 계속 만들어 지고 있다는 게 이 목사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법이 개정 사립학교법. 이 목사는 이런 방식으로 사학법이 만들어져 교육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 선교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회복지법도 사학법과 같이 자유를 침해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반미친북사회주의 세우려는 사람인줄 모르고..."

CBS 쪽은 방송 시간도 맞지 않았을 뿐더러, 내용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어 편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CBS 쪽은 방송 시간도 맞지 않았을 뿐더러, 내용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어 편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이 목사는 현 정부는 반미친북주의라는 노골적인 주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도 여러 번 정치 지도자들을 잘못 선출해 고생하고 있다"며 "민주적으로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자유민주주의를 멀리하고 반미친북사회주의를 세우려고 하는 사람들인 줄 모르고 선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목사는 특히 정치인들이 지역갈등, 계층갈등, 세대갈등 등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이런 것들에 속지 말고, 자유민주주의냐, 반미친북주의냐를 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전략이) 벌써 시작되고 있다며, 절대 속지 말고, 휘말리지 말라고 교인들을 향해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또 정치인들을 향해 "자신이 좌파인지, 우파인지 확실하게 정체성을 밝히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솔직하게 자유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를 밝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도개혁이니, 중도통합이니, 미래세력이니 하는 것도 "모두 말장난에 불과하다"는게 이 목사의 설교 내용이다.

이 목사는 이 설교를 하기 위해 사무엘상을 본문으로 삼았다. 당시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사무엘에게 사사제도를 왕정제도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했다며, 이는 국가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사사제도는 개인의 자유나 사유재산이 침해받지 않는 제도라며, 사사가 잘못을 범한 경우 하나님이 그를 교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왕정제도는 왕이 잘못을 해도 하나님이 그를 교체할 수 없기에, 피를 흘려야 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이를 바탕으로 당시 지도자들이 사무엘에게 왕정제도를 요구한 것은 하나님이 주신 자유를 버리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 CBS >는 지난해 12월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의 설교를 일부 편집해 교회 쪽과 마찰을 빚은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 CBS >는 이 목사의 설교가 그대로 나갈 경우 "회사 내부에 있는 시청자위원회나 방송윤리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 뻔했다"고 이유를 밝힌 적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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