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여, 이란도 북한처럼

등록 2007.07.06 08:25수정 2007.07.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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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에 북핵 문제가 있다면, 중동에는 이란 핵문제가 있다. 이 두 가지 문제의 전개 양상에 따라 이들 각 지역의 미래는 물론이고 세계정세 전반에도 상당한 파장이 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파국'으로 치닫던 북핵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북한과 직접 대화, 2·13 합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표단의 방북을 거치면서 대타협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여전히 북핵 프로그램의 불능화 및 핵무기 폐기, 경수로 문제,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중대한 문제들이 남아 있지만, 한반도 냉전체제의 일대 전환은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란 핵문제는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이 주권국가이자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당연한 권리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에 반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핵무기 제조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며,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미국 일각에서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론까지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이 지역의 앞날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란의 메시지

그렇다면 이란 핵문제의 출구는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일까? 지난 6월 하순 이란을 방문하고 돌아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마이클 허쉬 <뉴스위크> 편집장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 긴 어둠을 밝힐 출구를 발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허쉬는 이란 군부의 실세인 모흐센 레자이 장군과 이란 핵협상 대표인 알리 라리자니를 비롯한 핵심 인물들을 만나고 돌아와 "이란에겐 메시지가 있다, 우리는 듣고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허쉬에 따르면 이란은 핵문제 해법으로 체면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이 제안한 '타임아웃' 방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타임아웃이란 이란이 현재 수준에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유엔 안보리는 제재를 철회하는 것을 동시에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레자이는 이란 내부에서 이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며, "핵문제는 이와 같은 새로운 방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동결이 아닌 폐기와 이란 정권 교체를 선호해온 부시 행정부는 이 같은 타임아웃 방안에 시큰둥하다.

기실 이란과 미국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었다. 2002년 1월에 이란은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아프가니스탄을 안정화하기 위해 5억5천만 달러의 지원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며칠 후 돌아온 것은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었다.

2003년 봄에는 미국 정부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책으로 "두 국가 접근"(two-state approach)을 비롯한 포괄적인 대화를 제안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 역시 일축했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대이란 강경책과 악의적인 무시 정책이 강경파의 집권에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부시, 결자해지 자세 보여야

결국 결자해지 차원에서 부시가 이란 문제를 풀어야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란은 핵문제뿐만 아니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레바논 등 분쟁을 겪고 있는 중동 지역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다. 미국이 이란과 대화 및 핵문제의 현실적인 해결에 나선다면, 최악의 중동 사태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란 내에서 대서방 온건파의 영향력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다.

비록 뒤늦은 감은 있지만, 북한에 대한 부시의 실용주의적인 대화 노선은 대파국을 대타협의 분위기로 바꾸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을 이란에도 적용한다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란 정권교체와 친이스라엘 노선에 매달려 또 다시 실기한다면, 부시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자 중동 파국을 불러온 평화파괴자라는 오명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내일신문 7월 5일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내일신문 7월 5일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시 #이란 핵문제 #북한 핵문제 #타임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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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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