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4일 국회의원연석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남북자유왕래, 북한 방송.신문 전면수용, 북한 극빈층에 대한 쌀 무상지원 등을 골자로 한 새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4일 한나라당이 발표한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해 5일과 6일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사설을 실었다. 각 언론사의 평소 논조에 따라 평가가 다른데 보수 언론들 사이에도 약간의 시각차가 드러났다.
주목되는 것은 '한반도 평화비전' 작성을 주도한 정형근 의원이 '대선용'이 아니라고 극구 강조하고 있으나 보혁을 가리지 않고 언론들의 의심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의 경우 한나라당 대북 정책 변화를 비판한다기 보다는 '비꼬기' 수준에 가까웠다. 6일 <조선일보>에 실린 사설의 제목은 '좌파 보수로 성형 수술한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이 지난 2월부터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한반도 평화비전'을 '성형 수술'에 비유했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얼굴을 뜯어고쳤다는 뜻으로 보인다.
<조선>은 사설에서 "외톨이가 될지 모른다는 '왕따 공포'에다 북한의 협박에 주눅 든 북풍 공포'가 겹쳐져 정당의 기본 노선을 뒤집어 버린 것"이라며 "결국 북한의 협박에 두 손 모두 번쩍 든 셈"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조선>은 "한나라당이 대선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정상회담 쇼'에 국민 여론이 뒤집어졌을 때를 대비해 알리바이를 만들어 둔 것"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이 한나라당의 '좌파 보수식' 성형 수술을 얼마나 예쁘게 보아 줄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비꼬았다.
<동아일보>는 6일 '한나라당 대북 비빔밥 정책 북 변화시킬 수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동아>는 "6자회담이 재개될 기미가 보이고 북-미관계도 급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집권을 노리는 정당이라면 마땅히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옳다, 햇볕정책을 '대북 퍼 주기'로 간주해 온 경직된 자세로는 향후 예상되는 분단 해체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면도 있고 상황상 어쩔 수 없이 묵인해주는 면도 보인다.
그러나 <동아>는 이어 "큰 틀에서 상호주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채찍과 당근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한나라당의 새 정책은 채찍은 뒤로 돌리고 당근만 앞세우는 것처럼 보인다"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듣기 좋은 정책들만 모아 놓아 '비빔밥 정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조중동 가운데 가장 후한 평가를 내렸다.'한나라당 새 대북 정책, 안보가 우선이다' 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앙>은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상호주의 원칙을 사실상 포기한 점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라며 "집권을 목표로 한 정당이 득표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앙>은 "당연히 대북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북한 핵 폐기여야 하는데 대북 송전·서울~평양 경제대표부 설치 등 각종 대북 지원 방안과 핵 폐기의 선후 관계가 분명치 않다"며 "전향적 방향으로 대북 정책을 바꾼 것은 환영하지만 '안보 우선'의 원칙에 입각해 정책을 좀 더 정교하게 가다듬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안보를 우선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에 충고했는데 원론적 입장에서 '도덕적 설교'를 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