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나가사키 평화공원(왼쪽). 오른쪽 사진은 나가사키 원폭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1945년 당시 투하된 핵폭탄을 모형을 촬영한 것이다.오마이뉴스 조경국
"전쟁을 일찍 끝낸 덕에 일본의 분단 막을 수 있었다"
'도대체 이 발언의 어디가 잘못됐다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한국사람으로서 나 혼자뿐일까?
미국이 전쟁을 일찍 끝낸 덕에 소련의 참전이 없었고, 그 결과 독일과 같은 분단을 막았다는 그의 인식은 대신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일본인들이 꼭 귀담아 들었으면 하는 지당한 '역사인식'이기도 하다.
물론 세계 유일의 피폭국으로서 수십만명의 피해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일본에서 원폭투하 자체를 긍정하는 듯한 발언이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여질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분명히 '실언'이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에 "이기는 전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원폭까지 사용할 필요가 있었는가 라는 생각은 지금도 하고 있다"고 말해 전체적으로 논리의 균형을 잡고 있지 않은가.
과연 이것이 장관 자리를 내놓아야 할 만큼 그렇게 중대한 '실언'일까? 하지만 그건 나의 생각일 뿐, 일본 여론은 문제발언 후 단 3일만에 방위상이 사임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끓어올랐다.
진보언론이 여론몰이 주도, 보수도 '퇴진은 당연'
규마 방위상에 대해 사임을 요구하는 여론몰이는 한일간 역사갈등에서 일본 내 양심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온 진보 성향의 신문들이 주도했다.
<아사히신문>은 2일자 사설에서 "과거의 핵 사용을 '어쩔 수 없었다'고 용인하는 것은 필요하다면 핵을 사용해도 좋다는 것이 된다"며 "이는 전후 일본이 일관되게 견지해온 '핵 폐기' 입장에 정면으로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의 망각"이며 "미국의 원폭 정당화에 대한 추수"라고 맹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도 2일자 사설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때 피폭자들이 어떤 마음일지에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정치가는 실격이다"며 사임을 촉구했다. <도쿄신문>은 "그의 발언은 원폭을 투하한 미국의 논리 그대로"라며 "그런 것까지 미국을 따라하느냐 라는 국제사회의 냉소에 접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요미우리>와 <산케이> 등 보수 성향 신문들의 논조는 조금 달랐다. <산케이>는 "일본은 안전보장을 미국의 핵 억지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므로 핵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규마 방위상의 발언은 '경솔'했으며, 퇴진이 당연하다는 점에서는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