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시각에도 극장 입구에 관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오마이뉴스 천호영
그런데, 그 시각 한 극장(창조콘서트홀) 앞에서 발길을 멈추는 커플들이 눈에 띄었다. 극장 입구에는 '심야공포연극' <죽이는 이야기>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토막 난 마네킹 다리 위에 피가 뿌려진 그림이 배경이었다. 섬뜩했다.
지하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대부분 연극 무대의 조명이 꺼질 시각 무대 설치를 하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연출이 바쁘게 이리저리 지시하고, 일손이 부족한 까닭인지 스태프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거들었다. 조금 전까지 같은 무대에서 다른 연극이 공연됐기 때문이다. 무대 설치 작업은 10시 25분, 관객 입장 직전까지 계속됐다.
'대체 이 늦은 시각 누가 연극을 보러올까'하는 생각에 잠시 극장 밖으로 나왔다. 지하에서 1층 현관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그새 꽉 차 있었다. 눈짐작으로 볼 때 대부분 20대, 그리고 연인들이었다. 여성끼리 온 관객도 적지 않게 보였다. 굳이 이곳을 찾은 까닭을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연극이 시작하자 그 까닭은 바로 드러났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을 자극하는 '공포'
연극 <죽이는 이야기>(진영섭 작·김재환 연출)는 프로젝트그룹 '여름사냥'의 세 번째 작품. '위험한 아르바이트' '신 살인의 추억' '죄와 벌' '오늘의 요리' 등 네 편의 '공포'를 옴니버스로 묶었다. 유괴, 치정살인, 식인 등 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엽기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에서 소재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