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나는 '이질세력'

[주장] 대선 '염불'보다 총선 '잿밥'에 관심... 차라리 솔직히 말하라

등록 2007.07.09 18:36수정 2007.07.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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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을 두고 범여권내 진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 소속 이광철 의원이 통합민주당의 '열린우리당 해체'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주>
국회의원 이광철
때 아닌 마녀사냥이 한창이다. 그들이 색출하겠다는 마녀의 이름은 '이질세력'이다.

통합민주당과 탈당파 일부가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대통합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하는 이유는 '당대당 통합'을 추진하면 이질세력이 따라 들어오기 때문이란다. 결국은 그들이 줄곧 주장해왔던 '배제론'의 또 다른 표현이다.

대통합에서 배제해야 할 그 '이질세력'이란 게 도대체 누구를 지칭하는가?

통합민주당측의 공식적인 해석으로는 "참여정부의 국정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 "중도개혁이 아닌 급진세력"이라고도 한다. 며칠 전 박상천 대표가 비공식적으로 표현한 바에 따르면 "개혁당과 참정연 출신 일부 인사"라고 한다.

알고 보니 내가 바로 그 배제대상이자 이질세력인 셈이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범여권'의 대통합을 추진한다면서 현 정부의 국정 성과와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니 참으로 해괴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선거는 정권을 담당해온 정치세력과 그것을 빼앗으려는 세력 사이의 정치투쟁이다. 따라서 자칭 범여권이라면 지난 5년 동안의 국정의 성과를 국민 앞에 설득하고 이를 부정하는 세력과 정정당당하게 대결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자세로 대선에 임하는 것이 마땅하다.


역대 어느 범여권이 단지 지지율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에 대한 돌팔매질에 앞장섰던 적이 있는가?(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정부 지지율은 20%대를 밑돌았었다.)

지난 14년 동안 수구세력에 몸담으며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를 두루 거쳤던 인물은 한나라당을 탈당했으니 '동질세력'이 되고, 자신들의 손으로 세웠던 민주개혁정부는 배제의 대상으로 삼는 이 궤변으로 어떻게 국민을 납득시킬 것인가?


굳이 정치적 도의와 명분을 따지지 않더라도, 그런 식의 얄팍한 청산주의로는 결코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말이 나온 김에 '개혁당과 참정연 출신'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자.

'개혁국민정당'은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경선의 결과에 불복하려는 민주당 내부세력으로부터 노무현 후보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었다. 또한 정당이 제왕적 총재와 금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정치개혁의 첫걸음이라 여기고,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이 당의 주인이 되는 상향식참여민주주의를 추구하였던 정당이다.

개혁국민정당은 정당개혁의 모범사례로 우리 정치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개혁국민정당에 참여했던 것을 아름다운 경험으로 간직하고 있다.

'참여정치실천연대'는 열린우리당을 통해 정당개혁과 정치개혁을 실현하고자 했던 풀뿌리 활동가들과 자발적인 시민들이 참여했던 대중정치조직이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에는 제3기 민주개혁정부 수립과 대통합의 대의에 복무하기 위해서 당내 민주주의와 관련한 의사표시를 자제하여오다가 지난 4월에 스스로 해체하였다.

단 한번도 대통합에 반대한 바 없었고 오히려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해산하기까지 했던 개혁당과 참정연 출신들을 대통합의 걸림돌로 낙인찍으려는 것은 대통합 무산의 '알리바이' 만들기이거나 정치적 희생양 찾기일 뿐이다.

차라리 솔직하라.

인기 낮은 참여정부와 차별화하고 싶고, 정권재창출보다 내년 총선에서의 생존이 더 절박하다고 정직하게 고백하라.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손바닥으로는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진정한 대통합과 정권재창출을 이루고자 한다면, 부질없는 잔꾀를 버리고 참여정부의 성과를 계승하고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하며 국민을 설득하는 데에 힘쓸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광철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광철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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