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상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알마
생태에 눈뜨게 해 주는 동물, 생태 위기를 알려주는 동물,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흔해서 귀한 줄 몰랐던 동물. <한국 고유생물종 도감>은 54종의 이 땅의 동물들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하여 살피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송사리, 두꺼비, 청개구리, 제비, 메뚜기, 꿀벌, 다람쥐. 예전 시골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것. 개울에 가면 송사리가 있었고 청개구리는 가까이는 뒤뜰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예 대청마루 위 벽에다가 또 대문간에다가 제비는 집을 지었다. 그러나 지금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개발과 환경오염에 마땅한 서식지를 잃은 탓이다.
책을 읽다가 하나 새롭게 눈뜨게 하는 장소가 있다. '물웅덩이'다. 예전 논다랑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논 한쪽에 이 웅덩이가 있었다. 그런데 이 곳이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단다. 관개농업과 객토사업이 진행되고 기계화가 이루어지면서 이런 물웅덩이는 사라졌고 여기에 터 잡아 살던 생물들도 사라졌다 한다. '금개구리'도 그 한 예이다.
다양한 생명이 어우러져 살던 논에 온갖 살충제와 제초제를 들이붓자 사람과 문화를 공유해 왔던 땅과 물속 생태계는 그 근본부터 망가졌다. 금개구리를 포함한 물웅덩이와 논의 오랜 생태 공동체가 결국 사라진 것이다. - 책 221쪽
대부분 익숙한 생물들이지만 더러는 생소한 것들도 있다. 붉은머리오목눈이, 감돌고기, 잔점박이물범, 저어새, 톡토기. '톡토기'는 어떤 녀석일까? 사방팔방으로 톡톡 뛰어다니는 특성이 있다고 하는데 <한국 고유생물종 도감>에 의하면 149종의 톡토기가 한국 특산종이라 한다.
톡토기가 많은 흙에서 자라는 식물은 대부분 건강하다. 낙엽 사이에서 곰팡이와 미생물을 즐겨 먹는 톡토기는 지렁이와 함께 토양을 건강하고 기름지게 한다. (중략) 미생물에 감염돼 망가진 농토를 살릴 정도로 유익한 톡토기. 그런데 산림 해충을 구제하려는 항공 방제가 더욱 강력해진 요즘은 깊은 산에서도 보기 어렵다. - 책 234~235쪽
감돌고기 이야기 한 켠에는 지은이의 주장이 들려온다. 생태계를 먼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발전이나 개발을 위해서'라면 다 용서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이다. 이와 함께 생태계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방생이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경고의 말도 전한다.
잔점박이물범이라. 우리나라에도 물범이 있었나? 의아한 생각부터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읽어보니 물개보다는 작은 바다젖먹이동물로 현재 백령도에 서식하고 있단다. 그런데 어떻게 원래의 서식지도 아닌 백령도에서 살게 되었을까? 지은이는 이 물범들이 북극의 얼음 덩어리를 타고 온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책은 수월하게 읽힌다. 마치 환경에세이를 읽는 느낌이다. 아마도 지은이의 추회(追懷)가 한데 섞여 실려 오는 까닭이리라. 그러나 이런 자연의 기억들이 어디 지은이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랴. 지은이의 기억과 읽는 이의 기억이 교차하며 새삼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일깨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일러주고도 있다. 즉 대안이 될 만한 사례들을 찾아보고도 있다.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 언젠가 이런 표어가 여기저기 붙어 있던 적이 있었다. 꽤 오래전에. 그러나 그간 정작 이대로 실천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다. 지은이의 말마따나 이 땅의 생물들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은 우리도 살 수 없다.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는 이 땅의 생물들, 생명들의 안타까운 숨소리에 귀 기울인 책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가만히 당부하는 책이다. 인간의 이웃인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박병상 / 그린이: 박흥렬 / 펴낸날: 2007년 6월 15일 / 펴낸곳: 알마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 산.들.강.바다.하늘에 사는 우리 동물 54가지
박병상 지음, 박흥렬 그림,
알마,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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