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에서 도암댐까지' 평화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

'도암댐 해체를 위한 생명평화 도보순례단' 16일부터 23일까지 동강순례 나서

등록 2007.07.12 16:48수정 2007.07.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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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모습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 ⓒ 생명평화탁발순례단

태초 길은 없었다. 처음 길을 만든 것은 바람과 물. 인간과 동물은 바람과 물이 낸 길을 따라 이동했다. 인간과 동물이 같은 길을 나란히 걸어도 별 탈 없던 시절 세상은 평화였다. 그 평화를 깬 것은 인간이었다.

걷는다는 것은 자연을 살피고 어루만지는 일

인간은 더욱 강해졌고 그 힘으로 자연을 무차별 파괴했다. 자연의 질서는 그렇게 깨졌다. 인간은 인간을 중심에 두고 질서라는 걸 만들었다. 자연이 배제된 인간 중심의 사회는 태초 지녔던 인간성의 종말을 불러왔다.

인간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농촌에서도 풀냄새를 맡기가 힘들어졌다. 풀 향기보다 제초제 냄새가 더 익숙한 농촌의 현실은 아련한 외할머니집 같은 농촌의 정겨움을 거두어갔다.

삶의 여유는 사라졌고 '빨리빨리'가 인생의 모토가 되었다. 구불거리던 길은 넓어졌고 급기야 그 길은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할 정도로 넓고 곧게 펴졌다. 축지법의 세계를 도래시킨 것은 굴착기와 가공할 개발논리였다.

길은 도처에 만들어졌다. 수많은 길 중에서도 인간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다. 동해안 자락에 사는 어느 시인은 서울에서 집까지 걸어다닌 적이 있지만 요즘은 통 걷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마음 편히 걸었던 길이 사라졌기 때문이란다.

또 어느 시인은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을 흘깃 바라보다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쳤다며 여유 없는 현대인의 삶을 꼬집었다. 그렇게 빠르고 빠른 세상, 차량이 점령한 길, 위험천만한 그 길을 따라 걷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생명평화탁발순례단. 도법스님이 단장이며 지금까지 걸은 거리만 해도 2만km가 넘는다. 순례단이 만난 이들만 해도 수만 명. 그들의 지난한 사연들이 순례단의 바랑에 채워졌다 어느 순간 소멸되었다. 대신 순례단은 그들에게 '생명평화'라는 불씨를 남겨 놓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탁발. 단순히 구하는 것이 아닌 나눔의 행위이다. 나누는 과정에서 해결점 하나가 자연스럽게 생성되어지는 것. 그것이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먼 길을 걷는 이유이다. 순례단은 지난 2004년 3월 지리산을 출발해 제주도-부산·경남-광주·전남-대구·경북-충남-충북을 순례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참 '나'를 찾고 자연과의 교감을 이루어내는 일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의 아픔을 살펴보는 일이 걷는 행위인 것이다. 순례단은 지난 4년여 자연과 인간의 아픔을 살피고 어루만지며 먼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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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변 마을. 순례단이 지나갈 곳이다. ⓒ 강기희

올해 순례단이 걸어야 할 길은 충북과 강원도. 충북은 전반기에 순례를 마쳤다. 6월부터 시작된 강원도 순례길. 사람 숫자만큼이나 산이 많은 곳. 산이 많으니 골이 깊고 골 깊으니 계곡 또한 많다. 산길을 돌고 돌아 고개를 넘으면 자연스레 접경. 순례단은 그 접경을 넘어오는 16일 강원도 정선으로 온다.

잘못 꿰어진 단추는 빨리 풀어야 한다

강원도 정선은 예로부터 오지마을이라고 알려졌다. 내륙의 섬 같은 정선은 너무 외진 곳이라 그 흔했던 귀양지도 되지 못했다. 불쑥불쑥 솟아오른 산들이 만들어낸 정선의 골짜기는 먹고 살기 힘든 이들이 스스로 귀양처를 찾듯 숨어들었다.

그런 이들이 만들어낸 정선아라리 가락은 남도 소리와는 다른 독특한 맛을 낸다. 비탈진 밭을 오르며 부르는 소리라 가락의 흐느낌이 잦다. 피를 쏟으며 득음의 경지에 오를 이유가 없는 정선아라리 가락은 흥얼흥얼 부르는 콧소리처럼 가늘다 굵어지다를 반복한다.

민중의 애옥한 삶이 소리가 되고 소리가 문학이 되는 정선아라리. 정선아라리 가락과 더불어 처연하게 흐르는 동강의 물줄기. 하지만 요즘의 동강은 말이 없다. 동강의 말없음표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들은 '도암댐 해체를 통한 범국민동강살리기운동본부' 사람들.

이들은 '평화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동강에서 도암댐까지'라는 슬로건을 걸고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을 맞이한다. 운동본부 사람들은 도법스님이 이끄는 생명평화탁발순례단과 함께 이달 16일부터 23일까지 '도암댐 해체를 위한 동강 도보순례'에 나선다.

그동안 우리는 열심히 일도 해봤고, 경쟁도 해봤고, 전쟁까지 해봤고, 정말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성찰의 삶과 문화를 회복하는 일 외에는 안 해본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않으면 그 뒤에 아무리 경쟁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다음 단추를 꿰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듯이 전도몽상의 삶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그 어떤 진단과 처방이 나와도 문제의 해법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 도법스님의 글 중에서

도암댐으로 인해 동강이 죽어가는 현실은 첫 단추를 잘못 꿴 것과 다르지 않다. 잘못 꿰어진 단추를 바로잡기 위해선 모든 것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야만 가능하다. 한 번 어긋난 단추를 계속 꿰어 가는 것은 미련한 사람이나 할 짓인 것이다. 도암댐도 잘못 꿰어진 단추. 이제 그 단추를 푸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순례단이 걷는 곳은 동강과 동강을 만들어내는 지류인 지장천과 골지천, 송천, 어천 등. 그 거리만도 200km가 넘는다. 순례단의 최종 목적지는 도암댐. 도암댐은 동강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자 폐수를 흘려보내는 쓸모없는 댐이다.

도암댐에서 흘러나오는 폐수는 정선아라리의 발상지인 아우라지를 지나 동강으로 흘러든다. 동강은 이미 죽음의 강. 강을 죽인 것은 도암댐이다. 발전기능으로 지어진 댐이지만, 도암댐은 지난 2001년 오폐수를 방류한다는 이유로 발전마저 중단된 상태이다.

지난 7년 동안 도암댐은 아무런 용처도 없이 오폐수만 끊임없이 흘려보냈다. 순례단이 동강을 걸어 도암댐까지 가는 이유는 전 국민에게 도암댐의 폐해를 알리기 위한 것. 그리하여 도암댐 해체가 전 국민의 요구로 이루어지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순례단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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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읍 병방치에서 바라본 동강. 순례단이 지나갈 길이다. ⓒ 강기희

승용차로 간다면 하루 코스면 될 거리를 일주일이나 걷는 이유는 잠자고 있는 주민들의 의식과 만나는 것. 때로는 비를 맞으며 때론 뙤약볕을 받으며 길을 걷다 보면 순례단의 가슴에도 성근 풀 한 포기 자란다.

도암댐만 해체되면 동강은 살아난다

죽어가는 동강의 쉬리를 가슴에 안아 보는 일도 순례단이 할 일이다. 버려진 나사처럼 빙글빙글 굴러가는 다슬기의 한스러움을 치유해 주는 일도 순례단이 할 일. 순례단은 동강변을 걸으며 도암댐으로 인해 죽어가고 신음하는 것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 또 순례단은 죄 많은 인간들을 용서하라고 생명평화 기원제도 올린다.

순례단은 동강을 걸으며 각자의 가슴 속에 죽음의 강을 화두로 품는다. 동강을 화두로 삼기엔 늦었다 싶지만 아직은 회생 가능성이 있다. 동강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도암댐 해체. 도암댐만 해체되면 동강은 살아난다.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지만 도암댐만 없으면 동강은 살아난다.

동강이 제 모습을 찾으면 동강을 떠난 원앙과 호사비오리도 돌아올 것이다. 두텁게 깔린 뻘이 걷히면 물고기들도 분주하게 산란을 하고 치어들의 앙증맞은 몸놀림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순례에는 학생들도 많이 참여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동강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잔인한 일이다. 그러나 후손들에게 물려줄 동강임에 사실 그대로를 확인시켜주는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오는 16일(월) 오후 생명평화기원제로 시작되는 순례단 일정은 17일(화)부터 동강 순례에 들어간다. 순례를 준비하는 '도암댐 해체를 위한 생명평화 도보순례단 기획단'은 순례 첫날인 17일 '도암댐 해체와 동강살리기를 위한 범국민 동강도보순례' 행사를 갖는다.

이날은 순례단과 함께 정선군민과 관광객도 많이 참여한다. 기획단은 이번만큼은 동강도보순례의 참여자를 제한하지 않는다.

기획단은 "17일은 휴일이기에 가족과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린다"고 밝혔다. 기획단은 이날 도보순례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우수문학도서와 음반 그리고 삶은 감자 등의 먹을거리도 제공한다.

동강 순례의 시작은 동강변 마을인 신동읍 운치리. 운치리를 출발한 순례단은 동강변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악취 풍기는 동강물은 순례단의 왼편에서 하류로 흘러가고 순례단은 퍼득이며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빛이 아름다운 마을이어서 '가수리'가 된 마을 가수리에 도착하면 준비해온 점심을 먹고 도법스님의 생명평화에 대한 강의도 듣는다. 500년 넘은 세월을 동강과 함께 해온 가수리분교 느티나무 아래에서 맞이하는 매미소리는 동강의 섧은 울음과 같다.

밤 시간이 되면 반딧불이가 반짝이던 동강을 추억하며 마을 어른들로부터 동강이 품어왔던 세월을 듣는다. 모깃불 피워놓고 듣는 동강의 아픔은 부서져 내리는 별빛만큼이나 서럽다.

다시 아침이 되면 길을 떠나야 하는 순례단은 들고 있던 옥수수 하모니카 하나 둘 놓고 모깃불이 꺼지기 전 고되면서도 뿌듯한 하루를 풀기 위해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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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강변 마을. 하지만 동강은 죽어가고...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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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이 두번째 날(17일) 머물 귤암리 마을이 멀리 보인다. ⓒ 강기희


'동강에서 도암댐까지' 동강도보순례 일정

[동강도보순례 일정]

▲ 16일 오후 정선군청방문/단체장면담/군청앞에서의 생명평화기원제/정선읍 숙박

▲ 17일 동강 순례 시작 : 신동읍 운치3거리 집결(오전9시)-가수리-귤암리까지/귤암리숙박 * 이날은 도암댐 해체 실현을 위한 동강도보순례 행사날입니다.

▲ 18일 동강지류인 어천순례 시작 : 정선버스터미널집결(오전9시)-애산리-신월리-월통-덕우리-석곡청소년수련원숙박

▲ 19일 폐광지역인 동강지류 지장천 순례: 석곡청소년수련원 출발-소금강 경유 사북역-사북항쟁 유적지-석탄유물박물관-진폐증환자방문-고한성당-흙빛공부방-정암사숙박

▲ 20일 동강(조양강)순례: 정선읍공설운동장집결(오전10시)-덕송리-송오리-문곡-남평-북평-장열-정선아라리 발상지인 아우라지까지-아라리전수관숙박

▲ 21일 한강발원지인 골지천 순례: 1번군도따라 소수력발전소-구미정-반천리-임계-저녁 7시30분 농민문화센터에서 임계주민들을 위한 도법스님 강연(주제:생명평화와 아름다운 지역공동체 만들기) (농민문화센터숙박)

▲ 22일 동강 오염 주범인 도암댐 순례 시작 : 임계출발-대기리-안반데기-도암댐 도착-도암댐에서 생명평화기원제+시낭송 등 문화행사 - 도암댐 하류인 죽음의 계곡 송천순례 -아우라지까지-정선5일장순례-장터 문화마당에서 도법스님강연회(주제: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 비룡동숙박

▲ 23일 정선군청방문/단체장면담/동강생명평화기원제

덧붙이는 글 | 도보순례 참여문의 : 도암댐 해체를 위한 도보순례기획단(018-256-3997, 016-380-1141)

덧붙이는 글 도보순례 참여문의 : 도암댐 해체를 위한 도보순례기획단(018-256-3997, 016-380-1141)
#동강 #도암댐 #도보순례기획단 #'도암댐 해체를 위한 생명평화 도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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