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 열매정기상
모악산(전북 완주군)을 올라가는 중턱에 나무는 서 있다. 등산로 한 쪽 구석에 서서 산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마음껏 주고도 넉넉함이 그대로 볼 수 있다. 나누는 일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오동나무가 전해주는 지혜가 가슴에 와 박힌다.
보랏빛 꽃으로 우뚝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어느 사이에 열매를 맺었을까. 자연의 경이다. 시간의 마법이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니, 어김없이 열매를 맺는 것이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꽃이 피었는데, 시간이 지났어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어제는 회환으로 얼룩져 있고 내일은 희망의 시간이다. 그 사이에 있는 오늘은 아주 소중하다. 현재가 빛나지 않는다면 행복할 수 없다. 고뇌와 아픔으로 그득 넘치게 될 것이다. 오동나무의 열매가 우뚝할 수 있는 것은 현재에 충실하였기 때문이다. 햇볕을 받아서 탄소동화작용을 열심히 하였기 때문에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