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피가 넘실넘실, 호박은 덩실덩실

전남 장흥 대덕 신리바닷가와 진목마을에 가다

등록 2007.07.16 08:13수정 2007.07.1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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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목마을 아이들 ⓒ 조찬현


시원한 갯바람에 실려 오는 해초 향기가 마음을 앗아간다. 바다 방파제 부근에는 해류에 밀려온 진지리(잘피)풀이 넘실대고 있다. 바다의 목선과 진지리 풀이 어울려 넘실넘실 춤을 춘다. 목선은 건너편의 진목마을이 그리운가보다.

잘피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 하구나 얕은 바다에 사는 식물이다. 잘피는 광합성을 하면서 많은 산소를 주변에 공급하기 때문에 잘피밭은 플랑크톤이 많아 작은 물고기들이 살기에 아주 적합하다. 잘피는 어류의 산란장으로도 이용되며 물을 정화해주고 적조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맨손으로 고기 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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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매기 체험장. 목선은 건너편의 진목마을이 그리운가보다. ⓒ 조찬현


소대구도와 대구도 섬이 뿌연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손으로 고기를 잡는 개매기체험장의 발이 촘촘히 이어져있다. 바다가 출렁일 때마다 풍겨오는 해초냄새는 짙어만 간다.

그물을 쳐놓은 바다에서 개펄을 더듬으며 고기를 잡는다. 이리저리 넘어지고 개펄을 뒤집어써도 아이들과 어른들은 웃음꽃이다. 펄펄뛰는 숭어와 낙지, 전어, 장어, 돔 등을 맨손으로 잡는 즐거움을 즐길 수 있다.

장흥 대덕읍 신리 어촌계가 마련한 개매기는 바닷가 갯벌에 그물을 쳐 놓은 후 조석 간만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전통 고기잡이 방식이다.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어 해마다 관광객들의 인기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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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학 세트장, 그 옛날 천년학이 둥지를 틀었음직한 커다란 소나무는 말라죽었다. ⓒ 조찬현


회진 이청준 생가가 있는 진목마을 어귀의 포구에는 이청준의 작품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세트장이 있다. 그 옛날 천년학이 둥지를 틀었음직한 커다란 소나무는 말라죽었다.

이제 그 소나무는 천년학은 깃들지 않고 참새 떼만이 모여들어 재잘댄다. 세트장 저 멀리에는 장흥에서 하나밖에 없다는 섬 노력도가 무지개처럼 떠있다.

이청준 생가가 있는 진목마을이 호박마을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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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목마을 입구에 활짝 핀 해바라기 ⓒ 조찬현


호박마을 진목마을로 들어섰다. 이 마을은 농림부가 지정한 녹색체험마을이며, 장흥군이 2005년 4월에 복원한 이청준 생가가 있어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마을 팽나무 아래에는 아이들이 무리지어 뛰놀고 있다. 좀처럼 보기 드문 진귀한 풍경이다.

카메라를 발견한 아이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주은이는 호박 앞에서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려 보인다. 여섯 아이들도 호박 위에 올라 멋진 폼을 잡았다. 행사장의 경운기 호박마차가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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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목마을 가는 길. 한 아주머니가 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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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 호박마차 ⓒ 조찬현


호박축제를 알리는 이장님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마을에 울려 퍼진다. 마을 곳곳의 정겨운 돌담 고샅길은 걷는 재미가 있다. 저녁 무렵이 되자 굴뚝에서는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담장에 호박꽃은 수줍은 듯 오므라들었다.

동네 한 바퀴를 돌아 나올 무렵까지 아이들은 팽나무 아래 호박 위에서 놀고 있다. 아이들 중 누군가 오카리나를 분다. 사람이 떠난 마을 빈 집은 소가 차지했다. 집과 가까워 관리가 쉬워 우사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축사로 써요. 시원하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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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로 사용하고 있는 진목마을의 빈집. 사람이 떠난 마을 빈집은 소가 차지했다. ⓒ 조찬현


진목마을을 돌아보고 해가 떨어질 무렵 회진포구에 당도했다. 물이 가득한 포구, 어선은 돌아와 쉬고, 선창에서 놀던 아이들도 하나둘 떠나기 시작한다. 노래연습장 불빛만이 하릴없이 깜빡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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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진포구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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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토요장터 앞의 탐진강 야경 ⓒ 조찬현


회진포구에 어둠이 내리자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장흥의 토요장터를 늦은 시간에 찾았다. 그 규모가 대단하다. 대충 둘러보고 나오는 길 탐진강의 야경이 멋지다. 다음에 다시 찾으리라 약조하고 아쉬운 발길을 되돌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큐와 U포터뉴스에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큐와 U포터뉴스에도 보냅니다.
#잘피 #호박 #개매기 #진목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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