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와 의회는 아이들이 아니지요

민선 4기 1주년을 맞아 포항시와 시의회에 바랍니다

등록 2007.07.17 20:27수정 2007.07.17 20:29
0
원고료로 응원
포항시 민선 4기가 출범한 지 1주년 되었습니다. 포항시 집행부는 지난 1년 동안 시정의 가장 큰 업적을 기업 유치 활동에 두고 있습니다. 박승호 시장이 지난해 7월에 취임하여 1년여 만에 11개 기업을 유치하여 1조여원의 생산성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며 대단한 업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포항시의회 박문하 의장 역시 동아일보사와 공공자치연구원이 공동주관하는 의정활동 평가 부문에서 제1회 대한민국 의정대상을 수상함으로써 집행부에 걸 맞는 훌륭한 활동을 펼쳤다며 자랑하는 대형현수막으로 과시하고 있습니다.

두 집단 공히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시정과 의정 활동을 하였다는데 어찌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평가를 달리할 여지는 없지 않지요. 하지만 집행부와 의회의 관계 측면에서 살펴보면 흔히 말하는 ‘시너지 효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따로’는 잘하였다고 하지만 ‘국밥’은 맛이 없는 점에서 낙제 점수를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흔히 원론적인 측면에서 의회의 역할이 집행부를 잘 견제하는 것이 의회의 고유기능이라 하고 집행부는 사업을 적극적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고유역할이라 할 때, 포항시나 의회가 의욕을 갖고 ‘내로라’하는 업적을 보였지요.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시의회는 집행부의 행정을 ‘사사건건 발목 잡는 의회’라는 여론도 제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집행부는 의회를 무시하는 행태로 시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인 ‘독주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반응도 의회서 나올 법합니다.

두 집단을 관계적인 측면에서 보면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지난 연말 예산 의결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포항시의 지난해 연말 2007년도 예산안과 중기재정계획을 놓고 시의회는 집행부를 향해 ‘주먹구구식 예산 편성’이라며 비판하였고, 이에 집행부는 의회가 무리하게 예산을 증액한 것을 두고 세수가 감수하는 지방 경제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을 했습니다. 점차 상호불신의 풍선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의회 위상을 무시한 데 대한 반격으로 동빈 내항 복원에 필요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도 될까요.

갈등은 거기에 멈추지 않았습니다. 신청사로 입주하면서 대잠동 신청사의 문패 겪인 입간판 설치를 놓고 한바탕 일전도 벌인 바도 있습니다. 입간판에 포항시 의회의 이름을 뺀 것을 두고 집행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날렸습니다. 관계 공무원을 문책하라는 성토가 나왔습니다.

이번 달 초에 결실을 맺은 조직개편안 심의 과정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지난 5월경에는 사전 협의 없이 조직 개편안들을 집행부가 입법 예고해 의회를 경시했다며 의회가 또 다시 집행부를 도마 위에 올렸습니다. 이번 추경예산에서도 예산을 의결하면서 집행부의 가용예산 130억 가운데 약 28억여 원을 대폭 삭감함으로써 의회가 반격의 여력이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삭감수준이 예전에 비해 크게 강도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조직개편안에 따른 전문계약직 인사도 집행부가 당초 계획 했던 18명이 6명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이것 역시 의회가 예산을 반영해주지 않아 계획대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여하튼 집행부와 시의회가 갈등 반목 관계가 기대 이상으로 지속되는 것은 지역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의문이 없지 않습니다. 바람직한 관계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집행부와 의회가 죽이 매우 잘 맞아 질주하는 것보다는 지금 관계가 생산적이라고 합니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 정도 갈등의 수위가 감정에 바탕을 투고 높아지고 있는 실정인 것 같아 지적합니다. 집행부와 의회가 조직개편과정에서 테라노바팀에 직원을 6급직원을 배치하기로 한 것을 두고 집행부가 합의를 어기고 과장급 5급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이에 의회가 다시 집행부를 행해 반격을 가하는 자료 제출을 요구를 했습니다. 포항시 과장 101명 보직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사태를 보면서 어찌 건전한 긴장과 갈등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갈등이 심화될 때는 시정의 수장인 시장과 시의회의 리더인 시의장이 지혜로운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꼽는 조정자 역할을 십분 수행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모두가 시민을 대표하는 위상과 품격을 갖춘 인사들입니다. 시정을 내 편 네 편으로 나누는 낡은 이분법적 세계관에 지배받는 집단이라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겠지요. 서로 고유기능을 인정하면서 상호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화이부동(和而不同) 가치를 실현하는 지역의 지도자임을 민선 4기 1주년을 기념하여 과시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이란 원래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있는데 지역의 지도자들은 모두 어린 아이들은 아니겠지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2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3. 3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