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간판이 즐비한 베이징의 우다오커 거리. 베이징의 번화가 중 하나인 이곳에서는 기본적인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택시기사를 종종 만날 수 있다.김종성
한류가 동아시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주요 도시들에서도 한국의 대중문화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특히 베이징의 길거리에서는 한국 대중가요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어 간판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승객에게 간단한 한국어를 건네는 중국인 택시기사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때에는 국영 CC-TV에서 같은 시간대에 여러 개의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기도 한다. 또 시내 곳곳에서는 주요 외국어인 영어·러시아 외에 한국어 강좌를 여는 학원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 그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한류 열풍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베이징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에게 일종의 긍지를 갖도록 만들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베이징 시내의 식당이나 길거리에서는 목소리가 아주 '우렁찬' 한국인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으로 확산되는 한류의 실체를 곰곰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외형적으로는 한국문화가 중국으로 전파되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서는 중국문화가 한국으로 전파되는 측면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한류(韓流)보다 한류(漢流)의 위력이 더 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류(韓流)와 한류(漢流) 중 어느 쪽이 더 센가 하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한류(漢流)가 더 세다면, 중국문화를 수용해서 한국문화를 더 살찌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인들이 한류(韓流)만 인식하고 한류(漢流)는 인식하지 못할 경우 그것이 한국의 국력 낭비 혹은 손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류(韓流)를 통해 얻는 이익만 계산하고 한류(漢流)를 통해 잃는 손실은 계산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결국 밑지는 장사를 하는 셈이 되고 말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한류(韓流)는 한류(漢流)보다 세지 못하다. 한류(漢流)가 한류(韓流)보다 더 세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위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외형상으로만 보면 분명 한국문화가 중국으로 전파되고 있다. 중국의 거리에서 한국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TV에서도 한국 연예인들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외형적 측면에 불과하다. 문화의 우월성은 대중문화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대중문화에 기초를 제공하는 것은 각 나라의 지식인들이 생산해내는 정보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나라의 지식인들이 더 질 좋은 정보를 더 많이 생산하느냐에 따라 대중문화를 포함한 문화 전반의 역량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지식인문화가 대중문화의 기반이 되는 동시에, 이 두 문화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그 나라의 전반적인 문화역량을 규정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