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지난해 11월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통일연대 등 96개 시민사회단체는 2일 오전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명 '일심회' 사건에 대한 국정원의 정치적 기획수사와 언론의 부풀리기 보도 중단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심회' 사건에 연루된 이정훈씨, 손정목씨, 최기영씨의 부인과 이진강씨의 어머니가 참석해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토로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사례 ③] "왜 자수 안 하느냐고? 양심과 신념 때문에"
올해로 수배된 지 만 7년을 넘긴 C(32)씨는 2000년 다니던 대학 총여학생회 회장이었고, 2002년 부총학생회장이었다. C씨 역시 국가보안법 7조 2항·3항(이적단체 구성 및 가입) 위반 등의 혐의로 스물다섯에 수배자가 됐다.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였다. 그해 마흔 일곱이던 엄마는 올해 오십넷이 됐다.
"20대 때는 건강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몹시 피곤해요. 이른 나이에 쇠락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느낍니다." 하지만, 웃음마저 잃진 않았다. "제가 어서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엄마가 할머니가 될 텐데"라는 농담까지 던질 정도다.
하지만, C씨라고 아픔이 없었을까. 1년에 겨우 몇 번 전화로만 인사를 전하던 엄마가 수술실로 실려갔다는 소식을 듣고도 집이나 병원으로 가보지 못했고, 친한 친구(그 역시 국보법 수배자)의 아버지는 결국 기다리던 자식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2002년에는 수배자 대표로 지방선거에 참여하기로 결정, 기자회견 후 투표소로 향했다. 민가협 어머니들과 동료학생들의 호위 속에서 지하철을 탔다. 많은 시민들이 "힘내라"며 격려해주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 과정에서 형사들에게 체포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 위기에서 C씨를 구해준 건 다가서는 형사들을 사생결단으로 막아선 민가협 어머니들이었다.
조그마한 몸피의 C씨는 겉보기와는 다른 강단을 지녔다. "이제 체포되거나 자수해도 실형이 선고되는 일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자수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도 늦지 않은 나이 아닌가"라는 물음에 단호하게 답한다. "그건 내가 사랑한 조직(한총련)을 부정하는 일입니다. 내 발로 걸어가 탈퇴서를 쓴다는 건 양심과 신념이 허락하지 않아요."
서울 시내 모처에서 짧은 인터뷰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C씨의 수배생활과 고단할 것이 분명한 그녀의 일상을 떠올리며 기자는 잠시잠깐 쓸쓸해졌다. 그것은 동시대를 제 나름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헤쳐 온 젊은이에 대한 연민이었을까.
"국가보안법은 독초.. 뿌리 채 뽑아낼 것"
지난 6월 한 달 동안 5명의 한총련 관련자들이 보안수사대 등에 의해 연행됐다. 그들의 체포와 구금 이유로 제시된 것이 다름 아닌 '국가보안법'. 이런 상황이고 보니 일부에선 "대선을 앞두고 공안당국이 무리한 생색내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가보안법을 지키기 위한 공안기관의 노골적인 몸짓이라는 것.
이와 관련 한총련과 민주노동당 학생위, 한대련(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등은 '학생운동 공안탄압 분쇄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학생대책위(이하 학생대책위)'를 지난 10일 결성했다.
이들은 같은 날 발표된 기자회견문을 통해 "독초는 뿌리 채 뽑아야 다시 재생하지 않는다. 우리 진보적 대학생들은 학생대책위 결성을 통해 국가보안법이라는 독초를 뿌리 채 뽑아낼 것"이라 선언하며, 보안수사대 해체를 위한 1인 시위, 국가보안법 관련 토론회 개최,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투쟁 등을 예고했다.
국가보안법을 지키려는 자들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그들간의 지난한 싸움은 아직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07년 7월 현재 한총련 관련 정치수배자는 모두 11명. 그중 1999년 한총련 의장을 지낸 윤기진(현 범청학련 의장)씨는 9년째 수배자의 몸으로 살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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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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