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회덮밥, 초심을 잃다. 근데 더 맛있다?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 이렇게 주고도 남는게 있을까

등록 2007.07.21 12:06수정 2007.07.2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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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완도 아시나요식당의 대박메뉴인 전복회덮밥. 전복, 해삼, 멍게 한마리씩 들어갔다. 여덟가지 채소와 완도 청정바다에서 딴 해초(톳)도 들어갔고 위에 김가루와 깻가루가 뿌려진다. 1만원이란 가격이 믿기지 않는다.

완도 아시나요식당의 대박메뉴인 전복회덮밥. 전복, 해삼, 멍게 한마리씩 들어갔다. 여덟가지 채소와 완도 청정바다에서 딴 해초(톳)도 들어갔고 위에 김가루와 깻가루가 뿌려진다. 1만원이란 가격이 믿기지 않는다. ⓒ 맛객


일반인은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맛집탐방 블로거들은 '초심'을 주문한다. 언제나 변함없는 마음가짐 그대로 맛과 서비스에서 한결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초심! 그게 어디 말처럼 쉽간디? 블로거들이 초심을 강조하는 것만 봐도 초심을 잃은 맛집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적어지는 양, 떨어지는 맛, 올라가는 가격. 특히 연륜이 짧은 식당이 갑자기 방송타고 나면 부실해지는 맛과 서비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초심을 지키며 장사한다는 건, 기침을 참는 것처럼 쉽지 않다.


오늘 소문내고자 하는 이 집도 초심을 잃었다. 그런데도 손님 입장에선 대만족을 한다. 뭔 소린고? 초심을 잃었다는데 간판을 내리기는커녕 손님들에게 더욱 사랑받고 있다고? 대체 어떤 연유인지 찾아가보자. 문제의 그 집은 완도에 있는 '아시나요 식당'이다. 이 집에서 개발한 전복회덮밥이 웰빙식에다 맛까지 있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건 작년 무렵. 그 전에는 주로 장어 요리로 완도 군민의 입을 사로잡고 있었다. 특히 장어주물럭이 인기다. 장어를 채소와 함께 양념으로 주물러 기름에 달궈진 돌 판에 구워 먹는 음식이다.

a 완도 군민에게 인기가 높은 장어주물럭(30,000원).

완도 군민에게 인기가 높은 장어주물럭(30,000원). ⓒ 맛객


손님들에게 장어를 싼 값에 풍족하게 드리고 싶은 마음에 개발했는데 3만원 한 접시면 여럿이 먹어도 남을 만큼의 양이다. 장어를 다 구워먹은 다음 양념이 밴 돌판에 밥을 비벼먹는 맛도 별식이다. 맛객은 지난 일요일(15일)에 다시 아시나요 식당을 찾았다. 그동안 이 식당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인심 좋게 보이는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일 년 전 그대로 여전히 주방을 책임지는 주방장이기도 하다. 장사가 어떠냐고 묻자 이제는 소문이 많이 나서 휴일이면 전국에서 전복회덮밥을 맛보러 온다고 한다. 맛객이 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전화는 계속 울린다. 전화로 식당 위치를 묻는 사람은 100퍼센트 소문 듣고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라고 한다.

전복회덮밥을 받은 손님은 너무 예뻐 잠시 먹지 않고 감상하기도 한단다. 또 소문난 집에 가보면 사진으로 본 것과 차이가 있어 실망하기도 하는데 이 집의 전복회덮밥은 차이가 없어 맘에 든다고 말하는 손님도 있단다.

a 전복회덮밥에 들어가는 채소와 해초.

전복회덮밥에 들어가는 채소와 해초. ⓒ 맛객


a 신선한 채소와 해초위에 전복 해삼 멍게가 한 마리씩 올려졌다.

신선한 채소와 해초위에 전복 해삼 멍게가 한 마리씩 올려졌다. ⓒ 맛객


a 깻가루와 김가루를 넣고 흑깨를 뿌려 완성한다.

깻가루와 김가루를 넣고 흑깨를 뿌려 완성한다. ⓒ 맛객


갈수록 좋아지는 전복회덮밥


맛객도 전복회덮밥을 주문해 보았다. 가격은 1년 전 그대로 1만원. 하지만 재료와 맛은 대폭 업그레이드 되었다. 들어가는 채소의 종류가 늘었고 무엇보다 전복과 해삼을 한 마리씩 넣어준 데 그치지 않고 멍게가 추가되었다. 재료의 신선도도 좋다. 수족관에 있는 전복은 칼을 이용하지 않으면 떼내기 힘들 정도로 힘이 좋다. 해삼과 멍게 역시 맛과 향이 우수해 신선도가 좋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a 비벼서 먹고 있는 중이다.

비벼서 먹고 있는 중이다. ⓒ 맛객


예전에는 들어가지 않았던 해초까지 들어가 바다의 향기를 내뿜는다. 김가루와 깻가루까지 첨가되어 완벽하게 오방색이 갖추어졌다. 이렇게 시각적인 만족도가 높아졌으니 먹지 않고 감상하는 손님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일. 맛도 더욱 좋아졌다. 오도독 씹히는 전복과 아삭거리는 채소의 조화. 해삼과 멍게가 주는 향미, 맛의 향연이란 이런 경우가 아닐까?


거의 모든 손님들이 짜고 먹기라도 하는 듯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딸그락 딸그락 숟가락으로 밥알 하나까지 다 긁어먹는 소리가 들리게끔 먹는다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마지막까지 다 비워도 이상하게 포만감이나 배는 부르지 않는다. 기분이 좋다. 상쾌하다. 해산물과 채소 위주의 비빔밥이어서 그런가 보다.

보시는 바와 같이 작년의 전복회덮밥과 달라졌다. 재료가 좋아졌고, 많아졌다. 더 맛있어졌다. 이집은 이렇게 초심을 잃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라면 쌍수 들어 환영한다.

방송 소개도 거부하는 이유는?

이 집의 음식을 먹고 있자니 드는 생각. 이 정도 손맛이라면 맛집 TV프로그램에서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았을 텐데 싶다. 주위를 둘러봐도 방송 탔다는 액자 하나 걸려 있지 않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방송 타겠다고 마음만 먹었다면 벽면에 여러 개의 액자가 붙었을 거라고 말한다. 실제로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귀찮을 정도로 취재를 부탁했지만 모조리 거부했다고 한다.

이유가 궁금하다. 간단하게 답이 온다. 현재에 만족하고 있단다. 단골손님들에게 잘해주고 싶단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지만 욕심 앞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생각이다. 보시라! 방송에 소개되지 않은 식당보다 소개 된 식당이 더 많을 정도가 된 세상 아닌가? 능력도 철학도 안 되는 집들이 방송에 나가고 나서 방송에 나간 화면을 액자에 담아 상장처럼 걸어 놓는다. 자신의 손맛을 음식이 아닌 방송에 나간 액자로 평가받는 게 그렇게도 좋단 말인가?

아시나요 식당도 언젠가는 방송에 나갈지도 모른다. 또 그러한 흔적들을 벽에 걸어 놓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맛과 서비스에서만큼은 오래도록 초심을 유지할 것이라고 믿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업소 정보는 http://blog.daum.net/cartoonist/10691960 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업소 정보는 http://blog.daum.net/cartoonist/10691960 에 있습니다.
#전복회덮밥 #완도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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