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보고>의 닮은꼴 드라마 <아현동 마님>

임성한 작가의 <아현동 마님>

등록 2007.07.22 10:44수정 2007.07.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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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직 파격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지만 여러 가지 징후가 보이는 <아현동 마님>

아직 파격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지만 여러 가지 징후가 보이는 <아현동 마님> ⓒ IMBC

임성한 작가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 <하늘이시여>로 대박을 치고 비밀리에 결혼해 한 번 화제에 올랐던 그녀가 MBC 일일연속극 <아현동 마님>으로 귀환했다. 그것도 그녀의 남편 손문권 PD와 함께 말이다.

이번에는 어떠한 파격적인 소재와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까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막상 방송을 보니, 별다른 파격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하늘이시여>에서는 친딸을 며느리로 맞는 어머니의 내용이 방송 전부터 알려졌지만 <아현동 마님>은 절대적으로 비밀에 붙여 홍보 자체가 힘이 들었다는 것이 MBC 관계자의 말이다.

그래서 <아현동 마님>은 14%대 시청률을 보이며 다소 심심한 출발을 했다. 그 이후 줄곧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4차례 방송이 나갔지만 아직까지 파격적이고 극단적인 내용이 나오질 않는다. 물론 여전히 ‘임성한적’이다, 라고 할 수 있는 설정과 소재들이 있어 파격적인 내용 전개의 징후가 보이지만 지금까지는 무난한 홈드라마다.

임성한적인 징후가 보이는 <아현동 마님>

우선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보고 또 보고> 이후 그녀의 작품은 매번 촌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온달왕자들> <왕꽃선녀님> <인어아가씨> 그리고 <하늘이시여>까지. 그녀가 쓴 파격적인 내용과는 달리 제목은 촌스러우면서도 무언가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성한적’인 것을 찾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러한 점을 떠나 우선 주인공의 캐스팅에서 역시나 임성한이었다. 임성한은 중고 신인을 좋아한다. <보고 또 보고>의 김지수(물론 주조연급이었지만 이 드라마 이후 확실하게 주연급으로 성장했다), <인어아가씨>에서 장서희, <왕꽃 선녀님>에서 이다혜, <하늘이시여>에서 윤정희까지. 모두 톱스타급은 아니었는데, 이번에도 왕희지라는 중고신인을 기용했다. 남자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잘생기기는 했는데 적당히 기름기 있는 남자 김민성은 <인어아가씨>의 김성민을 닮았다.


둘째, 이 드라마는 기획의도로 검사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해답을 찾고자 한다”고 나와 있다. 임성한 작가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직업을 보면 이른바 ‘하이클래스’로 분류될 수 있는 인물들이 많다.

<보고 또 보고>의 의사 직업과 <인어아가씨>의 드라마 작가와 기자, <하늘이시여>의 앵커, <아현동 마님>에서는 검사들이 나온다. 그래서 직업이 하이클래스인 만큼 주 배경으로 부유한 가정이 등장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부유한 가정이 등장하고, 검사들의 앨리트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셋째, 여주인공 시향(왕희지 분)이 42살로, 남자 주인공 부길라(김민성 분)가 30대 초반으로 나와 이미 설정은 파격적이다. 물론 현실에서도 연상연하커플이 많고 이전에 보여주었던 파격성보다는 다소 힘이 떨어지지만 역시나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 예상된다.

여기에 보너스로 역시 출연진들의 이름이 독특하다. <인어아가씨>에서 은아리영처럼 <하늘이시여>의 구왕모처럼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보면 여주인공 백시향(왕희지) 그리고 그의 아버지 백제라(김병기)와 엄마 서마담(김형자), 남자 주인공 부길라(김민성)와 그의 어머니 사비나(이보희) 등 등장인물의 이름도 심상치 않다.

넷째, 원하든 원치 않든 임성한의 웰빙 이야기가 여전히 펼쳐진다는 점이다. 부길라의 아버지 부영상이 얼굴에 마사지 크림을 바르며 건강과 미용을 생각하는 모습이나, 백시향의 아버지 백제라가 요리를 만드는 부분 등 여전히 임성한 작가 특유의 이야깃거리가 등장한다다.

헌데 문제는 아직까지 파격적인 설정과 내용 전개가 보이지 않아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러한 파격성이 임성한을 대표하고 그녀의 작품을 ‘욕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하나의 매력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비상적인 내용과 고정관념을 뒤집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로 승부해왔던 그녀이기 때문이다.

<보고 또 보고>와 닮은 꼴 <아현동 마님>

a 과거 임성한 작가의 작품인 <보고 또 보고>가 생각나는 <아현동 마님>

과거 임성한 작가의 작품인 <보고 또 보고>가 생각나는 <아현동 마님> ⓒ IMBC

그런데 얼핏 이 드라마를 보면 그녀가 스타작가로서 군림하게 만들었던 <보고 또 보고>를 연상케 한다. 당시 <보고 또 보고>는 겹사돈을 소재로 파격적인 이야기를 보여 당대 일일드라마 최고의 시청률을 올린 작품이다.

또한 <보고 또 보고>는 방송 초반에는 폭발력 있는 시청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닮았다. 게다가 등장인물과 구성 등이 <보고 또 보고>를 떠올리게 한다. 우선 <보고 또 보고>를 보면 주인공 은주(김지수)의 직업은 간호사로 상대역 기정(정보석)의 직업은 의사로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만났으면서 나중에 필연으로 이어지기 위해 직업적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우선 은주와 기정은 품바 공연장에서 우연한 기회에 마주쳤고 호감을 느꼈다. 그 이후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로 만나 연인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현동 마님>은 어떠한가?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직업을 속이고 함께 노래도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는 서로 호감을 느끼지만 그렇게 헤어지는 두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선후배로 만나게 된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즉 <보고 또 보고>와 <아현동 만님>과 비슷한 점은 바로 연인들의 우연한 만남이 직업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이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이 점은 다른 여타의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으니, 일단 차치하자.

그렇다면 두 번째는 여자와 남자의 집안의 빈부격차다. <보고 또 보고>에서 은주는 아버지는 출판사, 어머니는 부동산을 하는 일반 중산층 가정이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기정은 교육자 집안에 어느 정도 부를 지닌 집안이었고, 이들은 빈부격차와 직업의 격차로 극렬한 반대에 부딪치며 힘겨운 사랑을 했다.

이처럼 <아현동 마님>도 마찬가지다. 시향의 집안은 아버지가 경비원을 하며 중산층의 가정이지만 길라의 집안은 부유한 집안으로 특히 어머니 시비야의 며느리 욕심은 벌써부터 굉장하다. 그리고 둘의 나이차와 더불어 집안의 차이까지 이들의 사랑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할 수 있다. 단지 직업의 격차를 나이차로 바꾸어 놓았을 뿐 <보고 또 보고>의 가정환경과 <아현동 마님>의 가정환경은 비슷하다.

셋째, 집안의 가정만큼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부관계도 비슷하다. <보고 또 보고>에서 은주모는 아버지의 경제적 능력 부족을 탓하며 부부의 금슬이 좋지 않았고, 어머니는 큰딸 금주에게 극진했다. 반면 기정의 집안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향한 극진한 사랑을 보여줘,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크게 내색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현동 마님>도 그와 비슷하다. 시향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역시 금슬이 좋지 않아 보이며, 이번에는 아버지가 시향에 대해 극진했다. 이와 함께 길라네도 아버지가 어머니의 대한 사랑이 극진하고, 시어머니는 가정 일보다 멋 부리기를 좋아하는 며느리가 못마땅하지만 역시나 참는다.

그래서 어느 정도 <아현동 마님>의 내용전개가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홈드라마의 옷을 입고 아직까지 파격적인 설정과 내용전개는 없지만 과거 <보고 또 보고>가 그랬듯 조금씩 내용이 전개되면서 파격적인 내용 전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디까지나 예상일지도 모르지만 분명 임성한 작가는 중반부에 이르러 드디어 자신이 늘 써왔던 파격성과 고정관념을 깨는 내용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또 다시 놀라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의 말처럼 결혼 후 안정을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현동 마님 #보고 또 보고 #임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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