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전, 안양역 '통학생들' 한자리에!

'기억프로젝트-사람을 찾습니다' 전시회에서 만난 사람들

등록 2007.07.23 14:58수정 2007.07.2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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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2월 11일 안양통학생들을 찾아나선 기록전 ⓒ 최병렬

66년 전인 1941년 2월 11일 일제 강점기 당시, 안양역 앞에서 촬영한 한 장의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 담긴 안양 통학생들과 친구들이 지난 21일 '기억프로젝트-사람을 찾습니다' 전시회를 통해 한자리에 모여 암울했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들은 경기 안양시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기획으로 오는 31일까지 안양 롯데화랑에서 열린 전시회의 단초가 된 '안양통학생일동 16.2.11'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던 사진 속 생존 인물과 그의 친구들로 현재 80세 후반에서 90세에 이르는 백발의 노인들이 됐다.

전시회에 참석한 노인들은 사진 속 인물인 이용구 옹, 이석구 옹, 김진행 옹, 이경수 옹, 이한수 옹, 문수완 옹, 구자영 옹, 조국현 옹, 권위 옹 등 친구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당시를 추억했다. 또 이들을 기억하는 임정조씨 등도 자리해 과거 발자취를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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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안양통학생들과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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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프로젝트-사람을 찾습니다' 전시장 전경 ⓒ 최병렬

'기억프로젝트-사람을 찾습니다'는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박찬응 관장이 지난 1999년 습득한 빛바랜 한 장의 사진이 발단이 되어 지난해 신청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과거 기억 찾기에 나섰다.

작업은 스톤앤워터 기억프로젝트팀(기획 박찬응, 리서치 이경수·김라희, 영상 박지원, 연출 이윤진, 제작 장형순·권진)이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을 거쳐 흑백사진 속 인물들과 당시 살던 사람들의 기억들을 사진과 영상, 모형을 통해 재현하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사진 속 인물 중 처음으로 찾은 최갑환 옹과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구술작업을 진행하고 옛 사진들과 기록물들을 모아 그 조각들은 마치 퍼즐을 맞추듯 하나하나 연결시킨 결과 사진 속 29명의 인물 중에서 생존해 있는 2명을 포함해 17명의 이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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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의 옛 이야기를 나누는 안양초교 동문들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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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들의 인터뷰 영상을 지켜보는 노인들 ⓒ 최병렬

또 프로젝트팀은 만났던 노인들의 기억과 구술작업을 통해 안양역 앞 미륵당, 신작로 초가집들, 수암천변, 오끼이 농장과 자갈기찻길 등 당시 모습을 다시 조각으로 복원하고 안양역 주변 건물과 관공소, 가옥 등의 지도를 그리고 이를 모형으로 담아냈다.

아울러 어르신들의 기억에서조차 지워져 풀리지 않는 숙제였던 사진 촬영일 1941년 2월 11일은 일본의 건국기념일이자 당시 화요일로 그날 안양지역 통학생들을 동원하여 기념식을 거행했을 것이고 기왕 모인 김에 학생들끼리 사진을 촬영했을 것으로 추정해 냈다.

프로젝트팀은 "80세 후반에서 90세에 이르는 어르신들의 고난의 연대에 관한 미시적이고 일상적 삶의 궤적들을 만나는 과정들을 지나 전해 받은 과거에 대한 조각들을 어떻게 묘사하고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우리에 엄청난 과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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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경기도 시흥군 서이면 안양리) 안양역 일대 모형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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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롯데백화점은 일제 강점기 당시 마루보시 자리 ⓒ 최병렬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기획한 박찬응 스톤앤워터 관장은 "반일과 친일, 반미와 친미, 반북과 친북 같은 양자택일의 공간이 아니라 그 사이에 또 달랐던 시공간이 존재함을 믿으며 두 대립 사이의 경계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 기록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또 박 관장은 "경계면을 헤엄쳐야만 하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들이 새롭게 기록되기를 희망한다"며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의문들과 아직 미확인된 10여 명의 행적들, 아직 찾지 못한 조각 기억들이 전시기간동안 새롭게 밝혀지고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에서 만난 이들은 지난날의 기억을 찾아내는 일은 현재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족하는 작업임에 틀림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난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생존해 있을 때 그리고 그 기억들이 사라지기 전에 계속 이어 담아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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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안양의 모습에 관심을 보인 젊은 관람객들 ⓒ 최병렬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양역 #통학생 #전시회 #스톤앤워터 #일제 강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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