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새벽 0시가 넘어 "협상시한이 24시간 연장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진 후 차성민 아프간 피랍 가족 비상대책위원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오마이TV 문경미
미국, 피랍사태 해결위해 알면서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을 것
문제는 차원이다. 미국이 맨 입으로 "존중" 또는 '모른 체' 해줄까? 가능성이 적다. 다급한 곳은 한국 정부다. 이럴 때 거래를 시도하면 이득이 커진다.
거래 품목도 이미 준비돼 있다. 미국은 한국이 동의ㆍ다산부대 철군 계획을 확정하자 새로운 요구를 꺼내든 바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등이 나서 "동의ㆍ다산부대의 철수 뒤에도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한국군이 지속적으로 기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체 파병을 해달라는 얘기다.
맞물리는 측면이 있다. 한국은 철군 계획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피랍 한국인 석방을 이끌어낼 수 있고, 미국은 추후에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다른 거래 품목이 있다. 자이툰 부대다.
자이툰 부대 철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자이툰 부대 철군 결정을 9월로 연기했다. 따라서 철군 또는 계속 주둔은 반반의 가능성으로 남아있다. 한국기업의 이라크 진출과 아르빌 지역 자원 확보를 위해 철군을 미뤄야 한다는 국내 여론도 상존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정세도 한 몫 한다. 이라크 주둔 미군 철군이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각의 공세에 부시 미 대통령이 수세에 몰려있는 것도 공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 가운데 규모 3위인 자이툰 부대가 전면 철군하면 부시 대통령이 더욱 궁지에 몰린다. 미국 정세가 정리될 때까지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미뤄놓는 게 부시 대통령으로선 최선의 방안이다.
자이툰 부대 계속 주둔이든, 아프가니스탄 대체 파병이든 미국이 '거래'를 시도하면 한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진다. 한국인 인질을 무사 귀환시키기 위해 파병을 유지하면 원인과 결과, 본류와 지류를 뒤집어 버린다. 납치사건을 풀기 위해 납치사건을 일으킨 문제의 근원을 더욱 키우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나몰라라 할 수도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건 정부의 가장 큰 덕목이자 의무다.
어찌할 것인가? 현재로선 탈레반과는 협상을 하되 미국과는 거래를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사실상 미국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맞교환 카드 대신 다른 협상카드를 꺼내 탈레반을 설득하는 게 묘책이다.
문제는 그런 협상카드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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