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아 휴가 기다렸는데 야영·취사 금지라니...

국립공원내 계곡 야영ㆍ취사하다 적발시 과태료 부과, 잊지 마세요

등록 2007.07.24 14:04수정 2007.07.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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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여행지로 잡았던 속리산 만수계곡의 절경. 지난 5월말에 촬영한 만수계곡의 모습. 보기만해도 무더위가 달아날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이곳에서 취사와 야영을 할 수 없다.

여행지로 잡았던 속리산 만수계곡의 절경. 지난 5월말에 촬영한 만수계곡의 모습. 보기만해도 무더위가 달아날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이곳에서 취사와 야영을 할 수 없다. ⓒ 김동이

"늦었다 늦었어~ 빨리빨리 서둘러!"
"지금 가면 앉아 있을 자리나 있을지 모르겠다."


전날까지 비가 내려 걱정했는데, 간만에 따가운 햇살이 비치던 22일. 가족, 이웃사촌들과 함께 계곡으로 피서를 가기로 한 날이다. 하지만,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침부터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었다. 한 시간여를 달려 마침내 도착한 속리산 만수계곡.

"어! 이제부터 입장료 안 받기로 했나? 입구에 표 파는 사람들이 없네?"

입구를 통과해 다리를 건너 한참을 올라가는데도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 사람이 별로 없네? 여기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없진 않을 텐데?"
"그러게 말이여~ 사람 없으면 우리야 좋지! 좋은 장소 맡을 수 있으니까."

국립공원내 계곡에서 취사ㆍ야영, 수영시 과태료 부과


a 국립공원 계곡내 금지행위

국립공원 계곡내 금지행위 ⓒ 국립공원관리공단

어느덧 항상 자리 잡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명당인 그곳에도 사람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 대신 흰색 천에 쓰여진 경고 문구만 잔뜩 붙어 있었다.

'취사·야영금지'
'취사행위 적발시 과태료 10만원, 야영행위 적발시 과태료 50만원'



기가 막혔다. 얼마 전 뉴스에서 '국립공원내에서 수영하면 과태료 20만원 부과'라는 소식은 접했지만 취사, 야영 금지라! 이것은 결국 오지 말라는 의미가 아닌가! 더위를 피해서 계곡으로 놀러왔는데, 텐트 아니 그늘막조차도 설치하지 말고, 게다가 취사까지 하지 말라는 것은 다른 데로 가라는 의미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결국 국립공원지역에 놀러오려면 집에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돗자리만 펴고 발만 담그다 돌아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일행들은 아쉬움과 함께 만수계곡의 절경을 뒤로 한 채 다른 장소를 물색하기로 하고 차를 돌렸다. 며칠을 손꼽아 기다렸던 여행이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이제는 어디로 가야 되지? 여기 말고는 다른 데 생각도 못해 봤는데…."
"일단 돌아다니면서 괜찮은 데 있으면 자리 잡고 허기라도 채워야지. 애들 배고플텐데…."
"애들이 고생이네. 방학하고 처음 여행인데…."

정이품송의 정부인소나무로 알려져 있는 서원리 소나무가 있는 서원계곡 일대를 물색해 봤지만 이미 그늘이 있고 괜찮은 장소에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a 만수계곡에서 발길을 돌려 겨우 자리를 잡은 보은군 중판리의 한 다리밑에서 어린아이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만수계곡에서 발길을 돌려 겨우 자리를 잡은 보은군 중판리의 한 다리밑에서 어린아이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 김동이


결국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보은군 내속리면 중판리에 위치하고 있는 큰 다리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계곡은 아니었지만 속리산 계곡의 하류에 위치하고 있어 물은 시원했다. 나름대로 이곳에서 만수계곡에는 비할 데가 못 되지만 계곡에 못 간 한(?)을 풀기 위해 재미있게 놀기로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이내 기분이 상해버리고 말았다.

a [흐르는 강물처럼...] 낚시를 즐기는 행락객들. 하지만 이들이 우리의 보금자리를 빼앗아 버렸다.

[흐르는 강물처럼...] 낚시를 즐기는 행락객들. 하지만 이들이 우리의 보금자리를 빼앗아 버렸다. ⓒ 김동이


자리를 잡고 짐을 가지러 간 사이 다른 사람이 와서 돗자리를 펴놓는 게 아닌가! 그러고 나더니 다시 낚시를 하러 올라갔다. 돗자리만 펴놓은 채….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짜증만 났다. 하여 가지고 내려간 짐들을 그 사람들이 펴놓은 돗자리 바로 옆에다 풀어놓고 돗자리를 펼 수 있는 곳에는 돗자리를 다 깔아놓았다.

그렇게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아 밥을 하려는데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파라솔과 바비큐구이 판을 들고 우리가 있는 다리 밑으로 오는 게 아닌가! 지금도 좁은데…. 하지만, 다행히도 이들은 가지고 온 파라솔을 물 속에 놓고 거기에서 발 담그고 고기를 구워 먹을 심산인 모양이었다. 자리를 차지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후회하고 말았다.

행락 질서 의식 개선돼야...

a 행락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현장. 물속에 바비규구이판을 놓고 고기를 구워먹고 있다. 고기를 구우면서 떨어지는 기름이 전부 물로 스며들어 물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행락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현장. 물속에 바비규구이판을 놓고 고기를 구워먹고 있다. 고기를 구우면서 떨어지는 기름이 전부 물로 스며들어 물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 김동이


그 사람들은 물 속에 바비큐구이 판을 설치하고 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그 기름이 다 물로 스며들어 물놀이를 즐기고 있던 아이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술 먹고 소리까지 질러대는 모습을 보니 정말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애들도 많은데 뭘 보고 배우라고 저러냐? 자기 자식들도 있는 거 같은데…."
"저런 꼴 보기 싫어서라도 얼른 가야 되겠다."

한참을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일순간에 기분을 망치고 말았다. 흐르는 물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고여 있는 물에는 얼핏 봐도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국립공원 계곡에서는 보는 사람도 많고 국립공원이라는 의식을 갖고 피서를 즐기기 때문에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만 빼고는…. 이런 행태를 보고 있자면 오히려 국립공원 계곡을 통제시킬 게 아니라 행락질서를 무너뜨리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게 맞지 않을까?

어쨌든 안 좋은 기억만 간직한 채 이 날의 휴가는 끝이 났다. 하지만 우리와 같이 국립공원에서 취사와 야영, 수영이 금지된 것을 모르고 국립공원 내 계곡을 찾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홍보와 국립공원 내 계곡의 이용구간을 일부 구간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허용구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더불어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올바른 행락 질서의식이 바로 잡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계룡산ㆍ속리산 국립공원 계곡이용 허용구간
허용구간 이외의 지역은 전부 단속구간, 적발시 과태료 부과

계룡산과 속리산을 자주 찾는 피서객들을 위해 이들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는 계곡이용시 허용구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 계룡산 국립공원 계곡이용 허용구간

▶ 동학계곡 : 탐방지원센터 상단 100m부분부터 자연관찰로 상단 300m까지 0.3km 구간
▶ 수통골계곡 : 시인마을부터 수중보 하단까지 500m 구간
▶ 갑사계곡 : 용수교에서 철탑상회 300m 구간, 갑사주차장 상부에서 용수교 하단 100m 구간(오리숲계곡)
▶ 신원사계곡 : 극락교에서 소림원 수중보 상부 250m 구간

◆ 속리산 국립공원 계곡이용 허용구간

▶ 서원계곡 : 안도리 마을앞 주변 300m, 황해동교 주변 100m 구간
▶ 만수계곡 : 털보농장 주변 150m, 만수리(상) 화장실 주변 200m, 만수리(하) 화장실 주변 300m
▶ 화양계곡 : 구정문매표소 뒤 100m, 신일주차장 뒤 50m, 운영담 주변 200m, 암서재 주변 150m, 능운대휴게소 앞 100m
▶ 선유동계곡 : 은선휴게소 주변 50m, 제비소 상부 100m, 선유휴게소 주변 100m
▶ 사담계곡 : 공원 경계구역 부근 300m 구간, 대방리 마을 주변 300m 구간
▶ 쌍곡계곡 : 호롱소주변 50m, 용소주변 30m, 쌍곡폭포주변 50m, 쌍곡수영장 주변 100m 구간
▶ 갈론계곡 : 마을 주변 300m 구간 / 국립공원관리공단

덧붙이는 글 | <나의 여름휴가 실패기> 응모작

덧붙이는 글 <나의 여름휴가 실패기> 응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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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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