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인질사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계속 협상에만 의존할 것인가. 이젠 구출작전도 고려할 때

등록 2007.07.26 10:33수정 2007.07.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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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사태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다되어가는 가운데 어제 첫 희생자가 발생했다. 탈레반이 데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한국정부의 선택의 폭은 극히 제한되고 상황전개의 주도권은 탈레반이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협상시간이 많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매우 불리해진다.

많은 인질테러사건이 보여주는 것처럼 테러집단은 일단 데드라인을 넘어서면 그 다음은 거침이 없다.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확고하게 관철시키기 위해 시간을 끌면서 인질의 추가적 희생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정부는 협상의 병행과 함께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것은 특수작전능력이 결여된 아프간보안군이나 나토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한국군 특수부대에 의한 아프간에서의 인질구출작전을 의미한다.

본고는 이런 측면의 이해를 돕기 위해 1976년 7월 이스라엘의 인질구출작전인 엔테베작전이나 1977년 10월 독일의 ‘쥬리에트킬로 66’에 버금가는 세기의 성공작이면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1994년 프랑스 특수부대 GIGN에 의한 에어프랑스기 인질구출작전의 전모를 소개한다.

G.I.G.N 최후의 순간에만 출동하는 부대

성탄절 이브인 1994년 12월 24일 상오 11시 15분. 알제리의 수도 알제리의 후아리부메디엔 공항 트랩을 향해 항공기 정비요원으로 위장한 알제리 급진회교무장단체(GIA) 소속 테러범 4명이 승무원 12명과 승객 227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파리 발 에어프랑스 소속 에어버스 300여객기 8969편에 일반승객들 틈에 끼여 황급히 올라탔다.

권총과 구소련제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 그리고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이들은 기내에 오르자마자 조종석을 장악한 뒤 여객기 출구를 봉쇄한 채 동요하는 승객들에게 “이슬람 성전을 위해 항공기를 접수했다”고 선언하고 곧바로 알제리 보안요원과 베트남 외교관 등 2명을 살해하여 기체 밖으로 내던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알제리 정부는 공항을 전면 봉쇄하고 최정예 특수부대인 닌자부대를 급파하여 피납기 주변을 포위하는 한편 주범 야히아의 어머니까지 동원해 설득작업에 나서는 등 납치범들과 접점 없는 협상을 숨 가쁘게 이어갔다.

한손에는 총과 한손에는 기도문을 든 20대의 광적인 극렬 테러범들은 알제리 정부에 의해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이슬람 구국전선(FIS)의 아바시마다니 의장과 알리베아지 부의장의 석방을 요구하다 관철되지 않자 목적지를 밝히지 않은 채 피랍기가 공항을 이륙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며 승객 중 어린이와 여성 63명을 석방했다.

그래도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프랑스대사관 요리사 1명을 추가로 사살한 뒤 결국 알제리 정부의 이륙허가를 받아냈다.

피랍기 안에 있는 승객의 대부분은 알제리인이었으나 2명의 외교관을 포함해 프랑스인 22명과 튀니지인 3명, 중국인, 베트남인 등이 각각 1명씩 있었다. 이에 앞서 24일 정오경 프랑스 최정예 대테러특수부대 GIGN에 비상이 하달됐다.

알제리에서 에어프랑스기가 피랍된 직후이다. 이들은 즉시 투입이 가능한 지중해의 스페인령 마요르카섬으로 향했는데 프랑스에 반감을 지닌 알제리측이 자국영내에 착륙을 불허한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대원들은 유사상황에 대한 반복 훈련을 되풀이 하며 작전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알제리 정부에 압력을 넣는 등으로 사태를 주시하기만 하던 프랑스 정부는 인질협상이 소강상태에 빠진 25일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사태에 관여하기 시작하여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는 성탄절 휴가를 취소하고 안보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했다.

26일 새벽 2시 후아리 부메디안 공항을 이륙한 AP8969편은 이후 1시간 10분 만에 중간 기착지인 프랑스 남부 마리냥 공항에 착륙했다. 납치범들은 파리로 가기 위해 연료의 추가공급과 기내식사 제공 및 화장실 청소 등을 요구하며 노인 2명을 석방했다. 또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갖도록 해 준다면 억류인질을 석방할 용의가 있다는 제안을 해오는 한편, 프랑스 당국이 시간을 벌기 위해 중간급유를 의도적으로 늦추자 더 많은 승객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탑승객들에게도 폭탄을 꺼내 보이며 우리는 알제리 정부에 반대하기 위해 여기 왔다며 이미 죽을 각오가 돼 있다고 소리쳤다.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에어버스 300기는 당초 연료가 충분했으나 3일 동안 자체전력 발전을 위해 연료를 많이 소모해 파리까지 가지 못하고 마르세이유 공항에 착륙한 것이다.

범인들은 당초 주장과는 달리 파리가 아니라 수단이나 이란 등 제3국으로 갈 계획을 논의했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납치범들도 지쳐가고 있었으며 해외에 있는 회교구국전선의 대표자 안와르 카담은 25일 프랑스 앵포방송 등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나는 이 같은 행위가 알제리 국민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테러행위를 비난했다.

오후 3시 30분경 노인 2명이 석방된 후 납치범들은 활주로 끝에 있던 비행기를 관제탑 쪽으로 이동시켰다. 관제탑의 지휘본부는 공항 내 보도진을 소개시키고 기체주변에 구급차와 소방차를 증강 배치했으며 발라뒤르 총리와 파스쿠아 내무장관은 인질의 생명이 위험해지면 즉각 개입하라는 작전명령을 GIGN대장인 드니 파비에 소령에게 하달했다. 잘못하면 정권의 전면붕괴로까지 이어질지 모를 책임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피랍기에 앞서 미리 마르세이유 시내 마리냥 공항에 도착한 GIGN대원들은 항공사 직원, 공항 식당종업원 등으로 위장해 요소요소에 배치돼 있었다. 되풀이 되는 훈련과 오랜 경험으로 이들의 행동은 보도진조차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이들은 피랍기가 기착하자 기내에 식사와 음료수를 넣어주며 테러범들의 면면과 위치를 파악했다.

또한 감청팀은 음성탐지기와 열 감응 추적 장치를 통해 기내를 샅샅이 감시했다. 특공대장인 드니파비에 소령은 24명의 대원을 3개조로 나눠 행동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8명으로 짜여진 선공조가 조종석 등 기내 앞부분에 모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리스트들을 차단하는 동안 후미 양 측면 승강구를 통해 2개조가 진입하여 승객 탈출을 엄호하는 계획이다.

10여 차례 되풀이 해온 훈련이지만 작전 성공가능성은 실낱같았고 프랑스군 대테러 교범조차 항공기 인질구출작전은 승객이 70명 이하일 때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이들은 불가능에 도전하기로 했으며 상황은 그만큼 긴박했다. 오후 5시경 납치범들과 무선교신이 두절되고 연료공급 최후통첩시한이 불발되자 납치범들은 관제탑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기체주변에 세발의 신호탄이 떠오른 지 3분 후인 26일 하오 5시 15분, 검은색 복면에 방탄조끼와 대테러 전투복을 착용하고 권총과 자동소총 그리고 특수섬광 소이 수류탄(일명 스턴탄)으로 무장한 GIGN은 프랑스 뉴스전문 LCI 텔레비전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트랩을 이용한 전면과 두 개의 사다리를 이용한 양쪽 후면 등 3개 지점 동시공격을 감행했다.

기체가 관제탑을 향하고 있어 접근이 용이치 않았고 납치범들의 기내위치도 불분명했다. 10여명의 지원부대가 비행기 조종실 앞에서 교란사격을 벌이며 범인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사이 특공대원들이 트랩계단을 타고 조종실 바로 옆 오른쪽 문 잠금장치를 파괴했다. 테러범들에게는 음식물을 기내에 운반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트랩을 치우지 않은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파비에 대장은 대원들과 탑승구를 열어젖히고 기내로 진입하여 승객들에게 엎드리라고 외치며 납치범 4명과 승객 및 승무원 8명 등 12명이 있는 조종석을 향해 자동소총을 발사했다. 당황한 납치범들은 방탄으로 된 조종석 문을 엄폐물로 삼아 마구 총질을 해대며 수류탄을 집어던졌다.

한편 트랩계단에 있던 특공대원 1명은 특수섬광 수류탄 1발을 던졌으나 빗나갔다. 이어 2번, 3번째 섬광 수류탄이 열린 창문을 통해 던져졌고 2명의 특공대원이 자동소총을 발사하며 조종실로 진입했다.

여기저기서 승객들의 비명소리와 기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작전이 시작된 지 불과 몇 분 만에 수세에 몰린 납치범들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하는지 프랑스 놈들에게 보여주겠다”며 최후의 발악으로 일반좌석에도 총을 난사하여 일부 승객들의 피가 바닥에 튀기면서 기내는 순식간에 공포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혼란한 틈을 타 조종석에 있던 부조종사 장 폴 보르테리씨가 조종석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는데 성공하여 급히 활주로에 있던 특공요원들에게 구조되었다. 그 사이 후미와 중간 문으로 들어온 다른 대원들은 비상 탈출용 미끄럼틀을 통해 승객들을 신속하게 탈출시키고 있었으며 지상에서는 또 다른 특수부대인 헌병공정대(EPIGN)요원들이 승객들을 에워싸고 두 손을 들게 하는 등 혼란을 틈타 테러범들이 승객 사이에 섞여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삼엄한 경계태세를 취했다.

아울러 구급요원들은 대기 중이던 40여대의 구급차에 승객들을 옮겼다. 죽음을 각오한 납치범들의 저항은 의외로 강했다. 특공대원들의 공격이 개시되자 4명의 납치범들은 조종석을 중심으로 인질과 차단 문을 방패삼아 무차별 총격과 수류탄 공격을 감행하며 집요하게 버텼다.

이들의 수류탄 공격으로 한명의 특공대원이 팔에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 그러나 기내에 진입한 특공대원들은 적외선 조준경을 통해 정확한 목표선별사격으로 납치범들을 제압해 갔다. 트랩에 있던 선공조는 계속해서 섬광수류탄과 고폭수류탄을 조종석에 투척했다. 잠시 후 정적이 흘렀으며 54시간 동안 계속된 악몽의 상황은 작전개시 15분만인 오후 5시 30분에 종료되었다. 프랑스 내무성은 이 작전으로 납치범 4명을 전원 사살했으며 승객 13명과 승무원 3명, 특공대원 9명 등 총 2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엔테베작전 #인질구출작전 #쥬리에트킬로66 #대테러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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