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골레? 그거 바지락 하나만 사오면 돼~"

[인터뷰] UCC스타 '조리사 투혼'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

등록 2007.07.27 14:59수정 2007.07.3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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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골레? 그거 그냥 조개 스파게티야, 슈퍼 가서 바지락 하나만 사오면 돼~ 다 필요 없어, 자~ 그럼 지금 형이랑 당장 만들어 볼까?"

이 양반 참 쉽다. 스파게티 전문점에서나 먹어볼 수 있는 봉골레 스파게티를 바지락 하나면 된단다. 그리고 자칭 '형'이라며 수많은 누리꾼들을 가르치려 든다. 최근 UCC 스타로 급부상한 '조리사 투혼'이다.

24일 저녁 8시, 경기도 의정부 회룡역 근처 호프집에서 '조리사 투혼' 박두수(28·이하 투혼)씨를 만났다. 평소 '요리할 것 같지 않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그를 알아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투혼은 간단 요리 동영상 UCC로 지난 23일 네이버 검색어 순위 상위에 링크됐었고, MBC 화제집중과 쿠키방송 등에도 출연한 UCC 스타다. 네이버에 시리즈로 올린 그의 동영상은 보통 4만명 이상이 본다. 해물파전 편의 경우 조회수가 8만이 넘는다. 댓글에는 그의 고정 팬임을 자처하는 누리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뷰는 생맥주 한잔을 곁들인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그는 UCC안의 모습처럼 유머감각이 넘쳐흘렀다. 말도 참 많았다. 그리고 솔직했다. 인터뷰는 밤11시 30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3시간 동안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실컷 '수다'를 떤 느낌이랄까.

"솔직히 레스토랑 홍보하려고 만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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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사 투혼. 생김새는 요리사 같지 않다. ⓒ 김한내

그는 인터넷에 올린 UCC '조리사 투혼의 당장 만들기'시리즈로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집에서 뒹굴거리다 배고플 때 일어나 '당장' 해먹을 수 있는 음식 만드는 방법을 친구에게 설명해 주는 콘셉트로 동영상을 제작했다.

해물파전, 닭크림 리조또, 까르보나라, 뽀모도로 스파게티, 소고기 무국, 봉골레 파스타 등 다양한 음식이 있다. 집에서 뒹굴 거리다 '당장'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들로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투혼의 동영상을 봤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초등학생도 당장 따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저 초등학생인데 이거보고 스파게티 직접 만들어 먹었어요"라는 댓글을 올렸다.

투혼은 애써 숨기려 하지 않았다.

"솔직히 레스토랑 홍보하려고 만든 거예요."

그는 'made by you'라는 온라인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2인분을 기준으로 스테이크에서부터 수프, 샐러드, 드레싱, 와인, 디저트까지 모든 재료를 손질하여 포장, 배달해 준다.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 등 조미료 하나하나도 꼼꼼히 포장한다. 자신이 직접 쓴 편지를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손이 많이 가 하루에 4개 이상은 주문 받지 못한다고 한다.

"고객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기억에 남을 하루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그것 때문만은 아니죠. 그러면 제가 돈을 받지 말아야겠죠. 하하."

투혼의 UCC는 레스토랑 음식을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프라이팬만 있으면 어디서든 내 손으로 손쉽게 고급 코스요리를 만들어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즐길 수 있다.

직접 만든다는 점에서 'made by you'의 콘셉트과 닿아있다. UCC에 소개된 것보다 복잡한 레스토랑 요리를 스스로 만들고 싶을 때는 made by you를 찾으면 된다.

"누리꾼들은 제 UCC를 통해 요리를 배울 수 있고, 저는 광고를 할 수 있으니 윈윈게임이죠."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창업 리포트로 made by you를 제출했다. 당시는 택배 물류체계가 잘 잡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교수에게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라는 핀잔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하룻만에 배달도 가능하다.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한 달에 한두 개 정도의 주문만 들어왔다.

"홍보도 안했는데 한 달에 한두 개라도 주문이 들어오니 참 감사했죠. 그래도 너무 안 되긴 했어요."

UCC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주문량은 점점 증가했다.

'조리사 투혼'이 네이버 검색어 3위에 등록된 날은 무려 1만명이 넘는 사람이 사이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제는 밀려드는 주문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내 손에서 만들어진 음식은 하나의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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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사 투혼이 인터뷰 중 신나게 웃고 있다. ⓒ 김한내

투혼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에게 스테이크는 '꿈의 음식'이었다. 요리계 입문에 대해 "어렸을 때 동생과 네모난 장난감을 접시에 담아 칼질하며 먹는 척했던 것이 요리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이라고 말했다.

인문계에 진학한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직업반에서 조리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공부는 적성에 맞지 않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배가 많이 고팠어요. 그래서 먹는 것도 무지 좋아하게 됐고, 요리를 하고 싶다 생각했죠."

오산대 식품조리학과에 진학했고, 군대에서는 해병대 조리병이었다. 고위직 식단을 담당한 그는 매일 궁중요리책을 끼고 살았고, 날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군대 시절을 직업반과 대학에서 배웠던 것 이상으로 요리에 심취할 수 있었던 시간으로 정의한다. 청어로 만든 스테이크로 포상휴가를 받기도 했다.

투혼은 "재료 하나하나가 팔, 다리, 심장이고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죠. 내 손에서 만들어진 음식은 하나의 생명"이라고 말한다.

요리의 비법을 살짝 물어보니 '자신감 있게 웃으며 요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

"조미료 안 쓰고, 최대한 식자재의 맛을 살리면 음식이 맛있어요. 아무리 조리법을 모르는 요리라도 재료를 알고, 그 재료의 맛을 살리려 노력하면 어느 정도의 맛이 나온답니다."

투혼은 자신의 요리를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눠 먹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혼자 만들어 먹는 것은 배를 채우기 위한 노동이지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 먹으면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 든다고.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투혼은 요리는 좋지만 요리하는 사람의 노동환경은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조리사는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어요. 하루 12시간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하죠. 주5일제 해달라고 투쟁하는 사람들 보면 오히려 부럽기도 해요. 우리한테는 꿈만 같은 이야기거든요."

그는 조만간 항상 바쁘시고, 고생하시는 어머니께 특별한 요리를 해드리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쉽게 선물 하나 사서 드리는 것보다 제가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를 먹으며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김한내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한내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입니다.
#투혼 #봉골레 #UCC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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