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는 무슨 범죄를 저질렀나?

[호러공연예술제] 여성의 자각과 연대를 격려하는 <마음의 범죄>

등록 2007.07.27 16:20수정 2007.07.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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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범죄>는 막내가 남편을 총으로 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음의 범죄>는 막내가 남편을 총으로 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서상일
<마음의 범죄>(베스 헨리 작)는 페미니즘 극이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그려내고, 여성 자신의 자각을 깨우며, 여성의 연대를 격려한다.

극의 주인공은 세 자매다. 가부장제의 구속에 갇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지 못하는 첫째 레니, 삶의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주장하는 둘째 멕, 남편에게 학대당하다 남편을 총으로 쏘고 감옥 신세를 질 위험에 처한 막내 베이브.


<마음의 범죄>는 이들 세 자매의 수다를 통해 '마음의 범죄'가 무엇인지 그려내는 블랙코미디다.

"남편을 왜 총으로 쏘았지?"

가정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첫째는 쓸쓸히 자신의 생일을 맞이한다.
가정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첫째는 쓸쓸히 자신의 생일을 맞이한다.서상일
극은 첫째 레니가 생일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아무도 축하해주는 이 없이 쓸쓸히 생일을 자축한다. 가족을 위해 희생한 맏딸이자 35살 노처녀의 현실을 처량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윽고 둘째와 막내가 집에 옴으로써, 세 자매의 수다가 시작된다. 이들의 수다를 통해 그들이 지닌 상처와 고통, 그리고 희망이 드러난다.

첫째는 '난소가 쭈그러져' 아이를 낳을 수 없다. 그리고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자신을 불완전한 여성으로 여기고 스스로 삶을 가정 안으로 유폐시킨다. 좋아하는 남자가 있어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자신을 생각하며 스스로 포기해 버린다.


첫째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로 자신을 억압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할 용기도 없다. 그에 비해 둘째는 이러한 첫째와 다툰다.

둘째는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 꿈을 위해 그는 가정을 외면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아직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극은 '가정 안에 갇힌 첫째'와 '가정을 외면한 둘째'의 대립을 그림으로써, 여성의 주체적 삶을 고민하게 한다.


한편 막내는 겉으로 보기엔 가장 '알짜배기'다. 가정에서도 인정받고, 지역의 유지와 결혼도 했다. 가부장제에 가장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그러나 그는 "감옥은 구원이 될" 정도로 극한 현실에 처해 있다. 남편에게 일상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했던 것이다. 그러한 삶을 견디지 못해 막내는 결국 남편을 총으로 쏘고 만다.

처벌받는 범죄와 처벌받지 않는 '마음의 범죄'

극은 막내가 남편을 총으로 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왜 남편을 쏘았는지 이야기되고, 자살한 어머니가 있었음과 그로 인해 받은 상처와 그 극복 과정을 보여준다.

막내가 남편을 총으로 쏜 것은 사회적으로 처벌받는 범죄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진정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마음의 범죄'이다.

극 중 이야기로만 등장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막내의 남편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세 자매에게 강요한다. 그럼으로써 그들의 삶에 보이지 않는 감옥을 만들어 자아에 대한 자각과 삶의 기회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불행한 인생을 살게 했다.

이는 처벌받지 않는 범죄이나, 그들의 마음에 가한 범죄이다. 그들 또한 자신에게 범죄를 가했다. 막내는 자살을 시도하여 자신에게 가하는 범죄를 저지르며, 첫째는 자신을 가정의 울타리에 가두는 범죄를 저질렀다. 극은 이렇게 범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극은 세 자매를 통해 가부장제의 억압과 남성의 폭력을 드러낸다. 그리고 세 자매가 자신의 존엄과 삶의 주체성을 자각하고 나아가 자매의 연대를 격려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들은 '하루 늦게' 첫째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준다. 그리고 함께 웃는 행복한 꿈을 꾼다. 그러나 극은 앞으로 이들에게 웃을 수 있는 날들이 올지 여운을 남긴다.

<마음의 범죄>는 4회 대구국제호러공연예술제에 참가하는 작품으로 극단 이송희레퍼터리에 의해 7월 29일까지 예전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공연시간은 평일 8시, 주말 4시, 7시이다.

세 자매는 여자들의 특별한 파티를 벌인다. <마음의 범죄>는 여성의 자각과 연대를 격려한다.
세 자매는 여자들의 특별한 파티를 벌인다. <마음의 범죄>는 여성의 자각과 연대를 격려한다.서상일

덧붙이는 글 | 공연문의 053)256-2216

덧붙이는 글 공연문의 053)256-2216
#마음의 범죄 #베스 헨리 #대구국제호러공연예술제 #호러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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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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