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군단' 지지자들, 진짜 치어리더 아냐?

[현장] '난장판' 없었던 한나라당 합동연설, '응원전' 승자는

등록 2007.07.27 19:33수정 2007.07.28 12:00
0
원고료로 응원


a

누가누가 잘했나... 27일 오후 울산광역시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후보 선출선거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자와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이 현수막을 사이에 두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장면 ①]


"사람 숨이 넘어가려고 해요. 누가 119 좀 불러요!"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의 합동연설회가 열린 27일 오후 1시경 동천 실내체육관 스탠드에 앉아있던 50대 남자가 갑자기 심장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 남자는 약 20여 분만에 119구급대에 실려 갔지만, 구급대보다 먼저 현장에 나타난 이들은 기자들이었다. 일부 관중들은 "사람 죽을 판에 카메라가 웬 말이냐"며 응급처치를 받는 남자를 촬영하려는 기자들을 가로막았다.

a

응급환자 발생 50대 남성이 행사 직전 쓰러져 119구급대원들에 의해 실려나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장면 2]

"우리가 왜 못 들어가? 빨리 들어가자."
"안 됩니다.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돌아가세요."

이날 합동연설회 행사장 밖은 불만에 찬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미리 초대권을 받았지만 선거인단 명부에 포함되지 않았던 지지자들의 입장을 경선관리위원회가 막았기 때문이다.

박미령(43)씨는 "좋아하는 후보의 연설을 듣기 위해 이 곳까지 왔는데, 명부에 이름이 없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라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고, 옆에 있던 조영미씨도 "변경된 사항을 지지자들에게 제대로 홍보하지도 않고…, 날씨도 더운데 이 일 때문에 더욱 신경질이 난다"며 화를 참지 못했다.
27일 울산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35도. 오존주의보와 폭염주의보가 겹친 무더위 앞에 너도 나도 짜증을 냈다. 행사장 관리를 맡은 울산시 시설관리공단이 냉방 시설을 모두 가동했지만 더위를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일부 당원들과 당 관계자들의 실랑이를 제외하고는 행사 운영에 큰 문제는 없었다.

'빅2' 이명박과 박근혜 지지자들이 한 데 뒤엉킨 제주의 '난장판'을 재연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일주일이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아프간 인질 사태도 경선 열기를 가라앉히는 데 한몫 했다.

불뿜는 합동 유세, '난장판'은 없었다

a

[박근혜 후보]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손가락 세개를 세우고 후보 이름을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박근혜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속속 유세장에 도착한 후보들은 대기실에서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대통령 할 사람이 남의 얘기를 자꾸 하면 되냐"고 핀잔을 줬다. 말은 홍 후보를 겨냥했지만 '진짜 표적'은 그 옆의 박 후보가 분명했다.

박 후보도 지지 않았다.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이 경선 과열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전하자 그는 "기막히게 아름다운 산이라도 가까이 가면 뱀이 기어다닌다"고 화답했다.

연단에 선 후보들의 유세가 불을 뿜었다. 그러나 청중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강재섭 대표와 이명박 후보의 연설 도중에 일부 박근혜 지지자가 산발적인 야유를 보냈지만 '조용한 경선'이라는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박 후보의 추격을 받는 이 후보의 지지자들의 묘한 여유가 드러나는 대목도 있었다. 박 후보가 "서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 집 장만하는데 부동산으로 몇십배 몇백배 돈을 쓸어 담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냐"며 이 후보의 땅투기 의혹을 비꼴 때 '이명박 스탠드'에서 "맞소"라는 호응이 나올 정도였다.

"맞소" 추임새를 넣은 선거인단 장모씨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이 후보는 강남땅을 사들여서 불로소득을 얻었다, 그건 박근혜 말이 옳다"고 하면서도 "그게 지금 큰 흠이 될 수는 없지 않나? 경제회생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빅2'를 지지하는 중견 탤런트들의 대리전도 치열했다.

전날 부산 유세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탤런트 선우용녀씨가 행사장에서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역할을 하더니 울산 유세에서는 이영후·맹상훈 등 탤런트들이 대거 이명박 지지를 호소했다. 이씨는 "90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역할을 맡으며 이 후보와 인연을 맺게 됐다"며 "지금 분위기로는 '이명박 대통령' 틀림없지 않냐"고 말했다.

현장 동원력만 놓고 보면 이 후보가 판정승을 거두었다는 게 양 캠프의 공통적인 판단이다.

울산 6개 지역구 중 3개 지역구 의원이 '이명박 지지'로 분류된 만큼 이 후보 측이 아무래도 박 후보보다 많은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먼저 차지했다. 박근혜 캠프의 한 관계자는 "태평양(이명박 지지자)에 호주(박근혜)가 덩그러니 그려진 그림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전했다.

현장 동원력은 이명박 '승', 그러나

a

[이명박 후보]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이 여성들의 지도에 따라 율동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이명박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받은 꽃다발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 후보 지지자들은 팬클럽 박사모 회원들을 중심으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패기의 응원전을 펼치는 근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들은 '신비의 미녀군단'을 내세운 이 후보 측에 허를 찔렸다. 이 후보 측 스탠드에는 미모의 젊은 여성 10여명이 이 후보에 대한 응원을 유도해 청중과 취재진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들은 순수한 이 후보 지지자가 아니라 세 과시를 위해 동원된 '진짜 치어리더'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 여성들은 현장 인솔자의 지휘에 따라 전문적인 율동으로 지지자들을 휘어잡았고, 이 후보 유세가 끝나자마자 홀연히 행사장을 떠났다. 인솔자가 이들에게 "여럿이 몰려다니지 말라" "누가 뭘 물어도 대꾸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일부 청중들은 "프로경기 TV중계에서 특정구단 서포터즈로 활동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일정한 대가를 받고 고용된 치어리더라면 선거법 위반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사안이다.

울산시 선거관리위 관계자는 "한나라당 합동 유세는 기본적으로 정당 행사이기 때문에 장내의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에는 힘이 부치다, 장내에 동영상 촬영팀이 있었으니 이들을 통해 현장 분위기를 파악한 후 필요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합동유세 #지지자 #선거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10년 만에 8개 발전소... 1115명이 돈도 안 받고 만든 기적
  2. 2 김흥국 "'좌파 해병' 있다는 거, 나도 처음 알았다"
  3. 3 23만명 동의 윤 대통령 탄핵안, 법사위로 넘어갔다
  4. 4 김건희 여사 연루설과 해병대 훈련... 의심스럽다
  5. 5 [단독] '윤석열 문고리' 강의구 부속실장, 'VIP격노' 당일 임기훈과 집중 통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