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선 전여옥, 박근혜 공격 시작하나

'보수' 주제 특강서 "다시는 유신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등록 2007.07.27 21:09수정 2007.07.2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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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박근혜 대선 예비후보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것일까?

전여옥 의원은 27일 "다시는 유신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다시는 (그 시절의) 대학에 다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독립신문> 창간 5주년 기념 '위기에 처한 보수' 특강에서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이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를 두고 전 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박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전 의원은 보름 전 돌연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특유의 '독설'로 유명한 전 의원이 '보수'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굳이 유신시절을 언급한 것은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격의 포문을 연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날 행사 말미에 이명박 후보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참석해 이런 해석에 힘을 실었다.
전여옥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경선후보 서울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서 당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전여옥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경선후보 서울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서 당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가슴아픈 대학시절로 기억"

전여옥 의원은 "저는 78학번(대학 입학년도)이다, 너무나 가슴아픈 시기로서 대학시절을 기억한다"며 "수많은 경찰이 학원 사찰을 했고 별것 아닌 책을 갖고 있다가 붙잡혀갔던 친구들이 절뚝거리면서 열흘, 한달 뒤에 나오는 것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것이 저의 대학시절이었다"고 소개했다.


"제가 아는 교수님은 유신정권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를 썼더니 (형사가) 갑자기 집에 쳐들어왔다. 장화발로 쳐들어와서 그 교수가 어떤 불온서적을 가지고 있는가 아무리 찾아봤지만 무슨 불온 서적이 있겠나. 다만 펄벅을 좋아해서 <북경에서 온 편지>라는 책이 있었는데, 그게 불온 서적이라고 끌고갔다. 이런 아픈 세월 속에서 우리는 자라났다."

전 의원은 또 "저의 대학생활을 추억하기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웠던 것은 그당시 저와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고 총망하고 장래가 밝았던 친구들이 모조리 공장과 농촌으로 갔다"며 "그들은 사지가 멀쩡해서 노무현 정권 아래서 국정을 농단하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 민주화 투사였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일을 할 수 없었다. 자식들도 그 후유증을 앓았다. 또한 그들은 지금 학습지 장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가짜인 노무현 정권과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친구들이 저에게 한나라당에 들어가길 요구했다. 즉 열등감 없는 한나라당, 원죄 없는 한나라당에 들어가서 이 나라가 진정으로 나가야 할 미래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전 의원은 이어 "이른바 좌파 386 중에는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다"며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던질 각오를 하면서 하얗게 날밤을 새운 과거가 있고, 법정 최후진술도 수도 없이 해봤다"고 말했다.

또한 "별(전과)을 훈장처럼 한 두개씩은 달고 있고 자장면 값은 고사하고 라면값도 없고 토큰 하나 살 돈이 없어서 걸어다녔다, 그럼에도 그들은 책을 잃고 또 책을 썼다"며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과 후배들에게 철저하게 교육시켰고, 그 결과가 한나라당은 무조건 '부패정당' '5·18 잔당'으로 이유없이 매도당하는 현실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좌파와 이른바 사이비, 지도적인 역할을 했던 진짜 민주화 세력이 나름대로 정교하게 공을 들여 만든 20년짜리의 작품"이라며 "조세전문 변호사로 돈 벌면서 요트를 즐기며 살았던 노 대통령이 하루 아침에 운동권 전사로 변해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정 한번 바뀌지 않고 편안하게 낙선을 받아들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2002년의 승리의 얼굴을 예고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 대통령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만들어줬고, 8만의 얼마 안 되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가 '노짱'을 밀기 위해 죽기 살기로 해서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그들의 권력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제 싸울 준비가 돼 있다"

전여옥 의원의 날선 비판은 한나라당 내부로 이어졌다. 전 의원은 "한나라당은 나태했고 온실에 있었다"며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하는데 손에 흙·물 묻치지 않으려는 보신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 의원은 "그랬던 사람들이 당내 내전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고 있나, 몸싸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국가보안법을 저지하기 위해서 법사위 점거했을 때, 자기는 선거구에서 몸싸움 하는 의원으로 찍히면 안된다고 빠졌던 의원들이 지금 몸싸움을 하고 삿대질을 하고 온갖 극언을 자기 진영에 쏟아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전 의원은 "다만 희망이 있다면, 한나라당에 동력·전투력·전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대단한 동력과 전투력과 전사들이 수두룩하다"며 "이들이 본선에서 역할을 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또 "지난 10년은 보수가 썩었던 기간, 멈추고 움직이지 못했던 비극적인 기간이었다"며 "행동하는 건강한 보수가 되자"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이해찬 전 총리가 한나라당에 했던 발언,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끔찍하다'고 했던 발언을 우리는 무시하고 조롱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뼈속에 새기고 또 새겨서 각인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저 자신이 노무현 정권 4년동안 매우 강인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정권의 그 시답지 않은 사람들에게 고소를 당해서 법정에서 최후 진술을 한 것만 몇 번인지 모른다, 또 억울한 재판 결과에 미칠 뻔 했다"며 "그러나 저는 담대하고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전 의원은 "5년 전에 우리는 가드를 내리고 당했다,. 글러브도 없이 링 위를 돌아다니다 한 방에 나가 떨어졌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이제 싸울 준비가 돼 있고 글러브도 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많은 희망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전여옥 #박근혜 #유신시절 #이명박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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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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