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계산 통일합시다."
지난 23일 포털사이트 다음(Daum) '네티즌 청원' 코너에서 복잡한 나이 기준을 통일하자는 취지로 '나이 계산법 통일'에 관한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신문·방송 보도와 실제 나이가 다르고, 법정 책정을 적용할 때도 '만' 나이나 '연' 나이가 혼용되어 혼란스럽다는 점과 종군위안부 할머니들 나이가 잘못 나가 거짓 증언으로 몰리기도 했다는 점 등을 들어 한 네티즌이 건의한 것이다.
실제 얼마 전 연예인의 '고무줄 나이'가 크게 화제가 되었다. 월드컵 가수 미나는 연예인의 고무줄 나이 1위에 뽑혀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순위로 떠올랐다. 실제 72년생인 그녀는 78년 생으로 무려 6살이나 나이를 어리게 표기했다.
몇 해 전 탤런트 윤다훈과 김정균씨는 '방송 나이'와 '실제 나이'가 달라 형과 아우 호칭을 두고 주먹다짐까지 가기도 했었다. 이처럼 "고무줄 나이" "방송용 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나이에 민감한 연예인들은 의도적으로 나이를 속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이에 따라 배역을 달리하거나 대우를 달리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예인처럼 의도하지 않더라도 우린 이미 3개의 나이를 가지고 있다.
언제, 어떤 나이를 쓸까?
우리가 자주 쓰는 나이 계산법은 '연' 나이(Year age), 한국 나이(Korean age), '만' 나이(International age) 세 가지다.
한국 나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나이다. 만 나이와 연 나이는 법령, 신문·방송 등 공식적으로 쓰는 나이다. 연 나이는 태어난 연도만을 따진다면, 만 나이는 국제적인 나이 계산법으로 정확히 태어난 날로부터 몇 년이 지났는지 월일까지 따진다.
계산법은 다음과 같다.
연 나이 = (현재연도 - 출생연도)
한국나이 = (현재연도 - 출생년도 + 1) 즉, 연 나이에 1살을 더하면 된다.
만 나이 = (오늘날짜 - 태어난 생년월일)
예를 들어 1983년 9월생이라면 연 나이는 24살, 한국나이는 25살, 만 나이는 23살이 된다. 한 사람에게 무려 3개의 나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나이 혼용, "몇 살이 맞는 거야?"
# 저도 술집 가게 해주세요...
"내가 18, 19, 20살이 동시에 다되니 헷갈리는 일이 많다"는 한 네티즌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어떤 나이계산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다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88년 9월생인 A군은 한국나이 20살로 현재 대학교 2학년이다. 2007년인 올해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나이는 18세이나 연 나이 19세가 되어 청소년유해업소 출입이 가능해진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는 대학생 신분이었음에도 1년 빨리 학교를 든 탓에 나이가 안돼 술집과 야간 PC실 출입이 어려웠다.
현행 '청소년 보호법' 제2조 1호에서는 청소년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청소년이라 함은 만 19세 미만의 자를 말한다. 다만, 만 19세에 도달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자를 제외한다."
이처럼 법에서 제시되는 나이기준도 만 나이와 연나이가 혼용되다보니, 위의 A군과 같은 사례가 생기는 것이다.
# 신문·방송에서 만 나이와 연 나이를 같이 쓰기도
신문·방송은 공식적으로 만 나이를 사용한다. 그런데 만 나이와 연 나이를 혼용하는 경우가 있다. '거미손'으로 알려진 골키퍼 이운재 선수는 1976년 4월 26일 생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그의 나이는 30살, 29살 둘 다 사용했다. 한 매체는 축구선수들의 나이를 생년월일과 상관없이 모두 한국나이보다 2살 적게 표기하기도 했다.
외국의 경우 철저하게 생년월일 모두 계산해서 정확히 만 나이로 쓴다. 예를 들어 25세로 보도한다면 중계하는 날을 기준으로 25년 11개월 30일까지가 포함된다. 우리의 경우 해설자들이 만 나이가 아니라 연 나이를 보도하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선수가 한국선수와 같은 연도 태생이면 무조건 동갑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나이 하나로 통일하자" vs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이처럼 나이 계산법이 혼용되면서 '만 나이'를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자신의 만 나이를 계산해달라고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이 때문에 '나이 계산 통일법' 서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의 나이 계산법을 고수해야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들처럼 만 나이로 통일할 것인가?
나이 계산 통일을 찬성하는 쪽은 굳이 우리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으며, 보다 합리적이고 국제적으로도 통용될 수 있는 나이 계산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누가 나이를 물으면 헷갈려서 아예 81년생이라고 말하는 게 편하다"(ragnaros)
"외국에 가서 나이를 어떻게 말해야 될지 혼란스럽다"(FBI_lk)dark)
"생일 빨라 일찍 대학 갔는데 술도 못 마셨다"(나)
"공무원들은 이미 '만 나이'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특히 재외공관에서 서류 쓸 때 너무 복잡하다."(쟘스)
그러나 나이 계산 통일에 반대하는 쪽은 남의 것을 굳이 따라갈 필요가 있냐며, 헷갈려도 우리의 전통을 살려 그래도 쓰자고 주장했다.
"나이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날로부터 쳐야합니다"(영),
"헷갈리지만, 우리나라만의 문화라고 생각돼서 더 지키고 싶다. 굳이 통일할 거면 우리나이로 하자"(하늘)
한편, "한국 나이는 없애고 연나이로 통일하되, 병역이나 공식적인 일에는 만 나이를 적용하자"(해무리)는 새로운 의견도 있었다.
고무줄 나이, 연예인만이 아니다.
가끔 우리나라에서 쓰는 나이가 공식성상과 사석에서 다른 것을 두고 많은 외국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만 나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같은 통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서구권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동양권인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 역시 "같은 나이라도 몇 월생인지를 따져 선후배를 가리는 경우도 있다"고 주한 중국 문화원 관계자가 말한 것처럼, 철저히 '만 나이'를 사용한다.
몇 가지 나이를 쓰든 언제, 어떤 경우에 어떤 나이를 사용하는지 기준만 명확하다면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쓰는 기준이 모호하고 수시로 혼용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가 간 교류가 늘면서 나이를 외국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시점에서 한 네티즌이 발의한 '나이 계산법 통일' 필요성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 때고 쭉쭉 늘고 줄어드는 고무줄 나이가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여기서 퀴즈 하나.
"여론 조사 기관인 한국 갤럽에 따르면, 노총각과 노처녀를 판단하는 평균적인 기준 나이는 각각 35.3세와 32.6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쓰는 나이는 만 나이일까, 한국 나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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